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초저금리 한파에 시중은행에서 빠져나온 예금의 일부가 제2금융권으로 몰리고 있다. 은행권에 비해 금리가 높은 데다 비과세 혜택이 실질적 금리 인상으로 인식되면서 많은 이들이 여윳돈을 맡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7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모바일 앱 'SB톡톡플러스'를 통해 집계된 지난 6월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2조6123억원으로 전달 2조3277억원 대비 12.2% 늘었다. 지난 1월(1조2122억원)과 비교하면 115% 증가한 수준이다.
상호금융권도 올해 들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새마을금고의 수신액(예수금)은 177조8000억원으로 추정돼, 전달(176조3000억원)과 견줘 1조5000억원가량 불어났다.
신협은 지난 6월 집계가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5월 기준으로 95조3830억원을 기록했다. 수신잔액이 올 1월까지만 해도 92조9259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조2571억원 가량이 신협으로 흘러들어간 셈이다.
이는 최근 시중은행의 예·적금 잔액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예·적금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672조153억원으로 작년 12월 말보다 13조7000억원 감소했다.
제2금융권에 투자자들의 발길이 향하는 것은 '높은 금리' 때문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예금 금리가 0%대로 낮아지면서 금리를 더 얹어주는 저축은행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 예금금리가 연 0%대로 떨어진 시중은행과 달리 저축은행의 12개월 기준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1.8%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상호금융권은 1인당 예금액 3000만원까지 이자소득세가 면제돼, 농어촌 특별세 1.4%만 세금으로 내면 된다. 이자수익에 대해 15.4%의 세금이 부과되는 은행보다 메리트가 크다고 꼽히는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예·적금이 재테크 수단으로의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라며 "비교적 금리가 높을 뿐 아니라 비과세 혜택은 수요자들에게 실질적인 금리 인상으로 인식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저축은행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 자금'을 끌어오기 위한 특판을 선보이기도 한다. 판촉을 통해 더 많은 고객 확보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신한카드와 함께 최고 연 6.3%의 정기적금 상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기본금리가 연 2.2%이며, 애큐온 멤버십에 동의할 경우 0.1%포인트(P), 모바일로 적금을 가입할 시 0.1%P가 추가된다. 여기에 신한카드 사용 조건을 충족하면 우대금리 3.9%가 더해져 총 6.3%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비대면 기반 종합 디지털금융 플랫폼 '뱅뱅뱅' 출시 기념으로 연 7.0%의 금리를 제공하는 '뱅뱅뱅 777 정기적금'을 선보였다. 7월 한 달간 매일 777명 선착순으로 가입할 수 있다. 12개월 만기 상품으로 월 납입금은 최대 20만원이다. 이자는 만기에 지급한다.
다만 일각에선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도 '고금리' 상품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자금이 꾸준히 흘러들어오는 상황에서 고객에게 보장해 줘야 할 금리가 높으면 역마진을 우려해 예금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앞서 OK저축은행은 OK정기예금 1년 만기 금리를 1.8%에서 1.7%로, SBI저축은행은 SBI스페셜(복리)정기예금 금리를 1.8%에서 1.65%로 내린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 신협 등은 시중은행보다 고금리로 고객을 유치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예금 금리를 내리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저금리 상황이 지속된다면 역마진을 우려한 업체들은 예금 금리를 낮추려고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