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시장 재편①] 내년 배출권 거래제 3차 시행···기후위기 대응
[탄소시장 재편①] 내년 배출권 거래제 3차 시행···기후위기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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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 결합 중요성 부각···'한국형 그린뉴딜' 방향 주목
광양제철소 (사진=포스코)
광양제철소 전경. (사진=포스코)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올해로 6년차를 맞은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내년 3차 계획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해당 제도는 시장 메커니즘에 기반을 둔 탄소 정책으로 저탄소 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온실가스 감축에 대응할 목적으로 도입됐다. 3차 계획기간은 파리협정 출범에 따른 강화된 기후위기 대응 체계와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각 국의 경기부양책과 맞물린다. 

최근 한국에서도 뉴딜 정책과 에너지전환 결합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2050년까지 '넷제로(온실가스 순배출량 0)'를 선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배출권 거래제 3기에는 유상할당 비율 확대, 제3자 참여 등 유동성 확보를 위한 개선이 이뤄지는 가운데 7월 중 발표될 '한국형 그린뉴딜'의 방향에 따라 장기적으로 탄소 시장에 어떤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 

◇ 1·2차 계획기간 문제점은?···"장외거래>장내거래"

탄소배출권이란 특정 주체가 일정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다. 온실가스 종류는 이산화탄소(CO₂)와 메탄(CH₄), 아산화질소(N₂O), 수화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불화유황(SF6) 등이다. 이중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기 때문에 탄소배출권 거래제로 이름 붙여졌다. 국가별로 할당된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부는 기업에 다시 할당하고, 각 기업은 허용된 배출량만큼 배출할 수 있다. 

환경부가 지정한 할당대상업체들은 할당량 미만으로 배출할 경우 여유분을 다른 곳에 팔 수 있고, 초과할 경우 일정 비용을 지불한 후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할당량을 맞추기 위해 내부에서 감축하거나 외부 시장에서 구매하지 않으면 과징금이 부과되는 구조다. 할당기업은 매년 1월부터 12월까지 배출량을 다음해 정부에 보고하고 정부 인증을 받은 후 6월 말까지 배출권 신고서를 제출한다. 배출권 거래시장 참여 기간은 18개월이다.  

한국 배출권거래 시장은 △정부가 기업에 배출허용량에 따라 할당한 '할당배출권(KAU)' △할당업체가 외부 배출시설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해 얻는 '상쇄배출권(KCU)' △비할당업체가 외부 시설 등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해 얻는 '외부사업감축량(KOC)'으로 분류된다. 배출권 거래제는 시장과의 연계로 기업이 탄소 배출을 감축하도록 유인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은 2009년 12월 서울시 등 광역자치단체에서 배출권 거래제 시범사업을 실시한데 이어 2012년 5월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2015년 525개 업체를 대상으로 1기 계획기간에 이어 2018년에는 2기가 시작됐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3차 배출권 거래제는 7월까지 기본계획안에 대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확정할 방침이다. 

한국거래소 배출권시장 정보플랫폼에 따르면 1차 계획기간에 할당된 배출권 총수량은 △2015년 5억3381만6150t △2016년 5억5107만3793t △2017년 5억6862만4066t, 2차 계획기간 배출권 총수량은 △2018년 6억97만1056t △2019년 5억6927만9817t △2020년 5억3783만2126t으로 집계됐다. 예비분을 제외한 배출권 총수량은 1차와 2차 각각 16억5351만4009t, 17억808만2999t으로 조사됐고 예비분 포함 총수량은 17억418만1169t, 17억9613만3085t으로 나타났다. 

내년에는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도국도 참여하는 신 기후체제가 시작된다. 한국은 2015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제출한 자발적국가탄소감축량(INDC)을 통해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37%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당초 국내 감축 25.7%‧해외 감축 11.3%였지만 지난해 7월 녹색성장위원회에서 국내 목표를 32.5%로 강화했다. 

배출권 거래제 출범을 전후로 정부는 산업계는 물론 시민사회와도 갈등을 겪었다. 배출권 거래제를 규제로 인식한 기업은 비용 부담과 경쟁력 측면에서의 어려움을 호소했고, 시민단체는 탄소세 도입은 고사하고 거래제조차 당초 계획 대비 느슨해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논란 속에 시행됐지만 탄소배출권 시장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 중 하나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배출권거래제 1차 계획기간의 성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할당기업들의 배출량은 국가 총 배출량의 약 70% 정도를 차지한다. 1차 계획기간 동안 이들의 총배출량은 해당 계획기간 배출허용총량의 98.76%로 집계됐다. 

문제는 도입 초기부터 시장으로서 한계를 보였다는 것이다. 1차 계획기간 동안 유동성 문제가 부각되면서 정부는2017년 4월 시장안정화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김태선 NAMU EnR 대표는 "시장을 표방하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된 시장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1차 계획기간에 발생한 문제들은 유동성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 연간 변동성이 28%에 달하는 등 상당히 리스크한 행보를 보였다는 점과 장외거래 비율이 56%에 육박했다는 점이 가장 컸다"고 설명했다. 

