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화 위원장 "사용후핵연료 재공론화 실패···산업부가 판 잘못 짰다"
정정화 위원장 "사용후핵연료 재공론화 실패···산업부가 판 잘못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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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위원장 '반쪽 공론화' 평가 유감"
정정화 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원장은 26일 오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혜경 기자)
정정화 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원장은 26일 오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혜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는 실패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처음부터 판을 잘못 짰다"

정정화 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원장은 26일 오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사퇴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입장을 밝히며 일차적인 책임을 정부에 돌렸다. 

정 위원장은 "공론화의 첫 번째 조건은 대표성인데 처음부터 대표성이 확보되지 못한 상태로 공론화가 진행됐다"며 "위원회 출범 전 이해당사자가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과 중립적인 인사로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했는데 산업부는 이해당사자가 참여할 경우 회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등 공론화가 어렵다고 판단해 중립적인 인사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론화 원칙을 지키기 위해 이해당사자 협의체라도 구성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탈핵시민계를 포함해 이해당사자가 포괄적으로 참여하는 방향으로 판을 다시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탈핵시민계도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을 청취한 후 대표를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탈핵시민계를 대표할 인사를 찾기 위해 전남 영광의 구석진 곳까지 찾아갔다"며 "산업부는 극단적인 단체들과는 대화를 할 수 없다는 전제를 깔고 있었고 이같은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공론화가 진행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재검토위 회의록과 속기록 공개 여부를 두고서도 산업부와 갈등을 빚은 바 있다"며 "국민들이 공론화 진행 관련 내용을 알 수 있도록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자고 건의했지만 그쪽 입장은 달랐다"고 말했다. 

또 "재검토위 지원단도 산업부와 원자력환경공단으로만 구성돼 중립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지속 제기한 바 있다"며 "일련의 상황들로 미뤄봤을 때 정부는 대다수 국민들이 사용후핵연료 관리 문제를 인지하고 쟁점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해당사자 협의체 구성 등을 건의했지만 산업부가 거부하면서 몇 차례나 사퇴를 결심했다고 전했다. 사퇴 의사를 밝히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지난 4월 월성원전 지역실행기구 시민참여단 구성을 위한 설문 문항이 위원회 상의없이 완전히 변경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 달이 지난 시점에 해당 자료를 받아보니 단순 문항이 바뀐 것이 아닌 전체 내용이 달라졌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근본적인 취지를 훼손하는 내용이라 판단하고 사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4일 열린 재검토위 회의에서 공론화를 계속할지 논의한 결과 당시 참석 위원 9명 중 6명이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본인을 포함한 나머지 3명은 제대로 된 숙의 과정을 진행할 수가 없다는 의견을 냈다"고 부연했다. 정 위원장에 따르면 15명의 위원들 가운데 2명은 지난해 말 이미 사퇴했고 현재 1명은 곧 사퇴 의사를, 나머지 1명은 사퇴를 고민하고 있다. 

산업부와 재검토위는 정 위원장의 사퇴에도 공론화를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는 "그동안 국민과 원전지역 주민 의견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수렴하기 위해 추진해왔던 모든 노력들이 시민사회계의 불참을 이유로 '불공정' 혹은 '반쪽 공론화'라고 평가받은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전했다. 

재검토위 관계자는 "현재 위원회는 이날 사퇴 의사를 밝힌 위원장만 사퇴했다고 인지하고 있다"며 "나머지 위원들 중 호선을 통해 위원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인 에너지정의행동은 "핵폐기물 관리 정책은 10만년 이상 보관해야 하는 물질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장기 계획"이라며 "책임과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독립적 기구에서 첫 단추를 채울 것"을 당부했다. 

이어 "정부는 단기간에 성과내기에 급급할 것이 아닌 제대로 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진행된 공론화 실패를 인정하고 재공론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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