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책임론 제기 '파장'
유시민, 책임론 제기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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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출마할 사람 불출마…한나라 강세지역 출마해야" 
 
[서울파이낸스 박민규 기자]<yushin@seoulfn.com>한때 '경호실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친노핵심인사인 유시민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이 대선 참패와 관련, 자신을 포함해 당과 정부를 이끌어온 20~30명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해 주목된다. 해당 인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우선 궁금해 진다. 유 의원은 최근 비공개로 진행된 신당 의원총회에서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자신의 홈페이지에 발언 전문을 공개했다.

유 의원은 대선 결과와 관련, "국민은 이번 대선에서 우리당 정동영 후보를 통해 그동안 정부와 집권당에서 드러난 모든 문제에 대한 총체적 심판을 내린 것으로 받아들인다"며 "말로 논쟁할 때는 지났고 단호한 행동을 해야 할 시점이다. 국민이 심판을 내렸는데, 이 심판을 받아들이는 어떤 의식이 필요한 것 같다. 굿이면 굿, 희생제의면 희생제의. 정서적으로 그런 것이 필요한 국면에 와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호남 공천) 기득권으로부터 당과 정부를 끌어온 책임 있는 사람들이 손을 떼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저를 포함해 20~30여명 되는 것 같다. 이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자기를 버리는 의식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불출마하실 분은 불출마하시고, 절대강세지역과 상대강세지역에서 프리미엄을 갖고 정치를 해오신 분들은 그것을 포기하고 한나라당 강세지역으로 당이 임명하면 가겠다든지, 이런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정국과 관련해서도 "적어도 당분간은 한나라당 이 당선자가 유능하게 잘할 가능성이 많으며, 특히 총선 전까지는 큰 실수 하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공기업 개혁 꺼내는 것을 보면 우익 포퓰리즘 현상을 보이고 있다.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불만, 참여정부의 공공분야 강화 현상을 집요하게 공격한 보수언론의 논조에 편승하는 인기몰이가 예상되기 때문에 실수를 기대하고 총선에 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다음은 유시민 의원 총회 발언 전문]
언론을 보니 저도 쇄신대상으로 지목된 한 사람이다. 거기 해당되시는 분들이 아무도 말씀을 하지 않아서 몇 말씀 드리겠다. 앞서 발언하신 의원님들 말씀 잘 들었다.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다. 그러나 몇 가지는 제 판단과 다르다.

두 가지만 말씀 드리겠다. 적어도 당분간은 한나라당 이 당선자가 유능하게 잘할 가능성이 많다. 총선 전까지는 큰 실수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대응도 단기, 장기 대응으로 나눠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총선 전까지 총선에 임하는 단기 대응책이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이명박 정부가 시행할 정책의 효과와 부작용, 그에 대한 국민의 반응, 그 시점에서 국민이 소중하게 품게 될 가치와 소망을 염두에 두고 5년, 10년 후에 정권을 다시 찾아올 수 있는 정책노선을 정비하고 인력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 총선 전까지 한나라당과 이 당선자는 악재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 최근 공기업 개혁 꺼내는 것을 보면 우익 포퓰리즘 현상을 보이고 있다.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불만, 참여정부의 공공분야 강화 현상을 집요하게 공격한 보수언론의 논조에 편승하는 인기몰이가 예상되기 때문에 실수를 기대하고 총선에 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우리 의원들 사이에 해결할 문제가 많다. 어제 토론회에서 대학의 정치학자가 제발 생각 같은 사람들끼리 당을 하라고 충고했다. 이것 역시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독재/반독재 구도에서 인구 많은 영남을 깔고 앉은 보수 한나라당을 상대로 살아남으려면 다 뭉쳐야 하니까, 우리 사이의 작은 차이를 접고 20년간 결속해 왔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 한나라당을 독재세력으로, 악으로 규정하는 선거전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제는 민주화 이후에 국민의 소망과 가치를 담을 수 있는 정책과 정치 행위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처럼 생각이 많이 다르고 지향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큰 당을 해야 하느냐, 이것도 중장기적으로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우리가 강력한 한나라당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뭉쳐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 서로 자제하면서 어려운 국면을 넘어갔어야 했는데 잘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저도 큰 책임이 있다. 이 두 가지를 말씀드리는 이유는 총선 전까지 단기대응, 총선 이후에는 중장기적인 정치발전, 정당발전, 국가발전을 나눠서 생각하자는 의미로 말씀 드렸다. 두 가지를 섞으면 해법은 전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여러 의원님들이 참여정부에서 장관급 이상 지낸 사람들, 원내대표,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당의장 등 지낸 사람들 물러나라고 하시니, 그 문제와 관련해 소견을 말씀드리고자 한다. 충분히 이해한다. 왜 이해를 못 하겠는가. 잘잘못을 따지면 각자의 소신과 경험, 이해관계에 따라 대선평가를 다르게 할 수 있고 우리당이 패망한 이유도 다르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끼리 비판해봐야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에 승복을 하겠는가. 우리당은 연합정당이다. 반한나라당 연합 정당인 만큼 어느 쪽도 그 책임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다. 말이 필요한 시점은 지났다. 국민은 이번 대선에서 우리당 정동영 후보를 통해 그동안 정부와 집권당에서 드러난 모든 문제에 대한 총체적 심판을 내린 것으로 받아들인다.

