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 脫석유시대, '포스트 반도체' 배터리3사 해외시장 공략
[포스트코로나] 脫석유시대, '포스트 반도체' 배터리3사 해외시장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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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중국 등 조 단위 투입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신재생에너지 확대 ESS 수요 기대···해외 '40% 성장' 전망
고체전해질·리튬메탈·리튬황···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박차
"사상최악 경영 환경···사업체질 개선·비즈니스 혁신 기회"
전기차 초고속 충전설비 하이차저 (사진= 현대자동차)
전기차 초고속 충전설비 하이차저 (사진= 현대자동차)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2차전지 산업이 포스트 코로나의 주요 이슈인 탈(脫) 석유에 대응해 '포스트 반도체'로 불리며 급부상했다.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주요 배터리 제조사는 미국·유럽·중국 등 전세계 각지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하는 등 해외 사업을 확장하면서,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공식화하는 등 공격적 시장 공략에 나섰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 4월 헝가리 배터리 생산공장인 코마롬2공장 증설을 위해 300명의 기술인력을 보냈다. 최근에는 1조1000억원을 들여 미국 조지아주에 제2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완공한 헝가리 제1공장과 중국 창저우 공장, 건설중인 미국 제1공장 등이 본격가동되는 2023년이 되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생산량은 연간 전기차 142만대(대당 50kWh)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71GWh)로 늘어난다. 2025년에는 100GWh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글로벌 1위인 LG화학은 올해 발표한 6조원 가까운 시설투자(CAPEX) 계획 중 3조원을 전지사업부문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폴란드 배터리공장을 증설하는 등 연말까지 배터리 생산능력을 100GWh까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은 한국과 미국, 중국, 폴란드 등에 배터리 생산 공장을 확보해 두고 있다.

삼성SDI도 지난해 말 헝가리 공장 증설에 1조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올해 배터리 생산능력을 30GWh로 늘리고, 향후 5년간 4배 이상 확대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들이 조 단위의 금액을 들여 유럽·미국 등에 공장을 건설·증설하는 건 코로나 이후 급격하게 늘어날 전기차 배터리 수요에 선제대응하기 위함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글로벌 셧다운으로 전기차 생산중단·수요 감소와 함께 신모델 출시 지연 등 악재가 이어지자 한 때 배터리 산업에서는 위기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글로벌 셧다운으로 공장이 멈추자 탄소 배출국인 중국·인도 등의 대기가 깨끗해지고, 이탈리아의 운하가 맑아지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눈으로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사람들의 관심은 친환경과 에너지 전환으로 쏠렸고, 자연스럽게 가솔린·디젤 등 매연을 내뿜는 차량 대신 친환경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아졌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독일과 영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115%, 192%씩 급증했다. 영국 등 유럽 주요국 대부분이 2018년 12월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2030년까지 승용차의 이상화탄소 배출량을 37.5% 감축하기로 하면서 전기차를 대안으로 내놓은 점도 전기차 수요 증가의 요인이 됐다.

이는 배터리부문의 영업실적으로 증명이 된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배터리 부문의 2분기 실적에 대해 분기기준 최대인 영업이익 1555억원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LG화학 영업이익 5700억원 중 상당부분이 배터리 부문에서 나온 셈이다. 지난해 2분기 배터리부문의 영업이익은 1280억원 적자였다.

배터리 부문 매출액도 올해 2분기에는 2조8230억원으로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동기(2조94억원)보다 40.49%(8136억원)나 늘었다.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의 매출액이 1년전(3조9364억원)보다 15.84% 하락한 3조3128억원을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의 경우 배터리 부문에서 아직 영업손실을 내고 있지만 성장세가 뚜렷해 빠른 시일 내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달 28일 실적발표 당일 콘퍼런스콜에서 "적자가 지속중인 전기차 2차전지 사업을 내년 단독으로 흑자전환 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들은 유럽, 미국 등 각국의 친환경 정책에 따라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의 수요 확대에 대해서도 기대하고 있다.

ESS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된 전기를 보관해두는 장치다.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배터리와 달리 바로 쓰지 않으면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ESS가 필수다. 유럽은 기존 화석연료 발전을 축소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계속 높여가고 있다. 영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올해 1분기 47%로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해외시장에서는 연평균 40% 이상의 고성장이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그린뉴딜을 내세우면서 ESS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해외에 집중해 수요에 맞춰 대응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국내 1000여개 사이트를 대상으로 안전성을 강화하는 조치를 완료했다. SK이노베이션도 초기단계이긴 하지만 배터리사업과 함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만큼 향후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진=SK이노베이션)

이와 함께 폭발·화재로부터 안전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도 열중하고 있다. 전기차의 가장 큰 약점은 주행거리다. 배터리가 많이 담길수록 주행거리가 길어지는 반면 차량의 무게도 무거워진다. 이 때문에 모든 배터리 제조사들이 에너지밀도가 높은 배터리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에너지밀도가 높아질수록 액체상태인 전해질과 리튬이온 등은 불안정해진다. 특히 충돌이나 열 때문에 분리막이 손상을 입거나, 전해질이 새어나와 양극과 음극이 만나게 되면 화재나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차세대 배터리에는 고체로된 전해질이 사용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다. 삼성SDI는 오는 2027년부터 전고체배터리를 상용화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별도의 분리막이 필요없어 크기를 더 작게 만들수도 있고 열과 충격에도 안전하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해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존 굿이너프 미 텍사스대 교수와 차세대 배터리인 '리튬메탈' 배터리 개발에 나선다. 기존의 흑연이나 실리콘 대신 리튬메탈을 음극재로 활용한다. 지금은 배터리를 충전할 때 리튬이온이 음극 표면에 쌓이면서(덴드라이트 현상) 분리막을 찢어 화재나 폭발이 발생할 수 있지만, '고체 전해질'에서는 이를 막을 수 있다.

LG화학은 전고체 배터리와 함께 리튬-황 배터리를 차세대 배터리로 개발중이다. 2030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사상 최악의 경영환경에 놓여 있지만, 사업 체질을 개선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는 기회로 삼아 위기를 극복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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