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미·중 치킨게임 어디까지 가나
[홍승희 칼럼] 미·중 치킨게임 어디까지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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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무역분쟁으로 시작한 미·중 갈등이 코로나19의 팬데믹 현상으로 인해 수그러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대선을 앞둔 트럼프 행정부의 조바심과 각종 자연재해까지 겹친 중국내의 각종 정치적 위기에 직면한 시진핑 세력이 내부적 위기를 대외적 갈등 증폭으로 풀고자 하는 욕망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지금의 갈등 상황이 트럼프와 시진핑에게는 국내 정치적 입지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한다는 해석도 하고 있다. 문제는 그런 양국의 사정이야 어떻든 당사국은 물론 주변국 나아가 전 세계 경제에 끼치는 피해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자국내 방역실패로 인한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중국에 돌리며 미국내 여론몰이는 물론 서방국가들의 지지까지 요구하던 미국에게 특히 홍콩 보안법을 강행한 중국 공산당의 결정은 매우 적절한 빌미를 제공했다.

팬데믹 장기화로 경기침체가 예상을 뛰어넘는 상황이 닥치며 지지율 하락세가 점차 커져가는 트럼프로서는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못해 대 중국 압박의 강도를 더욱 높여가고 있다. 이미 전세계 경제는 리먼쇼크 당시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제2의 대공황 사태를 예견하는 목소리들도 커져가고 있어서 굳이 미`중 양국뿐만 아니라 각국 정치지도자들에게는 희생양을 찾아야 하는 절박한 처지로 내몰리고 있고 그런 점에서 서방국가들이 미국의 중국몰이에 쉽게 휩쓸릴 조건이 갖추어져 있기도 하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 첨단기술을 향한 중국의 산업스파이 활동이 극성을 부려 골치 아팠던 산업선진국들, 특히 특허권에 예민한 미국 입장에서 언제고 중국에 대해 한 방 먹일 기회를 벼르고 있던 차에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중국 화웨이는 제일 먼저 타깃이 될만 했다. 특히 차세대 기술로 손꼽히는 5G 시장에 선두주자로 나서려는 화웨이에 대한 제재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미국이 중국에 밀릴 것이라는 불안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통신장비는 특히 보안과 직결되는 것이어서 미국 시장이 중국산 장비로 도배되는 것에 거의 알레르기 수준의 저항감을 가질 만 했다. 게다가 그간 중국 정부나 기업이 보여줬던 도덕적 신뢰도는 매우 낮았으므로 대중적 공감을 얻기에도 적합했을 것이고.

그렇게 시작된 대중 공격이 점차 광범위하게 확산되어가며 동북아 전체에 불온한 기운이 퍼져가고 있다. 홍콩사태로 인해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를 해소하며 각종 금융압박을 펼치고 남지나해에서는 비록 훈련이라는 이름이지만 무력시위도 벌어진다.

미 해군의 무력시위에는 일면 타당한 이유도 존재한다. 미 항공모함 루즈벨트호에서의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로 사실상 미 해군의 활동이 잠정 중단되다시피 한 상황에서 중국 해군 함정이 슬그머니 태평양 상으로 진출함으로써 미국의 경계심을 급속히 키웠을 뿐만 아니라 중국발 전염병으로 힘들 때 턱밑에서 자극해버린 점에 대한 괘씸함까지 더해진 듯하다.

미국내 중국 총영사관 폐쇄라는 그야말로 전쟁준비 돌입에 준할 파격적인 조치가 내려지고 그에 맞불을 놓듯 중국내 서구 국가 기업들의 생산품에 대해서도 대미 수출을 금지하겠다는 대응조치가 나오는 등 미`중 양국 모두 치킨게임에 돌입한 모양새다. 기세싸움을 멈추지 않는 현재 상태이지만 그렇다고 양국 모두 무력전쟁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국의 일정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상대를 몰아붙이는 갈등이 지속되다보면 자칫 어느 쪽에서든 뇌관을 건드리는 실수를 안 할거라고 장담할 수 없다. 그야말로 제3차 세계대전으로 번질 위험이 아예 없다고 안심하기에는 양국간 싸움의 수위가 나날이 높아지기만 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곡창지대인 남부지역의 엄청난 수해를 입은 중국이 분쟁 중인 미국산 농축산물을 대량 수입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는 중부 농업벨트의 지지가 중요한 트럼프에게 힘을 실어주는 일이어서 양국 갈등에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기대를 갖게 한다. 물론 그렇다고 화웨이 제재가 쉽게 풀릴 것 같지는 않지만 서로 파국을 향해 돌진하는 꼴이던 양국의 치킨게임은 소강상태로 접어들 수도 있을 것이다.

미·중 분쟁에 수혜를 입은 한국기업들도 있지만 세계경제 전체가 불황의 늪에 빠진 시절에 한국 경제만 회복할 방법은 없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지만 한국 1, 2위 교역국인 두 나라의 갈등이 길어져서 좋을 것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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