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동맹' 균열···LG화학, SK이노베이션 검찰 고소
'K-배터리 동맹' 균열···LG화학, SK이노베이션 검찰 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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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배터리 납품 관련 미묘한 기류···한국판 뉴딜 찬물 '우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9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LG화학)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사진=LG화학)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전기차 배터리를 토대로 쌓아올렸던 'K-배터리 동맹'에 커다란 균열이 발생했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기술·인력 유출에 대한 조사 결과를 빨리 내달라며 검찰에 고소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15일 재계 등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검에 산업기술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부정경쟁 방치 및 영업비밀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 등 위반혐의로 SK이노베이션을 고소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사건을 전담부인 형사 제12부(부장검사 박현준)에 배당해 검토에 착수했다. 앞서 LG화학은 지난해 5월 서울지방경찰청에 산업기술보호법 등 위반혐의로 SK이노베이션을 고소했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같은해 9월 SK이노베이션 서울 본사와 충남 서산 연구소·공장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문제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에 대해 검찰 고소를 진행한 시점이 묘하다는 점이다. LG화학의 고소장 검찰 접수 시기는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회동 일정을 조율하던 때다.

정부와 관련업계, 언론 등에서는 정 수석부회장이 5월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6월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잇따른 만남에 최 회장과의 회동도 전망하며 'K-배터리 동맹'으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최근 정부가 '한국판 뉴딜'을 발표하며 '그린 뉴딜'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기로 한데다 현대차가 전기차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내놓던 시점이라 배터리3사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었다.

하지만 LG화학의 추가 소송 소식이 전해지면서 분위기는 급속도로 식었다. 전날 이재용 부회장의 현대차 답방이 알려졌지만 이전같은 기대감은 형성되지 않고 있다.

LG화학 측은 이번 고소에 대해 "고소한 지 1년이 넘은 사건으로 신속히 사실관계를 규명해 달라는 취지로 피고소인 성명을 특정하지 않은 의견서 정도"라며 "검찰에 의견서를 접수하는 절차가 현실적으로 없어 형식만 고소장 형식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수사가 시작된지 1년이 지났지만 이렇다할 결과가 나오지않자, 빨리 진행해달라고 촉구한 것이라는 의미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마음 급해진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비슷한 사안으로 소송이 진행중인 미국에서는 무역위원회(ITC)가 지난 3월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예비결정 판결을 내렸다. ITC는 판결문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이 조직적인 차원에서 전사적으로 LG화학의 영업 비밀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고, 이후 소송이 제기돼 증거를 보존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적극적으로 문서를 삭제하거나 삭제되도록 방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ITC가 한달 뒤인 4월 조기패소 판결을 전면 재검토(to review the Initial Determination in its entirety)하겠다고 밝히면서 오는 10월 최종결론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ITC의 결정 지연으로 최소 5000억원 이상 최대 수조원에 이뤄질 걸로 예상됐던 양사간 합의는 쉽지 않아졌다. 여기에 최근 SK이노베이션이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LG화학의 마음을 급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말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전용플랫폼(E-GMP, 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 모델에 장착할 약 10조원 규모의 배터리 1차 공급사로 선정됐다.

LG화학은 지금까지 현대차에 배터리를 공급해왔으나 현대차 E-GMP 1차 물량을 SK이노베이션에 내줬다. 2차 공급사로 선정됐지만 2차 물량 중 일부는 중국 배터리 업체가 공급하게 됐다고 업계에 전해지고 있어 1차 물량보다는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 중국형 코나EV에 LG화학 배터리 대신 중국 CATL 배터리를 탑재한 바 있다. 현대차 E-GMP 3차 물량은 하반기 발주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SK이노베이션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전지 부문은 2017년 289억원, 2018년 2092억원 흑자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에너지저장장치(ESS) 관련 충당금 영향으로 454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올해 1분기에도 51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ITC 결과를 토대로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기술 관련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여의치 않게 되자 소송을 재차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고소 시기가 정부가 '한국판 뉴딜' 등을 강조하고 있는 시점이라 다소 적절하진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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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진 2020-07-18 09:17:43
제목 더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