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보톡스 진실게임 '양패구상'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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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 미국 진출 암초 vs 메디톡스, 국내 입지 흔들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와 메디톡스의 메디톡신주 (사진=각사)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와 메디톡스의 메디톡신주 (사진=각사)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국내 보톡스(보툴리눔 톡신 제제) 업계에 짙은 먹구름이 끼었다. 미용 성형 시술에 주로 쓰이는 바이오의약품의 균주 출처를 두고 벌이던 갈등이 소송전으로 번진 데다 국내 시장에서 퇴출당한 사례도 생겼다. 

7일에는 메디톡스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공식 제소한 건의 예비판결이 나오면서 대웅제약의 미국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 기술문서를 훔쳐 갔다고 주장하면서 지난해 1월 ITC에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공식 제소했는데, 이날 ITC가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에 따르면 미국 ITC 행정판사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고 예비판결했다. 이와 함께 대웅제약이 미국에서 판매 중인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현지 제품명 주보)를 10년간 수입금지하는 명령을 최종 결정권을 가진 ITC 위원회에 권고했다. 나보타가 관세법 337조를 위반한 불공정 경쟁의 결과물이므로 미국 시장에서 배척하겠다는 것이다.

나보타는 대웅제약이 2014년 국내에서 출시한 보툴리눔 톡신 제제로, 지난해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제로는 처음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 제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예비판결로 대웅제약의 나보타 미국 사업은 차질을 빚게 됐다. 오는 11월 최종판결에서 결과가 뒤집힐 수도 있다는 게 대웅제약의 주장이지만, 기업의 신뢰도 추락에 수입금지 권고까지 나온 만큼 기존과 같은 영업활동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비 판결은 오는 11월까지 ITC 전체위원회의 검토와 미국 대통령 승인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소송전에 따른 비용 역시 대웅제약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웅제약은 그동안 보툴리눔 균주 출처와 관련한 소송을 위해 분기마다 100억원을 넘게 써왔는데, 올해 1분기에 쓴 소송 비용 137억원은 주보 수출 금액(136억원)보다 많을 정도다. 

메디톡스는 일단 승기를 잡았다는 분위기지만, 국내에서 진행 중인 민·형사 소송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의 품목 허가를 취소한 데에 따른 행정소송 같은 풀어야 할 숙제들을 갖고 있다.  

메디톡스는 무허가 원액 사용과 허위 서류 기재 등 약사법을 위반한 혐의로 메디톡신의 품목허가 취소를 받았다. 메디톡신은 메디톡스의 연간 매출 40%를 차지하는 주력 제품이기 때문에 사업 차질이 불가피하다. 

국내에서만 품목허가 취소된 상황이지만 해외 사업 역시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당장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 뉴로녹스의 허가 심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밖에 ITC가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준 데 따른 균주 출처 분쟁이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제 업체 전체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면서 업계엔 긴장감이 돌고 있다. 과거 메디톡스는 대웅제약뿐만 아니라 휴젤의 보툴리눔 균주 출처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해왔다.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의 균주 출처 분쟁에서 승기를 잡은 만큼 업계 1위 휴젤로 화살이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주 도용 혐의가 진실로 밝혀진 만큼 이제 정부가 나서서 국내에 난립한 보툴리눔 톡신 제제 기업을 검증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휴젤, 메디톡스, 대웅제약, 휴온스, 종근당이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판매 중이다. 이밖에 파마리서치프로덕트의 자회사 파마리서치바이오, 제테마, 칸젠, 프로톡스, 칸젠도 사업을 준비 중이다. 이중 휴젤은 메디톡스보다 시장 진입은 늦었지만, 메디톡스가 균주 분쟁에 휘말린 2016년부터 메디톡스를 앞지르기 시작해 4년 연속 매출액 기준 1위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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