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의 역습' 본격화···기존 금융사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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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불결제' 날개···후속 규제 완화 목소리에 힘 실릴 전망
카카오페이 등 각종 간편결제 이용이 가능함을 알리는 홍보 스티커가 편의점 문 앞에 붙어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카카오페이 등 각종 간편결제 이용이 가능함을 알리는 홍보 스티커가 편의점 문 앞에 붙어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내년부터 '페이의 역습'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 업체에 신용카드 회사처럼 소액의 외상거래를 허용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다. 한도가 30만원에 불과하지만, 성장세가 가파른 간편결제 시장에 '후불결제'라는 날개까지 달리면서 기존 금융권과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6일 '디지털 금융 종합혁신방안'을 발표하고 간편결제 사업자에도 후불결제 기능을 부여하는 내용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혁신방안에 따르면 이르면 내년부터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를 이용하는 고객은 신용카드처럼 30만원 한도로 후불결제를 할 수 있게 된다. 페이 계좌의 잔액이 부족하면 사업자가 우선 30만원을 내주고, 이용자는 추후 결제일에 사용금액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대금부족분(충전금과 결제액 간 차액)에 한해서만 가능하고 이자가 발생하는 할부나 리볼빙(일부결제금액 이월약정), 현금서비스 등이 엄격히 제한되지만, 사실상 간편결제 업체들에 신용카드와 같은 기능이 부여된 셈이다.

페이에 충전할 수 있는 한도도 결제 가능 범위를 전자 제품, 여행 상품 등 고가 상품까지로 넓히고자 기존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늘어난다.

'후불결제 허용'은 그간 빅테크와 핀테크 업체가 금융당국에 지속적으로 요청해온 방안이다. 미리 충전해 놓은 돈을 사용할 때마다 차감하는 방식의 간편결제는 신용카드에 비해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한계점이 명확했기 때문이다.

간편결제 시에도 후불결제가 가능해진다면 네이버와 카카오의 보급률이 높은 만큼, 이들이 운영 중인 페이업체가 기존 금융회사의 고객을 빠르게 잠식할 가능성이 크다.

카드업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가뜩이나 간편결제 시장이 커지고 있는데, 후불결제 빗장마저 풀리면서 해당 업체가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견고해졌다는 것이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느슨한 페이업계에 신용카드만 할 수 있었던 고유업을 허용한 것만으로도 위기감이 크다"며 "이미 많은 잠재고객을 확보해 놓은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의 경우 비교적 쉽게 기존 금융사의 역할까지 대체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는 이번 조치가 페이업계는 물론 빅테크·핀테크의 외형이 커지는 데 한몫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은 후불결제의 한도가 30만원에 불과하다는 점, 간편결제 시장에서 신용카드와 연계된 결제가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기존 금융사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지만,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중론이다.

우선 후불결제의 포문이 열린 것을 시작으로 후속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간편결제에서 후불결제를 이용하는 이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면 국민의 편의를 추구하는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종합지급결제사업과 마이페이먼트(지급지시사업·PISP)도 관건이다. 이 제도들이 시행되면 사업인가를 받은 업체들은 예금과 대출 외의 모든 금융 업무가 가능해진다. 기존 금융사를 대적할 만한 무기를 갖춘다는 얘기다.

간편결제 업체가 PISP 사업자 자격을 갖추면 소비자는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간편결제 서비스에 등록하지 않아도 온라인 쇼핑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은행이나 신용카드사와 제휴를 맺어왔던 간편결제 업체들은 이들과의 협업을 줄일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종합혁신방안은 빅테크뿐 아니라 스타트업을 통해 혁신적인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며 "지급지시전달업과 종합지급결제업의 신설은 핀테크 기업들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변화"라고 분석했다.

이어 "핀테크 기업들은 금융상품의 중개와 판매 등 다양한 부수업무까지도 가능해질 전망인데, 내년부터는 그동안 축적해온 소비자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수익창출 시기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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