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토종신약 개발 '뚝심'
故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토종신약 개발 '뚝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창조·혁신 강조하며 집중 투자···글로벌제약사 기술수출 성사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오른쪽)과 존 렉라이터 일라이 릴리 회장(왼쪽)이 2015년 4월19일 서울 한미약품 본사에서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한미약품)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오른쪽)과 존 렉라이터 일라이 릴리 회장(왼쪽)이 2015년 4월19일 서울 한미약품 본사에서 악수하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한미약품)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한국 제약업계를 이끌어온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2일 새벽 숙환으로 별세했다. 임 회장은 중앙대 약학과를 졸업하고 1967년 서울 동대문에 '임성기약국'을 열어 자금을 모았다. 1973년 '임성기 제약을 세웠고 그해 상호를 한미약품으로 바꾼 뒤 지금까지 회사경영에 헌신했다. 한국형 연구개발(R&D) 전략을 통한 제약강국 건설이라는 꿈을 품고 48년간 기업을 일구며 국내 제약산업 발전에 힘썼다.

임 회장은 성장 가능성이 큰 후보물질에 투자하는 R&D 방식을 한국형 R&D로 설명한다. 과감한 R&D 투자를 단행한 뚝심 경영으로 한미약품을 신약개발 회사로 바꾸는 체질 변화를 끌어냈다.

한미약품은 매년 매출액의 최대 20%에 이르는 금액을 혁신 신약 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한미약품이 최근 20년간 R&D에 투자한 누적 금액은 2조원에 달한다. 이런 일관된 회사의 행보는 "R&D 없는 제약기업은 죽은 기업, R&D는 나의 목숨과도 같다"고 주창한 임 회장의 확고한 신념 때문이었다.

1987년 한국 제약업계 최초로 글로벌 제약기업 로슈에 항생제 제조기술을 수출했으며, 1997년에는 또 다른 글로벌 제약기업 노바티스에 마이크로에멀젼 제제 기술을 역대 최고 규모인 6300만 달러에 기술이전했다. 

2000년 의약분업 시행 직후 국내 대부분 기업이 투자를 축소할 때, 임 회장은 과감한 투자를 통해 2000년 이후 제약산업 지형을 바꿔놓았다. 2003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량신약 고혈압치료제 아모디핀을 출시해 한국 제약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입증했으며, 2009년에는 국내 최초의 복합신약 고혈압치료제 '아모잘탄'을 기반으로 글로벌 혁신 신약 개발의 초석을 닦았다.

그러다 2010년에는 창사 이래 첫 적자까지 경험했다. 이 과정에서 단기 성과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투자자는 물론 회사 내부에서도 R&D 투자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나왔다. 그러나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은 R&D 투자를 향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2015년에는 한 해 동안 총 7건의 대형 신약 라이선스 계약을 글로벌 제약기업에 잇따라 성사시키며, 한국을 역동적인 제약 국가로 탈바꿈시켰다. 그해 계약을 체결했던 여러 신약이 반환되는 아픔도 겪었지만, 임 회장은 전체 임원 회의에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은 외롭고 힘들지만, 그 길에 창조와 혁신이 있다"며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임 회장은 회사의 성과를 임직원들과 함께 나누기도 했다. 2015년 대형 성과를 창출한 이듬해 2800명에 이르는 그룹사 전 임직원에게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무상으로 증여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