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주식 헌납에 제주항공 "선결 조건부터"···진전없는 M&A
이상직 주식 헌납에 제주항공 "선결 조건부터"···진전없는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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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통보 비상식, 책임 회피" 주장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의 창업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스타항공 지분 전량을 헌납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제주항공 측은 사전 합의 없이 이뤄진 일방 통보에 불과하다며 선결조건부터 이행하라는 입장이다. 김유상 이스타항공 경영본부장(왼쪽)과 최종구 대표이사. (사진=주진희 기자)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의 창업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스타항공 지분 전량을 헌납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제주항공 측은 사전 합의 없이 이뤄진 일방 통보에 불과하다며 선결조건부터 이행하라는 입장이다. 김유상 이스타항공 경영본부장(왼쪽)과 최종구 대표이사. (사진=주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이스타항공의 창업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보유하고 있던 자녀들의 이스타항공 지분 전량을 헌납하겠다고 깜짝 발표했으나 제주항공 측은 사전 합의 없이 이뤄진 일방 통보에 불과하다며 선결조건부터 이행하라는 입장이다.

이스타 조종사노동조합 측에서도 이 의원과 사측의 결정이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며 검찰 고발을 예고했다. 이로써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의 갈등의 골이 더 깊어져 인수합병(M&A)이 무산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이 의원의 지분 전량 헌납 결정에 "공식 공문을 통한 통보도 아니였고 그저 우린 언론보도를 보고 알게 됐다"며 "기존 계약서에 명시된 선결조건부터 이행해야지 기존 계약 내용을 상의 없이 마음대로 바꾸고 따르라니 곤란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스타항공 측으로부터 아직까지 기자회견에서 발표했던 내용을 토대로 한 계약변경이든 합의문이든 온 게 아무것도 없다"며 "일방적인 통보를 할 게 아니라 변경된 내용이든 선행조건 이행여부에 대한 공문을 보내 협의를 하는 등 순서를 지키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의원은 전날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김유상 이스타항공 경영본부장이 대독한 입장문을 통해 "희생하더라도 회사를 살려야한다고 생각해 제 가족이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소유하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지분 모두를 회사 측에 헌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의원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이스타항공 지분은 총 39.6%로, 이 중 질권 설정 등으로 사용할 수 없는 1%를 제외하면 약 410억원(38.6%)에 달한다. 이를 이스타항공 측에 무상으로 넘긴다면 M&A 성사 시 제주항공 전환사채(CB) 100억원을 포함해 약 150억~200억원이 제주항공 손에 남게 되니 임금체불 250억원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일각에서는 M&A가 성사된다 하더라도 410억원 가운데 CB 말고도 부실채권(약 110억원)과 세금(약 70억원)도 내야해 사실상 이스타항공에 남는 금액은 체불임금 250억원보다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이스타항공은 지난해부터 B737MAX(맥스) 결함 사태와 보이콧 재팬 등으로 경영이 어려워져 부채가 2200억원(1분기 말 기준)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이고, 3월부터 모든 운항을 중단해 매달 250억원의 빚이 쌓이고 있어 제주항공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항공 항공기. (사진=제주항공)
제주항공 항공기. (사진=제주항공)

제주항공 측은 이스타항공이 지분 헌납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과 이후 자금 활용 계획 등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고 당초 계약했던 선결조건 조차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어 인수작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해 체불된 250억원 임금 역시 이스타항공 측이 당연히 부담해야 하는 문제인데 지분 헌납을 빌미로 책임을 돌리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양측 갈등의 골이 더 깊어져 M&A 무산 가능성이 한층 더 커졌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증권업계 다수의 관계자들은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즉시 부채비율이 대폭 증가해 애경그룹까지 부실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조만간 이 의원과 딸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를 업무상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위원장은 "이상직 의원의 주식 헌납은 결국 모든 책임을 피하기 위한 의도"라며 "매각 주체가 바뀌면 계약 주체가 바뀌기 때문에 지금 계약을 원점에서 검토하게 됐고 결국 이스타항공도 이상직 의원과 한 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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