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기근 속 늘어나는 건설사 수의계약
정비사업 기근 속 늘어나는 건설사 수의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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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 등 수의계약 사업지 잇따라···상반기 '절반' 수준
정부 규제, 낮은 공사비···어려워진 환경에 출혈 경쟁 피해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정부가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면서 올해 수주고를 올리기 위한 건설사 간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실제 사업을 들여다보면 상반기 수주고 절반이 수의계약으로 나타나는 등 '무혈입성'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이는 빡빡해진 사업여건을 비롯해 건설사들이 무리하게 출혈 경쟁에 나서지 않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전 동구 대동4·8구역 재개발 조합은 오는 18일 시공자 선정을 위한 총회를 개최한다. 총 2357가구가 들어서는 이 사업지는 제안공사비만 5000억원 규모에 달하지만, 입찰에 참여한 곳은 HDC현대산업개발·현대건설의 컨소시엄 단 한 곳 뿐이다. 코오롱글로벌과 계룡건설에서 관심을 보이기는 했지만 1·2차 모두 본 입찰에 나서지는 않았다. 때문에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이번 주말 최종 시공사로 선정될 전망이다.

한남3구역, 반포3주구와 함께 상반기 최대 정비사업지로 꼽혔던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 사업도 지난 5월 롯데건설이 단독으로 입찰에 나서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사업지는 공사비만 9200억원에 달할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했지만, 조합에서 현대건설과 마찰 끝에 시공사 자격을 박탈했다. 결국 롯데건설은 유일한 입찰 시공사로 남아 출혈없이 공사를 따냈다.

뿐만 아니라 서울 신용산역 북측2구역(현대건설), 방배삼익(대림산업), 부산 범일2구역(롯데건설), 울산 중구B-05구역 및 인천 송림1·2구역(현대엔지니어링) 등 수천억원에 달하는 정비사업지들 모두 수의계약으로 체결된 바 있다. 이외에도 부산 남구 문현1구역·수안1구역에서는 GS건설이 단독으로 입찰했으며, 대구 앞산점보에는 롯데건설·대우건설 컨소시엄이 단독으로 입찰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올해 상반기 전체를 돌아봐도 수의계약 추세는 강해졌다. 시공능력평가 기준 상위 10대 건설사(SK건설 포함)는 상반기 내 도시정비사업으로만 9조1392억원의 수주고를 기록했는데, 이중 수의계약 방식으로 체결된 계약만 4조5997억원에 달하는 등 절반을 넘어섰다. 사업성이 높은 서울시내 재개발·재건축 규제로 일감이 부족해지며 정비사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되레 무혈입성은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수천억원 규모의 사업장들이 건설사 간 치열한 수주전 없이 수의계약으로 전환되는 까닭은 복합적이다. 먼저 건설사들은 어려워진 경영 환경 속 몸을 사리는 경향이 강해졌다. 일반적으로 건설사들은 정비사업 조합 추진 단계에서부터 주요 정비사업장들을 상당 수 미리 선정하고 물밑 작업에 들어간다.

하지만 조합원을 대상으로 홍보 활동 선점에 실패한 경우 재차 입찰 경쟁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막대한 홍보비용을 필요로 한다. 이는 시공사 선정 과정 중 새로운 건설사가 등장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어려워진 경영환경 속에서 건설사들은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없을 바에는 비용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뒤집고 무리하게 수주경쟁에 나설 경우 한남3구역과 같이 정부·지자체의 눈총을 받기도 쉽다.

사업성에 대한 고민도 함께 얽혀 있다. 정비사업의 경우 평균적으로 5~7% 내외의 수익을 예상하고 진입하게 되는데 최근 주요 정비사업지들의 경우 공사비를 빡빡하게 책정해두기 때문에 이익을 보기 쉽지 않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갈현1구역과 한남3구역의 경우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건설사들이 수주에 열을 올린 까닭은 △서울 내 대규모 정비사업 △입지적 상징성 등의 마케팅 요인을 고려한 결과다.

하지만 지방 사업지의 경우 갈현·한남과 같이 과감히 투자해야 할 '메리트'가 없다. 결국 특정 시공사로 가닥이 잡히는 경우 경쟁사들이 일찍이 손을 떼며 수의계약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다만 이런 수주 환경은 건정한 경쟁 입찰을 방해하는 모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동주 한국주택협회 산업본부장은 "최근 정비사업 조합들이 공사비를 여유가 없게 책정하는 바람에 사실상 규모가 큰 공사라고 해도 시행하게 되면 점차 손해를 보는 구조가 꽤 있다"라며 "특히 수주를 위한 오랜 홍보활동에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포함되고, 이는 불법 요소가 끼어들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부정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서는 제한적인 법적 홍보기간·홍보관 운영의 여유를 두고, 건전한 홍보 활동을 장려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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