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재고떨이 성공해도 실속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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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이상 장기 보관 탓에 노마진 수준
25일 서울 노원구 롯데백화점 노원점 이벤트홀에서 소비자들이 면세점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롯데백화점) 
지난 6월25일 서울 노원구 롯데백화점 노원점 이벤트홀에서 소비자들이 면세점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롯데백화점) 

[서울파이낸스 박지수 기자] 롯데·신라·신세계면세점은 재고 상품 떨이 행사가 성황을 이뤄도 웃을 수 없다. 6개월 이상 창고에 쌓아뒀던 탓에 마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은 10~12일 백화점 미아·평촌·분당·일산·전주·동래점, 아울렛 이천점 등 7개 점포에서 총 70억원 규모 재고 면세품을 판다. 롯데백화점은 10일 기준 점포당 판매액이 평균 1억5000만원~2억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6월26일 처음 면세품을 팔았는데, 새벽 4시부터 소비자들이 몰려 대기줄이 생기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열린 1차 면세 명품 대전에선 점 평균 10억원의 해외 명품 물량을 판매했으며, 점포별로 입고 된 상품의 85%를 소진했다. 

롯데면세점은 앞서 계열사 롯데쇼핑 통합 온라인쇼핑몰 롯데온을 통해 지난달 23일부터 마음방역명품세일을 주제로 재고 면세품을 판매했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23일 오후 2시30분 기준 준비한 물량의 70%가 팔려나갔다. 특히 명품 판매 시작 3일 전인 지난 6월20일부터 22일까지 롯데온에 새롭게 가입한 회원들의 숫자는 평소보다 하루 평균 20%가량 증가했다. 

신라면세점도 자체 여행상품 중개 사이트 신라트립을 통해 지난 6월25일과 7월2일 두 차례에 걸쳐 21개 브랜드 재고 상품 600종을 판매했다. 9일부턴 3차 재고 상품을 팔고 있다. 

신라면세점에 따르면, 1차 판매 당시 시간당 최고 50만명의 동시 접속자가 몰리며 사이트가 마비됐으며, 행사 시작 3시간 만에 준비한 상품의 절반 이상이 동났다. 2차 행사에 역시 발렌시아가, 발렌티노 브랜드 모든 상품이 판매 첫 날 모두 팔려나갔다. 

신규 회원을 끌어들이는 데도성공했다. 신라면세점에 따르면, 지난 19일 행사를 공지한 지 사흘 만에 신라인터넷면세점 신규 가입자 수는 전주보다 20배 늘었다. 같은 기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설치 건수도 9배 증가했다. 

신세계면세점 역시 마찬가지다. 신세계면세점은 가장 먼저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온라인몰(에스아이빌리지)을 통해 재고 명품을 선보였다. 신세계면세점에 따르면, 1차 판매에서 지방시 등 40여종 브랜드를 선보여 90% 이상 재고를 소진했다. 2차 판매에서는 끌로에 등 60여종 브랜드를 선보여 70% 넘게 판매했다. 3차 판매 역시 토리버치, 발리 등 90여종 브랜드를 선보여 60% 이상 팔았다. 

그러나 이 같은 명품 열풍에도 불구하고 면세점업계는 마냥 웃지 못하는 모양새다. 면세점은 해외에서 상품을 사와 재고로 보유한 제품을 판매한다. 면세점들은 명품 브랜드 제품들을 최대 70% 싸게 팔고 있는데 원가와 관세 등을 고려하면 마진이 거의 없는 셈이다. 

앞서 관세청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면세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6개월 이상 팔리지 않은 장기 재고품을 대상으로 수입통관한 뒤 기존 면세점이 아닌 국내 다른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통해 판매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한 바 있다. 단 일반 수입품과 같이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붙여서 팔아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그러나 통관이 까다로운 화장품과 관세가 높은 술·담배는 품목에서 제외됐다. 화장품과 담배의 경우 면세점 매출의 50%를 차지한다. 

면세점들이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은 6개월 이상 장기 재고품이다.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롯데·신라·신세계면세점 창고에 쌓인 재고는 약 3조원 규모다. 이 중 6개월 이상 장기 재고는 6%(1800억원) 남짓 수준이다. 3조원의 재고 중 면세업계가 국내에 팔 수 있는 상품은 명품 패션 잡화뿐이다. 장기 명품 패션잡화 재고품은 관세와 부가세를 붙여 최대 820억원(2.1%) 상당으로 추정된다. 

인천국제공항 점포 임대료 부담이 줄어든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롯데와 신라면세점은 최근 다음달 계약이 끝나는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사업권 연장 운영에 합의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5월부터 신규 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유찰된 6개 사업권의 사업자인 호텔롯데와 호텔신라, 에스엠면세점, 시티면세점과 연장 영업 여부를 협의했다. 이번 합의를 통해 롯데와 신라는 현재의 최소보장액(고정 임대료 방식) 대신 매출액과 연동해 임대료를 내게 됐다. 기존에는 대기업 면세점 3사가 매달 인천공항에 납부해야 하는 임대료가 모두 합해 838억원에 달했다. 시티면세점은 아직 공사와 합의 중이다. 에스엠면세점은 연장영업 의사가 없음을 알려와 예정대로 영업을 중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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