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 '암운' 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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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변곡점 '거꾸로', 나스닥 결국 1만선 아래로
IMF, 세계성장률 두달새 하향···"견줄 수 없는 위기"
美, EU에 3.7조 추가 관세···'보호주의' 전방위 확대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세계 증시의 암운이 짙어졌다. 코로나 19 재확산으로 인해 IMF가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두달만에 하향 조정했다.

여름이 되면 호전될 줄 알았던 코로나19의 변곡점이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되레 악화되는 부정적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여기에 미중 무역 갈등에 이어 미국이 유럽연합 회원국에 대해서도 추가 관세를 때리는 등 경제위기 가운데에서도 주요국간 갈등은 한층 커졌다.  

24일(이하 현지시간)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 대비 무려 7.87% 상승한 33.84를 기록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가 각각 2.72%, 2.19% 하락했고, 유럽증시 주요지수도 일제히 내렸다. 독일 DAX 지수는 전날보다 429.82p(3.43%) 내린 1만2093.94에 거래를 마쳤다. 프랑스 CAC40 지수는 146.32p(2.92%) 떨어진 4871.36에 장을 닫았다. 영국 FTSE100 지수는 196.43p(3.11%) 밀린 6123.69를 나타냈다. 이탈리아 FTSE MIB 지수는 678.60p(3.42%) 내려 1만9162.98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재확산이 사실화되면서 세계 증시가 깊은 조정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됐다. CNBC가 존스홉킨스대학 데이터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 화요일 기준으로 미국의7일 평균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이전 주보다 32% 증가했다.

뉴욕과 뉴저지, 코네티컷 등 북동부 3개 주는 플로리다 등 코로나19 증가세가 가파른 주에서 오는 여행객에 대해 14일간 격리 조치를 취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한 주에서 오는 여행객을 사실상 막겠다는 뜻으로, 5월부터 미국에서 봉쇄 완화가 시작된 이후 가시적인 이동 제한 조치가 다시 나온 셈이다.

CNN 등에 따르면 이날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미 하원의 코로나19 대응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미국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다시 하루 3만명을 넘기는 추세며, 일부 지역은 감염이 급증해 불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각 지역 상황은 제각각"이라며 "뉴욕주 등은 확진자가 줄고 있지만 다른 곳에선 지역사회 감염이 늘고 있어 매우 우려된다"고 했다.

이같은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국제통화기금(IMF)은 24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두달만에 -4.9%로 하향했다. IMF는 지난 4월 내놓은 전망치 3.0% 보다 1.9%p를 더 낮추면서 "코로나19 팬더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경제 악화가 예상보다 더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IMF는 내년 경제 성장률 예측치도 5.8%에서 5.4%로 하향 조정했다.

IMF는 생산성과 공급망이 타격을 입은 가운데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하반기에도 유지되면서 경제가 예상보다 더 악화할 것으로 판단했다. 일부 국가들이 높은 감염률과 싸우면서 봉쇄가 장기화 하며 경제 활동을 추가로 위축할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올해 경제성장률이 기존보다 2.1%p 하향된 -8.0%로 전망됐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성장률 예측치도 -10.2%로 낮아졌다. 독일 -7.8%, 프랑스 -12.5%며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본 이탈리아와 스페인도 각각 -12.8%였다. 독일은 4월 전망보다 0.8%p 하락에 그쳤지만, 프랑스는 5.3%p나 급락했다. 영국도 3.7%p 내린 -10.2%로 예상됐다. 일본의 성장률은 0.6%p 하향한 -5.8%로 전망됐다.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도 4월보다 2%p 떨어진 -3.0% 성장률로 예상됐다. 중국의 성장률은 1.0%로 지난 발표보다 0.9%p 감소했다. 인도(-4.5%)와 아세안(-2.0%) 국가들은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으로 관측됐다. 브라질과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9.1%, 10.5%, 8.0%로 제시했다.

특히 IMF는 향후 전망과 관련 두 가지 방향의 상반된 예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하나는 내년 초 '제2의 코로나19 대유행'이 발생해 경제회복은 더 느려질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올해 하반기부터 점진적인 경제 회복을 가정, 더 빠르게 복구되는 상황을 전망했다. 그러나 이날 세계 주요국 증시는 점진적 회복 보다는 '제2의 코로나19 대유행' 우려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간 무역전쟁은 코로나19 위기속 세계 각국의 보호주의 기조를 한층 확대하며 세계 증시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부상했다. 

중국이 러시아, 인도와 협력관계를 강화하며 미국에 대한 공세모드로 전환한데 이어 전세계의 보호주의 및 일방주의 기조의 확산 속도는 코로나19 만큼 가파르게 전개되고 있다. 이에 세계 증시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24일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프랑스, 독일, 스페인, 영국산 수입품에 31억달러(약 3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 관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전운이 고조되는 유럽연합(EU)과의 무역전쟁에 활용할 강력한 ‘무기’를 장착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유럽산 올리브와 맥주, 주류, 트럭 등에 새로 관세를 부과하고, 항공기와 유제품, 의류에 부과하는 기존관세율을 높이는 무역법 301조 행정규칙을 23일(현지시간) 입법예고했다. 한 달 뒤인 7월 26일까지 의견 청취 기간을 둔 뒤 시행할 방침이다.

USTR은 이번 관세 추가·확대 입법예고가 기존 EU의 항공기 보조금, 유럽 각국의 디지털세 등에 대응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디지털세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온라인·모바일 플랫폼 기업이 자국 내에서 올리는 디지털 매출에 법인세와 별도로 매기는 세금이다.

프랑스를 시작으로 영국과 이탈리아, 스페인이 지난해부터 미국 기업들에 부과하기 시작한 디지털세로 인해 두 진영 간 무역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대표 격인 프랑스가 올 초 휴전하고 협의안을 도출하기로 합의했으나, 이달 초 미국이 일방적으로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세계경제 성장률 하향과 세계 주요국간 무역전쟁으로 인해 증시에서는 여행, 항공, 소매, 금융주 등 경기 민감주를 중심으로 하락폭이 컸다.

신용평가기관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크루즈 여행사 카니발에 신용등급을 정크등급으로 강등했다. 뉴욕증시에서 카니발의 주가는 이날 11% 이상 하락했다. 전일 사상 최고치로 올랐던 애플 주가도 1.8% 하락했다. 아메리칸항공 주가는 6.9%가량 급락했다. 전 업종이 하락한 가운데 에너지가 5.54% 급락했고 금융주도 3.51%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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