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민정수석실이 던진 '돌'···금감원 '나 어떡해!'
靑 민정수석실이 던진 '돌'···금감원 '나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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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도 안하기도 '어정쩡'...언론 실명 공개 누가?
당사자 "한점 부끄럼이 없다" 주장...BH 월권 논란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금융감독원 간부 2명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실제 징계가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최근 유임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진 윤석헌 금감원장이 청와대의 요청을 묵살하기도, 그렇다고 부하 직원을 징계하기도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윤 원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사진=서울파이낸스DB
금융감독원 (사진=서울파이낸스DB)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민정수석실이 요구한 간부 2명(현 은행담당 부원장보·국장)에 대한 징계 절차는 아직 착수되지 않았다.

◆'靑' 실무자 징계 요구→사실상 해임 요구 = 부원장보(임원)는 통상 금감원장이 임원의 청렴의무 위반여부 및 제재수준을 판단한다. 포상취소, 직무미부여, 해임건의로 징계수위가 나뉜다. 임원의 경우 중징계와 경징계 수준이 구분돼 있지 않다. 징계 절차에 착수하는 것은 사실상 해임 절차에 들어간 것과 마찬가지라는 게 당국 관계자의 전언이다.

국장(직원)에 대한 징계는 금감원 인사관리규정 제 43조에 의거해 인사윤리위원회 심의를 거처 원장이 결정한다. 징계수위는 면직, 정직, 감봉, 견책으로 나뉜다. 중징계는 면직과 정직에 해당된다.

민정수석실이 징계를 요구한 간부 2명은 지난해 대규모 원금손실을 일으킨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2018년 10월 벌어진 우리은행 비밀번호 도용 사건 등에 대한 금융권 제재를 진두지휘한 책임자들이다.

민정수석실은 DLF 검사 및 제재 과정에서는 별다른 비위를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비밀번호 도용과 관련해서는 이들이 해당 은행을 봐줄 목적으로 아무런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두 간부가 DLF 사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이를 먼저 처리하느라 조치가 늦어졌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정수석실은 이런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뒤숭숭한 금감원…리더십 '시험대' = 관건은 윤 원장이 징계에 착수할지 여부다. '호랑이' 윤 원장이라도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감찰 결과를 무시하기 어렵다. 감사원은 현재 금감원에서 자료 수집 차원의 사전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조원 민정수석이 감사원 사무총장 출신이라는 점이 걸린다. 징계를 거부했다가 괘씸죄가 적용돼 감사원 감사 결과에 어떤 영향을 줄지 가늠하기 어렵다.

청와대에서 임명하는 금감원장과 감사를 감찰대상으로 삼는 민정수석실이 금감원 간부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것은 분명한 월권이다. 하지만 위기를 돌파할 묘안이 없다. 두 간부를 징계할 명분도 전무하지만, 징계를 내리는 것 자체가 민정수석실이 지적한 금감원의 '봐주기 검사'를 인정하는 꼴이 돼 부담이 만만찮다.

금융권은 민정수석실의 감찰 배경을 두고 금감원 제재를 받은 은행이 청와대에 투서를 넣었다는 소문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소비자보호를 독려했던 윤 원장이 DLF 등 검사를 주도했던 간부를 징계하는 것은, 결국 피감기관인 은행에 금감원이 굴복했다는 인식을 준다. 워치독(watch dog·감시견) 정체성 훼손은 물론 사기와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징계를 요구받은 한 간부는 서울파이낸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비공식적·물밑 채널을 총동원해 청와대의 정확한 의중을 파악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금융감독원)
(사진=금융감독원)

◆간부 실명 공개 놓고도 '설왕설래' = 금감원은 뒤숭숭하다. 특히 간부 2명의 실명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공개 출처가 청와대인지, 내부 총질인지를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징계를 요구받은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보험감독원 출신이다. 지난해 1월 윤 원장의 첫 임원인사로 보험감독원 출신이 은행담당 부원장보를 맡고, 은행감독원 출신이 보험담당 부원장보를 맡는 업권 교차 인사가 진행됐다. 보험 출신이 은행담당 임원 자리로 가는 것은 금감원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번 3월 임원인사에서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유임한 반면, 보험담당 부원장보는 보험감독원 출신으로 교체됐다. 은행감독원 출신들의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감원 관계자는 "'부원장보 힘 빼기' 혹은 견제 차원에서 실명 공개가 내부에서 이뤄진 것으로 해석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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