가전업계, 빗나간 '에어컨 특수'···긴 장마에 '울상'
가전업계, 빗나간 '에어컨 특수'···긴 장마에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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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기 7월 판매 급감···실적 예년 대비 '부진' 전망
'늦더위' 대비 판촉 확대 계획···제습·건조기 '호조'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에서 직원들이 '무풍에어컨'을 생산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 6월 2일 여름철 성수기를 대비해 무풍에어컨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에서 직원들이 '무풍에어컨'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역대급 무더위로 '에어컨 특수'가 예고됐던 가전업계가 예상치 못한 긴 장마로 울상짓고 있다. 지난달부터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장마에, 태풍 상륙으로 전국 곳곳 수해까지 입으면서 성수기인 7~8월 판매가 급감한 탓이다. 제습기·의류 관리기·건조기 등 '장마 가전' 판매가 늘어났지만 고가 가전에 속하는 에어컨이 예상 밖 부진하며 업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에어컨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랜드의 올해 5~7월 누계 기준 에어컨 판매량은 전년 대비 20% 역성장했다. 특히 본격 성수기로 여겨지는 7월 판매량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했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 역시 59% 감소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위니아딤채 등 주요 에어컨 제조사 역시 지난달 판매 실적이 전년 동기보다 크게 밑도는 것은 물론 지난 6월 실적에도 못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역대급 더위가 예상되며 준비한 물량이 많았지만 예년과 비교해 성수기 판매가 줄어들었다"며 "7월 들어 장마가 계속 이어지면서 기온이 떨어진 데다 올해 예상보다 크게 덥지 않은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6월 초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어서는 등 불볕 더위가 시작되고 역대급 폭염이 예보되면서 에어컨 시장이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표 가전회사들은 에어컨 생산 공장을 풀가동하는 등 판매 증가에 대비했다. 

하지만 장마가 6월 말부터 오는 13일까지 기상 관측 이래 최장인 51일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지난 2017년부터 3년 연속 250만대 수준을 유지해 온 에어컨 판매량이 올해 10~20%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에어컨은 판매 부진을 겪는 반면 긴 장마 효과를 톡톡히 본 제품도 있다. 제습기를 비롯한 건조기, 의류관리기 등은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전자랜드에 따르면 올해 5~7월 누계 기준 제습기는 30%, 건조기는 10%, 의류관리기는 73%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그랑데 건조기의 경우 지난 한 달 간 전체 판매 실적이 작년 7월보다 40%, 올해 6월에 비해선 20%가량 증가했다.

다만 장마가전 판매 호조에도 가전업계는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계절가전으로 단가가 높고 판매량이 많은 에어컨은 전체 가전제품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고 알려졌다. 에어컨 판매가 부진할 경우 한 해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가전업계는 이달 중순 장마가 끝나면 늦더위가 찾아오면서 에어컨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는 기대도 저버리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에어컨 판촉 행사 등을 통해 재고 관리에 나설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장마가 끝난 이후 무더위가 시작되는 만큼 장마 이후 9월까지는 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성수기 에어컨 판매 부진을 만회하고 재고를 관리하기 위해 장마가 끝나는 8월 중순부터 적극적인 마케팅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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