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모펀드 사태, 책임은 누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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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지난해 라임자산운용의 라임펀드 사태를 시작으로 옵티머스, 알펜루트, 젠투펀드까지 잇따라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지면서 금융시장이 혼란에 잠겼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환매중단 민원이 접수된 사모펀드는 22개로 판매 규모는 5조6000억원이다. 환매중단된 사모펀드의 판매 규모는 라임자산운용 펀드가 1조66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홍콩계 사모펀드인 젠투파트너스 펀드(1조900억원), 알펜루트자산운용 펀드(8800억원),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5500억원),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신탁(4500억원) 등이 그 뒤를 따랐다.

이처럼 연이어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했지만, 펀드를 판매한 금융사들은 '몰랐다', '알수 없었다' 등의 이유로 피해자임을 주장하고 있다. 관련 기관들도 네 탓 공방이 치열하다.

투자처에게 상품 구성을 속여 펀드 자금 수천억원을 끌어모은 혐의를 받고 있는 옵티머스 펀드 사태만 해도 그렇다. 옵티머스펀드는 손실 위험이 거의 없는 공공기관 매출 채권 등 안전자산에 투자한다고 속여 펀드의 절반 이상을 대부업체를 비롯한 부실자산에 투자했다. 이 과정에서 양수도 계약서, 펀드 명세서 등의 서류를 조작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해당 펀드와 관련된 한 판매사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구조가 일반적이지 않다면 해당 펀드에 대해 의심할 수 있지만, 판매된 사모펀드의 구조는 일반적이었다"며 "판매되는 사모펀드의 구조를 모두 일일이 확인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도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 확인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운용사가 예탁결제원과 수탁은행까지 속인 상황에서 판매사가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옵티머스 펀드의 사무관리사인 한국예탁결제원은 "신탁업자에게 신탁명세 등 잔고 대사에 필요한 자료 제공을 요구할 법령상, 계약상 아무런 권한이 없다"며 "운용자산 대조 업무는 신탁업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이어 발생한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대한 책임론은 금융당국으로 옮겨졌다. 지난 2015년 금융당국이 사모펀드를 활성화 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한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이후 5년간 국내 사모펀드 시장(설정액)은 실제로 2배 넘게 증가했다. 사모펀드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분명 사모펀드에 대한 관리·감독이 부족했던 금융당국이나 상품을 투자자에게 판매한 금융사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사태의 책임을 어느 한 곳에만 묻는 것은 옳지 않다.

금융투자상품에는 항상 위험부담이 있는 만큼 투자자에겐 '자기책임의 원칙'이 요구되고, 판매사나 상품을 구성한 자산운용사, 금융당국, 관련 기관들도 마찬가지로 '책임감'이 요구된다. 이번 사모펀드 사태와 같이 또 다른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는 것이 아닌 자신의 역할에 '주인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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