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발 디딜 틈 없는 '이마트 신촌점'
[르포] 발 디딜 틈 없는 '이마트 신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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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산동 그랜드플라자 지하 1~3층에 영업면적 1884㎡ 규모
샐러드·밀키트 등 1~2인 가구 겨냥한 소포장 식품 구색 강화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이마트 신촌점 지하 1층에 꾸며진 밀키트 전문 매대. 계산을 기다리는 손님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박지수 기자)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이마트 신촌점 지하 1층에 꾸며진 밀키트 전문 매대. 계산을 기다리는 손님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박지수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지수 기자] "주변에 대형마트가 없었는데 이마트가 생겼다는 얘길 듣고 구경왔어요. 전단지보고 왔는데 오픈 행사라 그런지 값이 싸네요." 

16일 이마트 신촌점에 가보니 영업시간(오전 10시) 전부터 100여명이 넘는 손님들이 줄서 있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마트에 따르면 이날 오전에만 2500~3000명이 신촌점을 방문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마트는 이날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그랜드플라자 건물 지하 1~3층에 영업면적 1884㎡(570평) 규모로 신촌점 문을 열었다. 일반 대형마트(3000㎡ 이상)의 60% 수준이다. 이 곳은 옛 그랜드마트 신촌점 자리로 1995년5월부터 2018년9월까지 20년 넘게 영업했다. 

매장에 들어서니 40대 이상 장년층 손님들이 대부분이었고, 30대 젊은 부부도 눈에 띈다. 개장 첫 날이라 그런지 매장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한 층당 250~300여명이 있었는데 매장이 협소한 탓에 움직이기조차 쉽지 않았다. 

16일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옛 그랜드마트 자리에 이마트 신촌점이 들어섰다. 개장 첫 날 손님들이 몰리며 매장 안은 발 디딜 틈 조차 없었다. (사진=박지수 기자)
16일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옛 그랜드마트 자리에 이마트 신촌점이 들어섰다. 개장 첫 날 손님들이 몰리며 매장 안은 발 디딜 틈 조차 없었다. (사진=박지수 기자)

가장 손님이 붐비는 곳은 지하 2층이다. 이마트 신촌점 지하 2층은 지하철 신촌역 7·8번 출구와 바로 연결돼 있는데, 입구에선 쥬씨, 부산빨간어묵포차, 송사부 수제쌀 고로케 등 간편 먹거리도 판다. 지하 2층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주류 통합 매장인 '와인 앤 리큐르'(Wine&Liquor)다. 218㎡(66평) 규모로 꾸며진 이 곳에선 초저가 와인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매장 바로 옆에는 와인과 곁들어 먹을 수 있는 치즈를 팔고 있어 함께 사가는 손님들도 많았다. 

지하 1층에선 농·축·수산물 등 신선식품을 팔고 있었는데, 육류와 대형 로브스터가 잘 팔렸다. 이 곳은 1~2인 가구를 겨냥한 소포장 식료품이 진열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편의점에서 주로 볼 수 있었던 컵과일, 샐러드, 샌드위치, 삼각김밥 등도 눈에 띈다.

밀키트(Meal Kit·간편요리세트) 전문 매대에선 다른 곳보다 20~30대의 젊은 손님들이 많았다. 이마트에 따르면, 신촌점 인근 지역은 20~30대 인구 비중이 40%로 서울시 평균보다 9%포인트 높다. 가구당 인구수는 1.9명으로 1~2인 가구가 대부분이다. 이마트 신촌점의 경우 신선식품, 가공식품 등 식료품 매장이 1570㎡(475평) 규모로 꾸며졌다. 이는 전체 면적의 83%를 차지한다. 지하 3층으로 가니 노브랜드를 비롯한 자체 브랜드(PB) 상품과 생필품, 소형 가전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계산이 쉽지 않은 것은 단점으로 보인다. 이마트 신촌점에는 무인 계산대(바로계산대)가 대부분이었고, 계산원은 한 층당 한 명뿐이었다. 20~30대의 젊은 소비자들은 무인 계산대를 어려워하지 않았지만 40대 이상 손님 중 버벅이는 모습이 보였다. 직원들은 "바로계산대로 가시면 더 빨리 계산하실 수 있다"며 무인 계산대로 유도했지만 60대의 한 할아버지는 "내가 저걸 어떻게 하냐"며 역정을 냈다. 

매장이 좁은 탓에 바구니 등을 내려놓고 차분히 장을 보기 어려워 보였다. 카트도 없어 바구니끼리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고, 직원들은 큰 짐을 이동할 때마다 "죄송합니다 잠시 이동하겠습니다"라며 큰 소리로 외쳤다. 

이마트 신촌점. (사진=박지수 기자)
이마트 신촌점. (사진=박지수 기자)

이마트의 새 점포 개장은 2018년12월 의왕점 이후 19개월 만이다. 이는 경쟁사인 롯데마트와 홈플러스가 덩치를 줄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롯데마트는 연내 15∼16개 매장을 정리할 방침이고, 홈플러스 역시 안산·대구·둔산점 등 3개 매장에 대해 매각 후 재임대 또는 폐점을 검토 중이다. 

이마트가 신촌점에 신규 매장을 낸 이유는 신촌점 인근에는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 등 대학교들이 밀집돼 있어 젊은 층이 많으며 유동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신촌점 인근에 대형마트가 없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이마트 신촌점과 인접한 대형마트로는 홈플러스 합정점과 이마트 마포공덕점이 있는데 차로 10~15분가량 걸린다. 신촌점 바로 건너편에는 현대백화점 신촌점이 자리한다. 

이마트는 올해 1분기 매출 5조2108억원, 영업이익 48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3.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4.8% 줄어든 수치다. 할인점 사정이 어렵긴 해도 무조건 오프라인 점포를 줄이진 않겠다는 셈법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학 인근 상권은 학기 중에는 손님이 많지만 방학에는 손님이 크게 줄어든다는 단점도 있다"며 "오픈 초기라 당분간은 사람이 많겠지만 성공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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