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ELS 마진콜 위기, 그리고 사모펀드
[데스크 칼럼] ELS 마진콜 위기, 그리고 사모펀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외 증시가 코로나19 사태로 폭락한 올해 3월 당시는 '겉으로' 느껴진 것처럼 단지 금융시장 폭락에서 그칠 상황이 아니었다. 그 당시 수면밑에서는 제2의 금융위기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일촉즉발'의 경고등이 켜 있었다. 

해외 증권사들은 유로스톡스50 등 세계 증시 주요 지수를 기초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의 자체 운용 자금에 대해 추가증거금 납부를 요구했다. 요구 대상은 ELS를 발행한 국내 증권사들이었다.

이같은 마진콜이 들어오면서 국내 증권사들은 담보금 마련을 위해 기업어음(CP), 특히 여전채를 한꺼번에 시장에 던졌다. 당시 마진콜 규모는 3조원 이상이었고, 증권사들이 담보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시에 여전채를 비롯한 CP를 내던지면서 채권 가격이 급락했다. 이어 회사채 매도로 확보한 자금을 달러로 바꿔 담보금으로 넣기 위한 수요가 몰리며 환율은 폭등했다. 

당시 증권사 중 한 곳이 실제 부도 직전까지 갈 뻔했다는 후문도 있다. 네달전을 돌아보면 아찔한 순간이다. 증권사 한 곳이 부도가 날 경우, 맞물려 있는 카드사, 기업, 은행 등으로 이어지는 연쇄적 파장은 불가피하다. 

중요한 것은 3월 위기를 해결한 당사자가 우리나라 정부라고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정부가 20조 규모 채권안정기금 이른바 채안펀드를 가동함으로써 채권시장을 안정화시켰고 마치 위기 순간을 해결한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한 것으로 자부한다면, 이에 동의하는 금융 전문가는 많지 않을 것이다. 

불편한 이야기가 될 지 모르지만, 이번 위기를 해결한 곳, 아니 '해결해 준 곳'은 미국이다. 좀 더 정확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3월 19일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와 한국은행은 6000억달러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체결했다'라기보다는 미국이 '체결해 줬다'고 표현하는게 더 맞는거 같기도 하다. 

통화스와프는 말 그대로 서로 다른 통화를 미리 약정된 환율에 따라 서로 교환해 주는 외환거래다. 글로벌 기축통화인 달러에 대한 발권국은 미국이다. 통화스와프는 미국이 한국의 달러 자금 시장의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2009년 이후 10년만에 체결해 준 것이다. 미국이 굳이(?) 10년만에 한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기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사가 강했다는 후문이다. 통화스와프 체결후 나흘쯤 뒤인 3월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양국 정상간 통화가 이뤄졌다. 

청와대 및 관계부처는 채안펀드 가동을 발표한 3월 24일까지 초긴장 상태였다. 당시 청와대, 관계부처 회의와 관련된 인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채안펀드 발표일이 화요일이었는데 월요일 하루를 두고 금융시장에 일이 터질까봐 조마조마한 상태였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되지 않았다면 채안펀드를 가동하고 싶어도 외환시장이 무너지기 때문에 못하는 구조였다. 정말 다행이었다"고 덧붙였다. 

현 정부의 중차대한 임무를 지고 있는 인사에서 나온 "다행이었다"라는 표현에서,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비상경제회의, 경제중대본회의 등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도 당시의 긴박함이 물씬 느껴진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남의 나라 대통령에게 고마운 마음 갖고 싶지는 않다.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라는 신념으로 극도의 '자국 우선주의'를 밀어붙여 온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을 감안하면,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주기까지 나름대로의 여러 셈법이 깔려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주지 않았다면 어쩔뻔 했냐"며 정부를 비난할 금융 전문가도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코로나19 팬데믹'이었으니까. 

다만, ELS 마진콜에서 발생한 3월의 위기가 올해 다시 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안일하다. 당장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사모펀드가 그렇다. 

라임펀드, 옵티머스펀드, 디스커버리펀드, 젠투펀드에 이어 이젠 공모형 부동산 펀드에서도 수익률 하락으로 수익금 배분에 스톱이 걸렸다. 1만여개 이상 팔린 사모펀드 중 드러난 곳은 불과 몇 군데임에도 피해 규모는 한 곳당 수천억에 달한다. 최근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판단대로 판매 증권사가 투자자들의 피해 금액을 전액 배상할 경우, 몇군데 더 보상해 주면 자기자본이 동 날 것 같은 우려마저 든다. 분조위 결정 놓고 '왈과왈부' 하자는게 아니다. 핵심은 ELS 마진콜로 인한 3월 위기는 비교할 바도 못되는 소위 '조족지혈'일 것이라는 우려감이다.  

사모펀드 발 '암운'이 드리워진 상황에, 문제가 터진 곳 마다 여권측 인사가 거론된다. 하나하나 이야기 하기에도 오르내리는 이름이 참 많다. 청와대 전 행정관에 이어 청와대 관련자, 이외에도 여권측 인사의 이름이 연이어 나오는 이유는 뭔가?

3월 이후 정부는 금융사들의 자산건전을 유도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에 분주하다. 금융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금융 이외 문제점이 없는지 점검해야 할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 사모펀드로 인한 위기가 수면위로 정작 떠오를 경우 그땐 '코로나19 팬데믹'이라고 이해해 줄 국민들 많지 않을 것 같다. 

증권부장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