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데이터센터, 언택트 시대 대체투자펀드 '대체재' 부각
물류·데이터센터, 언택트 시대 대체투자펀드 '대체재'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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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설정액 증가세 멈췄지만 유동성 풍부
삼성SDS 춘천 데이터센터 전경. (사진=삼성SDS)
삼성SDS 춘천 데이터센터 전경. (사진=삼성SDS)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국내외 부동산, 인프라 등에 투자하는 대체자산 펀드의 신규 투규자금 유입규모가 올해들어 크게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문화가 확대되면서 대체투자 펀드의 주 투자처였던 오피스빌딩, 상업용 부동산 등에 대한 전망이 어두워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등 비대면 사회에 걸맞는 새로운 투자처에 자금이 몰리면서 대체투자 펀드가 다시 활기를 띌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대체투자(부동산·특별자산·혼합자산)와 관련한 국내 공모 및 사모 펀드 설정액은 지난 11일 기준 240조7천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10조3천억원(4.5%) 증가했다. 작년 한 해 동안 대체투자 펀드 설정액이 60조원 늘었음을 고려하면 올해 들어선 월평균 증가액이 전년 대비 약 3분의 1토막 수준에 불과하다. 

대체투자 펀드 설정액은 2015년 77조6천억원(이하 연말 기준), 2016년 99조4천억원, 2017년 130조1천억원, 2018년 170조3천억원, 2019년 230조3천억원으로 최근 몇 년 새 매년 30% 안팎의 높은 증가세를 보여왔다. 펀드를 거치지 않고 국내 기관이 직접 투자한 자금까지 고려하면 실제 대체자산 투자에 몰린 돈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마땅히 돈을 굴릴 곳을 찾지 못한 연기금이나 보험사 등이 기대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체투자에 자산배분 비중을 늘려온 영향이다.

이처럼 대체투자 펀드의 인기가 시들해진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신규 투자 활동이 제한되고, 상업용 부동산 시장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체투자와 관련한 신규 프로젝트가 대부분 중단되거나 미뤄졌고, 특히 전체 대체투자 펀드 설정액의 절반을 웃도는 해외 투자펀드의 경우 현지 부동산 등에 대한 현장실사가 제한되면서 신규 투자가 사실상 정체됐다. 대체투자 펀드 중 해외 비중은 52% 수준이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및 글로벌 부동산시장은 조정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며 "임대수익 감소, 물가 하락, 부동산 금융시장의 불안정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준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대안 투자 활성화로 인해 대체투자 펀드의 설정액도 다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새로운 투자처로 물류센터, 데이터센터가 주 투자처로 뜨고 있다.

글로벌 IB(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상반기 SK그룹 지주회사 SK와 함께 국내 콜드체인(저온유통)인 초저온복합물류센터에 500억원을 투자했다. 콜드체인은 농산물 등 신선 식품을 원산지부터 최종 소비자까지 운송하는 과정에서 저온으로 신선도와 품질을 유지하는 시스템이다.

국내 초대형IB인  KB증권은 지난 4월 경기도 용인시에서 저온 물류창고를 개발하는 PF(프로젝트파이낸싱)를 주관했다. 주관사인 KB증권은 개발 사업 자금 조달을 위해 420억원 규모의 PF 대출을 실행했다.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여러 증권사 IB가 물류센터 개발 및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에더해 해외 연기금도 국내 물류창고 투자에 가세하고 있다. 

롯데 등 유통 공룡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오프라인 매장을 줄이는 대신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면서 앞으로 물류센터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대되면서 물류센터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에선 지금보다 2~3배 정도 물류센터 수요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데이터센터 역시 물류센터에 버금가는 투자처로 급부상중이다. 

미국 뉴욕증시와 싱가포르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데이터센터 리츠 ‘에퀴닉스(Equinix)’와 ‘디지털 리얼티 트러스트(Digital Realty Trust)’는 최근 국내 시장에도 진출했다. 국내 정보통신(ICT)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구축이 한층 활발해 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시장의 매력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NHN이 이달 4일 경남 김해에 5,000억원을 들여 제2의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발표하며 투자금융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 춘천 데이터센터를 건립한 삼성SDS는 경기도 동탄에도 데이터센터를 추가로 짓기로 했다. 이외  SK브로드밴드,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업종을 불문하고 데이터센터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 대형 증권사 대체투자담당 연구원은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 1위인 미국의 경우 2025년까지 미국 모바일 데이터 수요가 연평균 32% 증가하고, 이커머스 시장이 2022년까지 연평균 14% 성장하면서 데이터센터 시장이 빠르게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진행되고 있는 변화”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대안투자에 대한 수요증가는 결국 잠시 시들해진 대체투자 펀드의 설정액을 증가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세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단기적으로 사모펀드 대체투자 출자자(LP)들이 올해 출자 약정계획을 축소했다"면서도 "그러나 우량 거래상대방과의 장기 계약을 기반으로 하는 대체투자 자산의 특성상 감염병으로 인한 중장기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리 인하와 주식 변동성 확대로 사모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재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오피스나 상가보다는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헬스케어 시설 등에 대한 투자가 증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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