출범 초기 장내거래보다 장외거래 비율이 높았다는 점이 원인이었다. 김 대표는 장내시장 거래 의무화 혹은 장외·장내의 분리가 아닌 장내로 통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할당기업들이 리스크 관리 수단으로 잉여배출권을 시장에 내놓지 않고 과도하게 이월하고 있다는 점도 업체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야기한다는 지적이다.

2019년 배출권시장 운영리포트. (자료=한국거래소)
2019년 배출권시장 운영리포트. (자료=한국거래소)

배출권 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무상할당량 비중이 줄어드는 가운데 할당기업들이 가격 상승에 대비해 잉여량을 시장에 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1월 개장 당시 할당배출권은 t당 8000원대였지만 지난 3월 기준 4만원까지 상승한 바 있다. 다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3만원 초반까지 하락했다. 한국거래소 배출권시장 정보플랫폼에 따르면 6월 23일 기준 2019년 할당배출권(KAU19)은 3만1100원으로 집계됐다. 

탄소배출권 가격은 적정선을 유지해야 한다. 시장 안정화는 물론 기업들에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신호를 줄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요구된다. 현 시장은 수급불균형이 유동성 문제로 확대되면서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거나 가격 변동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김 대표는 "지난달 11일부터 13일까지 3일 동안 4만1000원에서 3만2000원으로 급락했다"며 "유럽 배출권 시장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세가 컸던 3월 이같은 움직임을 보였는데 한국은 5월에 급격하게 하락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정부는 가격 등 배출권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일정량의 '시장안전화물량(MSR)'을 풀기도 한다. 1차 계획기간 정산 당시인 2018년 6월에는 466만t 가량이 시장에 유동됐다. 

지난해 초 수급불균형 해결 목적으로 경매제도가 도입됐지만 경매가 기준 설정과 상·하한 가격밴드의 설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대표는 "경매시장에는 상한밴드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하한가도 공개되지 않고 있어 운영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지난해 3월 기준 13만500t이 유찰됐는데 낙찰 하한가 이하로 가격을 써낸 기업들은 물량을 받아가지 못했다. 이는 경매 수익금을 극대화한다는 정부 목표와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 3차 계획기간에는 무엇이 바뀌나 

탄소배출권 거래제 3차 계획기간은 내년부터 2025년까지다. 1·2기 배출허용총량 대비 3차 계획기간의 강도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 변화는 △제3자 시장 참여 △장내 파생상품 도입 △기존 시설에서 사업당 단위의 할당 변경 △유상할당 확대 등이다. 그동안 운영 과정에서 요구된 개선점을 반영한 것으로 정부는 3차 계획기간이 배출권 거래제의 전환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배출권을 사야 하는 유상할당 비중이 3%에서 10% 이상으로 확대된다. 다만 지자체, 의료기관, 학교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기관에 대해서는 배출권 전체를 무상으로 할당받을 수 있도록 조치한다. 3차 계획기간에는 외부감축도 점진적으로 줄여 나갈 방침이다. 

제3자 시장 참여도 핵심이다. 그동안 할당기업과 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정부가 지정한 시장조성자만 배출권 거래가 가능했으나 내년부터는 일반 개인도 배출권 중개회사를 통한 거래가 가능해진다. 그동안 실질적으로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시장조성자 역할을 수행했다면 3차 계획기간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도 동일한 행위를 할 수 있다. 현재까지 명확한 규정은 없지만 금융투자회사가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3자 시장 참여 허용 이후 장내 파생상품이 순차적으로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배출권 거래제 벤치마킹 대상인 유럽연합(EU)의 경우 출범 초기부터 금융기관과 개인이 참여 가능했다. 

내부 감축활동 촉진을 위해 할당단위가 시설에서 사업장으로 변경되며, 배출효율이 높은 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벤치마크(BM) 할당방식도 확대한다. 선제적인 투자로 배출량을 줄여온 업체들에게 편익이 갈 수 있도록 할당방식이 변경돼야 한다는 요구가 이번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유동성이 부족했던 1‧2차 계획기간에 비해 3차에는 그동안 개선점으로 부각됐던 내용들이 대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자본시장과 금융투자법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탄소배출권 중개업자를 명시하고 거래의 안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장치를 보강할 필요가 있다. 일반 개인의 경우 18개월 전체 기간에 참여하는 것보다 12개월로 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내시장 거래 의무 비율을 강제하거나 장중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마지막 매수호가가 당일 종가로 결정되고 있는 상황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1부는 발전업종, 2부는 기타업종으로 나누는 등 유상할당 경매시장의 이원화와 함께 유효 응찰수량 한도 설정을 세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3차 계획기간 배출권 할당을 앞두고 한국경영자총협회와 11개 주요 업종별 협회는 지난 22일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산업계 공동건의문'을 기획재정부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다. 거래제 기간 동안 설비를 신·증설한 업체에 추가 배출권을 할당하기 위해 마련한 잔여물량을 기존 할당업체에 재분배해 달라는 것이 골자다. 

협회는 "지난 2018년 추가 할당된 예비분(1340만t)을 감안할 때 2차 계획기간에는 2000만t 이상의 기타용도 예비분이 남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예비분을 재분배한다면 코로나19로 한계에 직면한 주요 업종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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