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산업은행이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HDC현산이 오는 11일까지 계약금 추가 납입 등 인수 의지를 보인다면 재실사를 수용하겠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현재 HDC현산이 대면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는 만큼 딜 무산이 불가피할 것이란 게 산은의 입장이다.

산은은 아시아나 인수 계약이 종결되는 12일 이후 결국 딜이 무산된다고 하더라도 아시아나에 대한 정상화 지원은 지속한다는 방침도 전했다.

산업은행은 3일 오후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서 최대현 산은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실무선에서 거래 종결을 위해 (HDC현산에) 대면협의를 요청했지만 일정 응하지 않다가 서면으로 (재실사를) 요청한 것은 인수 진정성이 없으면서 거래 종결을 지연시키고자 하는 게 아닌지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부행장은 "현산이 7주간 충분한 실사와 6개월 인수 활동에도 통상적인 M&A 절차를 넘어서는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재실사 요청은 통상적인 인수 절차에서 과도하다고 봐서 기본적으로 수용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HDC현산이 아시아나를 인수한다는 전제 아래 영업환경 분석, 재무구조 개선 차원의 재실사는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다만, HDC현산 측이 지난 몇 개월간 거래 종결 의지를 보이지 않았던 만큼 산은은 무산 가능성도 내다봤다. 최 부행장은 "수많은 M&A를 경험했지만 당사자 면담 자체가 조건인 경우는 처음"이라며 "HDC현산이 대면 협상에 응하지 않고 인수 진정성에 대한 진전된 행위를 보이지 않는다면 인수 무산이 현재로선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산은은 또 만약 매각이 무산될 경우 노딜에 대한 모든 책임은 HDC현산에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도 이날 간담회에서 "금호와 산은에서는 하등 잘못한 게 없고 계약 무산의 모든 책임은 HDC현산에 있다"며 "여러 번의 공문 내용이나 보도자료 통해서 나온 현산 주장은 상당 부분 근거가 없고 악의적으로 왜곡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오는 12일부터는 금호산업이 HDC현산에 아시아나 M&A 계약 해지를 통지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또 M&A 향방이 어떻게 되든 아시아나 정상화 지원은 지속할 것이란 입장도 전했다.

이날 산은은 매각 무산에 대비한 '플랜B' 관련 입장도 밝혔다. 최 부행장은 "매각이 무산될 때 아시아나의 영업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시장 안정 도모 및 유동성 지원, 영구채의 주식 전환을 통한 채권단 주도의 경영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경영 안정화 후 자회사 처리, 분리 매각 등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적극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떠오르고 있는 국유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산은이 지분전환 출자 전환한 뒤 지분을 보유하는 것을 국유화라고 하는 건 맞지 않다"며 "부채상환 의무, 경영관리 의무를 분담할 때 국유화라고 할 수 있는데 이 표현은 아시아나 신용도나 영업에 안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다소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통한 지원 가능성과 관련해선 "기안기금 지원 요건에는 충족한다"며 "별도 기관인 심의회에서 결정할 사안이지만 만약 (아시아나가) 신청하면 정상적인 경영 안정에 준하게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 재매각 여부에 대해선 "정상화가 우선적인 목표고 안정화되고 시장 여건이 허락하면 재매각을 빨리 추진할 것"이라면서 "사모펀드 (인수주체) 관련해선 정부의 투자적격성 여부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도 "항공산업의 미래를 생각할 때 불확실한 상황을 계속해서 끌고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법률적으로도 종결시점이 오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서 준비를 하고 있다"며 "HDC현산도 금호도 계약의 양 당사자로서 모든 가능성에 대해 열어놓고 진중하게 마지막 협의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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