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미국의 전작권 집착 배경
[홍승희 칼럼] 미국의 전작권 집착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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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군통수권자는 누구인가. 대한민국 대통령이 국군통수권자가 맞을까.

일단 평시작전권이 있으니 국군통수권자라 할 수는 있겠지만 전쟁과 같은 비상상황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은 더 이상 국군통수권자가 아니며 따라서 대한민국 국민을 보호할 힘을 상실한다. 그게 전시작전통제권이 대한민국에 없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이 전시상황을 만들면 그때부터 한국군 전체가 자동적으로 미군의 지휘하에 들어간다. 그 상황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우리가 언제든지 조율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도 어려운 것이 작금의 현실이기에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세상에 독립국가이면서 작전통제권을 다른 나라의 손에 넘겨준 나라는 없다.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것도 모자라 국방주권마저 남의 손에 넘겨준 유일한 나라다.

물론 NATO회원국들의 경우 전면전 상황에서는 유럽연합군 최고사령부(Supreme Headquaters Allied Power Europe; SHAPE)에 작전통제권을 이양하며 역대 SHAPE 사령관은 늘 미군 장성이 맡아오긴 했지만 최고사령관이 지휘하는 병력의 한계는 각국 정부가 정한다. 2차대전의 경험 위에 만들어진 조직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으며 유럽 밖을 향한 다국적 연합군이므로 우리와는 상황이 매우 다르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군과 미군 간의 권한 문제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한 한미연합사령부는 미국이 원하는 대로 중국을 대항하기 위한 조직이 아니다. 단지 대북 억지력으로서 주한미군의 존재가 필요할 뿐이다.

그러나 만약 미국이 자국의 필요에 의해 북한을 공격할 경우 물론 이제까지 그런 위험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노력으로 사전에 예방해오기는 했으나 지금의 트럼프행정부와 같은 돌발적 행동을 일삼는 정권하에서 안심할 수도 없다. 그래서 전시작전통제권을 회수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고 지금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지만 미국은 계속 이를 미루기 위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

과거 한국이 군부독재정권 치하에 있을 때는 미국이 한국의 대북 공격을 걱정한다는 명분을 가졌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오히려 한국 정부는 북한과의 무력전을 원하지 않지만 미국은 자국의 필요에 의해 언제든지 북한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위험성이 있다.

우리가 전시작전권을 조속히 환수해야 하는 이유는 부분적 주권이양의 상황에 단지 자존심이 상해서만은 아니다. 지금 미국이 한국을 대하는 태도 자체에 이제까지 한국이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최근 공개되는 여러 발언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 사이의 역사적, 현실적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오직 자국의 장기말로서만 한국을 대하고 있다. 그리고 2차 대전 종전 과정에서부터 미국은 일본을 통해서만 한국을 이해해왔다.

근래 들어 한국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그 시각에 다소 변화가 있는가 싶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의 입장은 한국군을 일본군의 하위개념으로 보는 데서 달라지지 않았다. 그 말인즉슨 미국 입장에서 한반도 유사시에 일본 자위대를 이 땅에 끌어들이는 데 주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 한일지소미아를 그토록 강력하게 원했던 것도 그런 미국의 판단기준에 기인한다.

그러나 한국민 대다수는 이를 용납할 수 없다. 많은 한국인들이 ‘일본이 북한을 공격한다면 한국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일본을 공격해야 한다고 답한다. 그런 한일관계에 대해 미국은 아무런 이해도 없다.

해방 당시 미국 OSS부대를 통해 한반도 진격부대를 준비하고 있던 백범 김구선생이 결국 임시정부에 의한 한반도 진격을 실현시키지 못한 채 해방을 맞게 된 것에 대해 미래를 크게 우려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 결과가 이후 분단과 신탁통치 논란 등 한국문제에 대한 우리의 발언권 상실로 이어졌다. 지금 한국군의 온전한 작전통제권 회복이 중요한 이유도 이후의 통일한국을 향해 나가는 데에 지금 상황이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더 이상 미국이든 그 어떤 나라이든 한반도를 그들의 바둑판으로 여기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미국이 지금 한국에 전시작전권을 되돌려주기 싫어 이런저런 구실을 자꾸 만들고 있는 이유도 결국 이제까지처럼 수월하게 한반도라는 바둑판을 갖고 놀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래서 다 물러간 유엔군을 다시 한미연합사 위에 두자는 둥 하는 헛소리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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