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투게더] SKT-비트리, QRNG 칩셋 상용화···4년간 7전 8기 도전
[위투게더] SKT-비트리, QRNG 칩셋 상용화···4년간 7전 8기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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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손톱보다 작은 크기에 양자 발생·감지 모두 가능한 '원칩' 구현
순수 난수를 얻기 위해 6개월 간 100만번 테스트, 초당 2000개 난수 생성 성공
경기도 성남 분당구에 위치한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비트리 사옥에 전시된 QRNG(Quantum Random Number Generator, 양자난수생성) 칩셋 이미지. (사진=이호정 기자)
경기도 성남 분당구에 위치한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비트리 사옥에 전시된 QRNG(Quantum Random Number Generator, 양자난수생성) 칩셋 이미지. (사진=이호정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호정 기자] "세계 양자보안 1위 기업 IDQ에 양자 난수를 만드는 원천 기술이 있는데 이를 반도체 칩셋 형태로 상용화하고 싶습니다. 칩셋을 함께 개발해 주시겠습니까?"

SK텔레콤과 비트리의 4년간의 긴 도전은 이렇게 2016년 SK텔레콤 양자 연구소(퀀텀 테크랩)의 갑작스런 제안으로 시작됐다.

비트리는 2014년에 설립해 이미지센서와 같은 반도체 칩셋을 정밀 설계하고 이 솔루션을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에 공급하는 팹리스(Fabless) 기업이다. 당시 SK텔레콤은 세상에 없던 양자난수생성(QRNG) 칩셋을 상용화하기 위해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이 절실하게 필요했는데 양자보안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파트너사를 찾기 쉽지 않았다.

비트리는 고민 끝에 SK텔레콤, IDQ와 손잡고 미래 양자 기술을 개발하는데 협력하기로 결정했다. SK텔레콤과 IDQ가 2018년 한 회사가 된 이후에는 개발에 더욱 속도가 붙었다.

SK텔레콤과 비트리는 2018년 사물인터넷(IoT)·자율주행용 QRNG 칩셋(5.0x5.0mm)과 2020년 모바일용 QRNG 칩셋(2.5x2.5mm)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QRNG 칩셋은 2016년 USB 형태의 시제품에서 현재의 초소형 칩셋으로 진화했다. 칩셋 안에서 LED 광원부가 빛(양자)를 방출하고, 이 빛을 CMOS 이미지센서가 감지해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난수를 생성한다. 반도체를 설계하는 비트리와 양자 난수 생성 기술을 가진 IDQ가 함께 개발한 세상에 없던 제품이다.

사진=SK텔레콤
사진=SK텔레콤

새끼 손톱보다 작은 QRNG 칩셋에는 비트리의 설계 기술과 아이에이네트웍스의 패키징 기술이 응집돼 있다. 고온·저온, 다습, 정전기 등 극한 상황에서도 정상적으로 동작하도록 초기 설계 단계부터 수많은 신뢰성 테스트를 거쳤다.

또 제3자가 칩셋을 물리적으로 해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칩셋 내부에 △구동 클럭(속도) 조절 기능 △부품 별로 다른 전압을 공급하는 멀티 전원 △전원 감지 및 자동 초기화 기능 △칩셋 내부 데이터 접근 차단 기능 등을 구현했다.

2018년 초 SK텔레콤과 비트리에 '세계 최초 모바일용 칩셋 상용화'라는 미션이 생겼다. SK텔레콤-삼성전자 두 회사 경영진이 CES에서 QRNG 칩셋을 스마트폰에 탑재하는데 뜻을 모았기 때문이다. 이는 올해 5월 출시 후 국내 5G 중저가 스마트폰 가운데 판매량 1위를 달리고 있는 세계 최초 양자보안 5G 스마트폰 '갤럭시 A 퀀텀' 탄생의 시발점이 됐다.

당시 비트리는 2016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5.0x5.0x1.1mm (가로x세로x높이) 크기의 IoT·자율주행용 QRNG 칩셋을 막 상용화했는데, 훨씬 더 작은 크기의 모바일용 칩셋을 개발해야만 했다.

이후 비트리는 SK텔레콤(IDQ), 삼성전자 품질팀과 지속 논의하며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높은 품질기준을 통과하기 위해 칩셋 설계 및 테스트를 거듭했다.

특히 스마트폰 내 탑재를 위해 칩셋 크기를 매번 1mm 단위로 줄이는데 각고의 노력이 들어갔다. QRNG 칩셋에는 LED 광원, CMOS 이미지센서, 전력 어답터 등 수많은 정밀 부품이 들어가는데, 사이즈를 줄일 때마다 필연적으로 모든 부품의 설계를 모두 변경하고 새로 만들어야 했다.

비트리는 설계를 변경할 때마다 반도체 웨이퍼(Wafer)를 생산하는 DB하이텍과 최종 패키징을 담당하는 아이에이네트웍스에 다시 설계도를 전달하고 또다른 시제품을 만들어 테스트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또 완전한 무작위성(Randomness)을 가진 순수 난수를 생성하기 위한 테스트도 6개월간 약 100만번 진행했다. 순수 난수를 만들기 위해선 LED 광원부에서 방출되는 빛이 CMOS 이미지센서의 각 픽셀(Pixel, 이미지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에 골고루 잘 도달해야 하는데, LED 광원부의 빛 방출 세기와 CMOS 이미지센서의 픽셀 각도를 100만번 조절해 최적의 조건 값을 찾는 과정이다. 쉽게 표현하면, 분무기로 A4 종이 위에 물을 뿌릴 때 물방울이 종이 전면 곳곳에 골고루 뿌려지도록 환경을 설정하는 것과 같다.

결국 비트리는 약 2년만에 기존 칩셋 사이즈를 대폭 줄인 2.5x2.5x0.8mm 크기의 모바일용 QRNG 칩셋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고, 삼성전자의 품질기준을 통과해 올해 4월 양산 절차에 돌입했다.

SK텔레콤은 5G 초연결시대를 맞아 더 많은 분야의 글로벌 기업들이 양자보안 기술을 필요로 할 것으로 전망하며 관련 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SK텔레콤은 양자 난수를 생성하는 원천 기술을 가진 자회사 IDQ와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비트리와 함께 QRNG 칩셋을 개발해 글로벌 스마트폰, IoT, 자율주행 기업에 공급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며 일부 가시화하고 있다.

스마트폰 분야에선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에 모바일용 QRNG 칩셋을 공급함으로써 양자보안 기술이 탑재된 스마트폰 라인업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또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SK 오픈 API 홈페이지에서 오픈 API를 공유하고 스마트폰에서 이용 가능한 양자보안 기반 서비스도 확대할 예정이다.

또 차세대 보안 기능에 대한 수요가 높은 자동차 전장, 클라우드 산업 분야에 사용되는 반도체에도 QRNG 칩셋을 탑재해 반도체 성능을 고도화 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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