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지원 연구팀, 반도체 크기 1000배 줄일 방법 찾았다
삼성 지원 연구팀, 반도체 크기 1000배 줄일 방법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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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UNIST 교수팀···사이언스誌 게재
"원자 4개에 1비트 저장···한계 뛰어넘어"
10년간 미래기술육성사업에 1.5조 지원
이준희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준희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국내 연구진이 반도체 메모리 용량을 지금보다 1000배 높일 수 있는 물리 현상을 새로 발견했다.

해당 기술이 상용화에 성공하면 원자 4개에 1비트(bit)의 정보를 담아 손톱만 한 크기의 메모리 반도체에 500TB(테라바이트)를 저장하는 게 이론상 가능하다. 1테라바이트는 고화질(HD)급 영화 125편 정도를 저장할 수 정보량인데, 손톱 크기의 메모리 반도체에 약 6만 2500편의 고화질 영화를 담을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이 지원한 UNIST(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화학공학부 이준희 교수(사진) 연구팀이 차세대 메모리반도체의 집적도를 1000배 이상 향상시킬 수 있는 이론과 소재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2일(현지 시간)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순수 이론 논문으로는 이례적인데, 국내 연구팀 단독 교신으로 진행한 이 연구는 이론적 엄밀성과 독창성, 산업적 파급력을 인정받아 게재됐다.

반도체 업계는 반도체를 더 작게 만들기 위한 경쟁을 펼쳐왔지만, 소형화가 한계에 직면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소자를 만드는 공정에서 단위셀 크기는 10나노미터(㎚·10억분의 1m)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단위셀 크기를 더 줄이게 되면 반도체 물질의 능력이 약해지다가 모두 사라지는 '스케일 현상'(scale)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차세대 강유전체 메모리(FeRAM)는 전압의 방향을 바꾸면서 원자의 위치 변환을 통해 0과 1을 조절, 1비트를 구현한다. 플래시 메모리와 달리 초저전력으로 빠르게 작동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이 스케일 현상으로 인해 소형화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연구팀이 제시한 단일 원자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오른쪽)와 수천 개의 원자 집단인 도메인을 사용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비교.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팀이 제시한 단일 원자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오른쪽)와 수천 개의 원자 집단인 도메인을 사용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비교.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존 이론은 0과 1의 구분으로 디지털화 된 정보, 즉 1비트를 저장하는 데 원자 수천개 이상이 결합한 수십~수백 나노미터(㎚) 크기의 원자집단인 '도메인'(domain)이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고 봤다.

도메인은 1비트의 정보를 저장하기 위한 물질 내의 최소 크기 영역. 수천 개의 원자가 탄성으로 연결돼 있고, 이를 통째로 1비트를 저장하는 데 사용하기 때문에 개별 원자에 정보를 저장하는 게 불가능했다.

연구진은 산화하프늄이라는 물질에서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열쇠를 찾았다. 산화하프늄에 특정한 전압을 걸면 원자들을 스프링처럼 강하게 묶어주던 상호작용이 완전히 사라지는 새로운 물리현상을 발견한 것이다.

원자 사이에는 스프링처럼 연결된 탄성 작용때문에 수천개가 같이 움직이는데, 특정 전압을 건 산화하프늄에서는 이런 상호작용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연구팀은 밝혀냈다.

전압이 원자들 사이 상호작용을 끊어 자연차폐막이 형성되는 현상을 이용해 마치 진공에 있는 것처럼 반도체 안에 존재하는 산소 원자 4개씩을 개별적으로 제어해 정보 저장이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팀의 연구 이론을 적용하면 10nm 수준에 머물러 있는 메모리 소자의 단위셀 크기를 0.5nm까지 축소해 원자 4개 묶음에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산소 원자 4개가 위쪽으로 움직이면 '0', 아래쪽으로 움직이면 '1'이 되는 방식이 가능하고, 전기를 끊어도 그대로 유지돼 비휘발성 메모리로도 사용할 수 있다.

원자에 직접 정보를 저장하기 때문에 기존 메모리 소재로는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작은 반도체뿐만 아니라 초집적·초절전 인공지능 반도체 구현도 가능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특히 연구팀은 산화하프늄이 기존 실리콘 반도체 공정에서 이미 흔하게 사용하는 물질이어서 상업화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교수는 "향후 초집적 반도체 분야에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는 이론"이라며 "개별 원자에 정보를 저장하는 기술은 원자를 쪼개지 않는 한 현 반도체 산업의 마지막 집적 저장 기술이 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12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과제로 선정돼 연구 지원을 받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도 미래소재디스커버리 사업으로 선정, 지원 중이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국가 미래 과학기술 연구 지원을 위해 2013년부터 10년 동안 1조50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589개 과제에 7589억 원의 연구비를 집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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