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5대 금융그룹 회장들이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 간 규제에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은성수 금융위원장에게 전달했다.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업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기존 금융사들과 다른 규제가 적용된 것을 두고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5대 금융그룹 회장들은 23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은 위원장과의 비공개 조찬간담회에서 이같은 뜻을 전했다. 은 위원장이 5대 금융지주 회장과 회동한 것은 지난 3월 이후 4개월 만이다. 간담회에는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김광수 NH농협금융그룹 회장 등이 모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회장들은 빅테크 기업들의 금융업 진출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특히,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 문턱을 낮추기 위해 금융사와 다른 규제를 적용하는 것에 대해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부적으로는 △마케팅 제한·레버리지비율 규제 △대출 모집 1사 전속주의 규제 △계열사간 정보 공유 제한 문제 △마이데이터 범위 불균형 △간편결제 후불결제 허용에 따른 카드사 역차별 △핀테크 기업의 금융결제망 이용에 따른 수수료 감면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5대 금융그룹 회장들은 "대고객 서비스 수준 향상을 위해 금융혁신은 필수적"이라면서도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형평성 논란, 금융소비자 보호 및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 등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도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리한 서비스 출현, 가격 인하 등 긍정적 측면을 갖지만 기존 금융업권과의 공정 경쟁 이슈, 시스템 리스크 야기 가능성 등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며 금융당국과 금융권, 빅테크가 함께 상생‧공존의 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빅테크 협의체' 구성을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이에 대해 회장들은 "빅테크 협의체에 적극 참여해 건설적인 대안 마련에 힘쓰겠다"고 답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 현황과 향후 과제와 관련된 논의도 이어졌다. 은 위원장은 이달 말부터 본격 가동될 기간사업 협력업체 지원 프로그램으로 자금이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금융권에 협조를 요쳥했다.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연장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금융지주 회장들은 "향후 코로나19 영향과 기업 자금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연장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전했다.
은 위원장은 또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하는 금융사들이 충당금 적립을 통해 미래 손실에 적극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장들도 은 위원장의 뜻에 공감하며 "감독기준·세제·회계상의 지원 필요사항이 있다면 건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은 위원장은 또 지난 14일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금융권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특히, 은 위원장은 "금융시스템의 위험 공유‧분산 및 자금 배분 기능이 적극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며 "특히 부동산으로 쏠리는 시중 유동자금이 생산적 부문으로 유입되도록 자금중개 기능을 전환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회장들은 "한국판 뉴딜이 국민들의 다양한 투자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투자처가 될 수 있는 만큼 금융권의 참여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