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브랜드] 농심 '새우깡'
[파워브랜드] 농심 '새우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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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태어난 '국민과자'···"깡 열풍 타고 최근 한달 매출 30% 증가" 
'내가 먼저 먹을래!'란 제목의 새우깡 출시 초기 지면 광고. (사진=농심 홈페이지 캡처)  
'내가 먼저 먹을래!'란 제목의 새우깡 출시 초기 지면 광고. (사진=농심 홈페이지 캡처)  

[서울파이낸스 장성윤 기자] "마트에서 소주 한 병과 새우깡 한 봉지를 달랑 사들고 나서는 중년남자를 종종 본다. 빵빵하게 부풀어있는 봉지를 만지면서 '나도 이렇게 자신만만하던 때가 있었지'하며 회상에 잠길지도 모른다. 소주 한 잔을 털어 넣고 새우깡 두어 개 깨물면서 새우깡만큼 자신이 단단했더라면 삶이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새우깡을 반 봉지쯤 비웠을 무렵 그의 얼굴이 조금 밝아지면서 '그래, 깡으로 버텨보는 거야'하며 새로운 다짐을 할지도 모른다. 그것의 아름을 '새우봉'이나 '새우꽝'으로 짓지 않은 게 고맙다." 농심이 지난해 12월 사보(N:ZIN)에 소개한 정성화씨의 수필 '새우깡' 중 일부다. 

'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깡에 손이 가요, 아이 손 어른 손 자꾸만 손이가, 언제든지 새우깡 어디든지 맛있게, 누구든지 즐겨요 농심 새우깡'이란 광고 노래(CM송)로 유명한 농심 새우깡은 '국민과자'로 불린다. 1971년 출시된 이후 49년 동안 소비자들로부터 사랑 받은 결과 얻어낸 훈장인 셈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누적 판매량 81억봉을 넘어선 새우깡의 인기 비결은 첫째가 '질리지 않는 맛'이다. 농심에 따르면, 90g짜리 새우깡 한 봉지엔 5~7cm 크기 새우 4~5마리가 들어간다. "생새우를 사용하기 때문에 고소하고 짭짤한 맛이 우리 입맛에 딱 맞는 수준"이고 "삼키는 순간 다시 그 맛을 즐기기 위해 반사적으로 손이 가게 된다"는 게 농심 설명이다. 

'만드는 방법'도 질리지 않는 새우깡 맛 완성에 큰 몫을 했다. 과자는 주로 기름에 튀겨 만드는데, 새우깡은 가열된 소금에 구웠다. '새우소금구이'처럼 담백하고 짭짤한 맛을 내기 위해서였다. 새우깡 개발에 나선 농심 연구원들은 1년간 4.5톤(t) 트럭 80여대 분량 밀가루를 써가며 실험을 반복했고, 독자적 공법으로 결실을 맺었다.  

새우깡은 농심의 '개국공신'으로도 꼽힌다. 1965년 설립된 농심은 새우깡 이전 '소고기라면'을 히트시켰다. 하지만, 1971년 농심의 사정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 라면 시장 점유율이 20%에 머물렀고, 정부가 라면 가격을 규제한 탓에 이익을 내기 힘들었다.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농심은 과자 사업에 뛰어들었고, 국민과자 탄생으로 이어졌다. 새우깡 출시 초기 인기에 대해 농심은 "새로운 맛과 식감, 건강함으로 대히트를 쳤다"면서 새우깡을 사기 위해 모인 트럭들이 서울 대방동 공장 앞에 장사진을 이룰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또 "회사 전체 매출은 새우깡 출시 3개월 만에 350% 증가했고, 라면 사업을 키우는 바탕이 됐다"고 덧붙였다. 현재 새우깡의 연간 매출액은 700억원에 이른다.  

새우깡은 4종이 출시된 상태다. '손이 가요 손이 가'는 1980년 후반부터 불린 새우깡 CM송 가사다. (사진=농심 홈페이지 캡처)
새우깡은 4종이 출시된 상태다. '손이 가요 손이 가'는 1980년 후반부터 불린 새우깡 CM송 가사다. (사진=농심 홈페이지 캡처)

새우깡은 최근 들어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 화제로 떠올랐다. 24일 농심은 "가수 비의 '깡'이 이슈가 되자 새우깡이 자연스레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콘텐츠) 대상이 됐다"면서 깡 열풍과 함께 지난 5월24일부터 이달 23일까지 새우깡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 늘어난 7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농심 관계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1일1깡', '식후깡' 등 해시태그와 함께 새우깡 구매 인증사진이 연일 올라오고 있으며, 판매가 크게 늘었다"고 짚었다. 브랜드 이름 덕분에 '깡 특수'를 누리는 것이다. 

새우깡이란 이름은 농심 창업자인 신춘호 회장(당시 사장) 작품이다. 새우과자 출시 당시 회사에선 '새우스낵', '새우튀밥', '새우뻥' 등 여러 가지 이름이 거론됐다. 그러나 입에 착 달라붙는 게 없었다. 고민하던 신 회장은 어린 딸이 '아리랑'을 '아리깡'이라고 잘못 발음하는 걸 듣고 아리 대신 새우를 붙여봤다. 이는 '장수 브랜드' 탄생으로 이어졌다. 새우깡 이후 농심은 '감자깡', '고구마깡', '양파깡' 등 주원료와 깡을 버무려 이름을 지은 과자를 여럿 선보였다. 

새우깡은 변신 중이다. 21세기 들어 '매운새우깡'(2000년), '쌀새우깡'(2004년), '깐풍새우깡'(2018년)으로 가지를 쳤다. 이달부터 포장지 디자인도 바뀌었다. 새우깡 포장지 디자인 변경에 대해 농심은 "새우를 의미하는 주황색과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금색 배경은 유지하되, 새우 이미지를 더 큼직하고 먹음직스럽게 표현했다. 또 '튀기지 않고 구워 만든 스낵'이란 문구를 앞면에 새겨 넣어 특유의 담백한 맛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농심은 '깡 열풍'을 잇기 위한 채비도 마쳤다. 소비자들 요청을 받아들여 가수 비를 새우깡 광고 모델로 낙점한 농심은 지난 4일 "소비자와 활발한 소통을 위해 대국민 참여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며 마케팅 활동을 예고했다. 24일엔 "대국민 챌린지 선정작과 비가 어우러지는 새로운 광고를 선보인다"고 구체적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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