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대책 발표 첫날부터 '삐걱'···국회·지자체·조합 '엇박자'
공급대책 발표 첫날부터 '삐걱'···국회·지자체·조합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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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천시 등 지자체 및 여당 의원 "협의 없었고, 수용 못 해"
'공공재건축' 도입에···서울시 "민간의 영역", 조합 "사업성 없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대장주인 은마아파트 전경.(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 강남권 재건축 대장주인 은마아파트 전경.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정부가 주택공급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13만여가구의 추가공급대책을 내놨지만, 발표 첫날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다자간 협의를 거친 발표라고 했지만, 지자체 공개 반발은 물론 여당 의원들의 쓴소리까지 가중되고 있는 상황. 더욱이 서울 재건축 조합들도 거부 의사를 보이는 등 실제 집행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4일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 및 서울시와 함께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최근 서울 권역 중심의 집값 불안정이 확대되고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태릉골프장 등 신규 부지를 발굴하고 공공참여형 고밀도재건축 제도를 도입해 서울권역 및 수도권 일대로 13만2000가구 이상 확보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추가 주택공급 방안을 주문한 지 한 달여 만에 발표됐기 때문인지 잡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1만여가구의 태릉골프장 부지 아파트 건립계획이 포함된 서울 노원구는 '청천벽력'이라는 표현까지 쏟아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노원구는 전체 주택의 80%가 아파트로 이뤄지는 등 우리나라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다"며 "주차난, 교통 체증 등의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이번 발표는 청천벽력과 같다"고 말했다.

김종천 과천시장은 발표 직후 성명서를 통해 "도시 발전 측면은 고려하지 않고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과천을 주택공급 수단으로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서울 마포구을)은 "마포구청장도 나도 아무것도 모른 채 발표돼 당황스럽다"라며 "임대비율이 47%에 달하는 상암동에 또 임대주택을 지어야 하나"고 반발했다.

대책 발표 자리에 함께 나섰던 서울시도 '정부 공공재건축을 적극 찬성하기 힘들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성보 시 주택건축 본부장은 4일 오후 시청 기자설명회를 갖고 주택공급 세부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재건축의 공공성을 강화해 임대주택이나 소형주택 등 공급을 늘리는 방향이 올바른 방향이며, 공공기관이 참여해 사업을 주도하는 것은 재건축 시장의 균형을 깨는 일"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시는 정부와 입장이 다르지 않다며 한 발 물러섰지만, 정부가 내세운 '공공참여형 고밀도재건축' 제도 도입의 방향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정부는 재건축 사업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이 참여할 경우 용적률을 300~500%로 높여 주택을 늘리고, 이를 통해 임대주택도 확보하고 이익은 기부채납을 통해 환수하고자 했다.

발표에 따르면 재건축 단지 입장에서는 기존 용적률 기준 300%에서 500%까지 늘어난다고 하면 절반을 기부채납한다고 하더라도 100%의 이익이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도 차갑기는 매한가지다. 정부가 최대 70%까지 기부채납을 받는 등 기대 이익의 90%까지 환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물론 공공임대·분양 비중이 커지는 것을 두고 이미 분양가상한제까지 걸려 있는 상황에서는 사업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정돈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위원장은 "늘어나는 가구 건축비 등 비용은 또 조합원이 부담해야 하고 분양가상한제까지 걸려 있는 마당에 어느 누가 한다고 할까"라며 "기부채납 비율이 30% 수준이라면 모를까 최고 70%까지 올라가는 현재 방안으로는 사업성이 없으며 의미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공공성 강화를 통해서만 여건을 풀어줄 것이 아니라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동주 한국주택협회 산업본부장은 "서울 주요 재건축 사업지의 경우 임대주택이 들어서는 것을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는 데다 실제로 들어간다고 해도 임대료 수준이 실수요자, 서민들의 수준에 맞추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공공임대 확대 뿐만 아니라 개발이익을 현금으로 납부하는 등 시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혀주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쏟아지는 잡음에도 불구하고 갈등을 봉합해 대책 추진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부동산 태스크포스(TF) 단장은 5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공재건축 추진은 양질의 공공 분양·임대주택을 함께 공급하는 서울시 재건축 방향과 일치한다"라며 "양질의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있었으며, 보완법령을 준비하는 등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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