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네이버 vs 토스, '공정경쟁' 가능하나
[기자수첩] 네이버 vs 토스, '공정경쟁' 가능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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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요즘 네이버, 카카오에서 채용공고가 뜨진 않는지 매일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됐어요."

최근 만난 금융업 종사자들의 최대 화두는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금융권에 뛰어들면서 '위협'을 느낀 금융업 종사자들의 자조 섞인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금융업 환경은 글로벌 침체, 경쟁 격화, 엄격한 규제 등으로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같은 산업을 영위하게 될 빅테크들에 대한 규제는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보니 금융업 종사자로서 허탈감이 크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이같은 금융사들의 반발이 새로운 기업들과 시장 파이를 나누는 데 대한 일종의 '견제'로 해석되기도 한다.

어떤 의도였든 기존 제도권 내 금융사들과 새로운 플레이어들 간 진통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정부가 14년 만에 전자금융거래법 전면 수술을 예고하면서 한동안 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 26일 금융위원회는 △종합결제사업자 도입 △간편결제 규제 완화 △스타트업의 전자금융업 진입 문턱 완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을 발표했다. 혁신안의 핵심은 금융사가 아닌 기업들도 예금·대출을 제외한 모든 전자금융업무를 할 수 있도록 '종합결제사업자'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종합결제사업자로 지정된 기업은 플랫폼을 통해 금융상품 판매, 대출 중개 등의 업무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다만, 종합결제사업자가 되려면 충분한 자본력을 갖춰야 해 사실상 빅테크들만 신청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금융권은 긴장하는 모습이다. 실제 금융위 발표 이틀 만에 네이버파이낸셜은 미래에셋캐피탈과 손잡고 1금융권 수준의 대출 상품을 올해 안에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네이버 뿐만 아니라 앞으로 금융권에 '위협'이 될 혁신기업들의 금융상품도 속속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사의 서비스가 빅테크의 서비스로 대체될 가능성이 생기면서 업계가 느끼는 불안감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종합결제사업자의 등장으로 의외의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토스'다. 토스는 지난해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받고 현재 토스뱅크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규제가 더 엄격한 은행업을 영위한다는 점, 종합결제사업자의 등장으로 경쟁이 더 치열해진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토스뱅크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금융권에서는 "이러려고 네이버가 제3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뛰어들지 않은건가"라는 말과 "이럴 줄 알았으면 토스가 인터넷은행 라이선스 획득에 공을 들일 이유가 없었다"란 말이 동시에 나오기도 한다.

결국 문제는, 금융권과 빅테크 간 '기울어진 운동장(공정경쟁 불가능)'에 있다. 똑같은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을 두고 빅테크와 금융사 간 희비가 갈린 것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의미다. 공정 경쟁이 전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금융업에 진출한 빅테크들이 플랫폼 영향력을 활용해 기존 금융사들을 종속시킬 것이란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디지털금융 혁신안의 취지는 혁신기업의 금융업 진입을 유도해 고객들에게 혁신적이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데 있다. 하지만 시총 49조원으로 국내 시총 순위 3위에 올라있는 네이버같은 대기업들만 수혜를 볼 것이란 지적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금융사와 빅테크가 '공정경쟁'을 통해 상생 발전할 수 있도록 좀 더 섬세한 세부규정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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