새로운 출발이 필요할 때다. 책임이 누구에게 있다, 누구 나가라고 해서 남은 사람들이 행복해 질 것 같지 않다. 국민이 한나라당을 선택한 것이 최선의 선택이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견해의 차이가 있지만, 국민의 선택이라는 것은 주권자의 선택이니까 받아들여야 한다. 말로 논쟁할 때는 지났고 단호한 행동을 해야 할 시점이다. 국민이 심판을 내렸는데, 이 심판을 받아들이는 어떤 의식이 필요한 것 같다. 굿이면 굿, 희생제의면 희생제의. 정서적으로 그런 것이 필요한 국면에 와있다. 신당 국회의원 중에 누군가가 희생되어야 한다면, 우리당 창당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당과 정부를 끌어온 사람들이 그 희생 제물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제 생각이다.

누구도 우리당 지도부에 몸담고 있는 것을 기득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당이 갖고 있는 기득권은 공천권 하나다. 그것도 강세 지역 공천권. 절대 강세지역이든 상대적 강세지역이든. 제주지역은 상대강세지역, 호남은 절대강세지역이다. 서울 수도권에도 일부 상대적 강세지역이 있다. 이런 곳의 공천권 외에는 당이 갖고 있는 정치적 기득권은 없다.

이 기득권으로부터 당과 정부를 끌어온 책임 있는 사람들이 손을 떼는 것이 합리적이다. 저를 포함해 20~30여명 되는 것 같다. 이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자기를 버리는 의식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불출마하실 분은 불출마하시고, 절대강세지역과 상대강세지역에서 프리미엄을 갖고 정치를 해오신 분들은 그것을 포기하고 한나라당 강세지역으로 당이 임명하면 가겠다든지, 이런 게 필요하다.

제가 개인적으로 대구 수성을 주호영 의원 지역구에 출마하려 마음먹고 사무실도 다 준비했지만, 그것조차도 당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하지 않을 생각이다. 당이 하라고 하면 무엇이든 하는, 그런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당이 살 수 있다면 무엇을 못하겠는가.

이미 말이 나온 이상 거기에 해당하는 당의 어른들이 모여 어떻게 당을 살릴 것인가, 어떻게 진보개혁세력을 살릴 것인가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시고 집단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난국에는 원로 분들이 모여 스스로를 버리는 결단을 내리는 것 외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당이 살길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외람된 말씀을 드리는 것을 타박하지 마시고, 저 나름대로는 오랜 생각 끝에 이 길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충성에서 드리는 말씀으로 받아주셨으면 좋겠다.

박민규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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