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에 기업소송 남발 우려···헤지펀드, 고개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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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11일 상법 개정안 입법 추진
모회사 소액주주도 자회사 경영진 손배訴 가능해져
감사위원 분리선임···투기자본 연대 가능성↑
기업들이 모여 있는 서울시내 전경.(사진=서울파이낸스 DB)

기업들이 모여 있는 서울시내 전경.(사진=서울파이낸스 DB)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앞으로 상장사에 대한 주식 1만분의 1 이상 보유한 주주는 누구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될 전망이다. 이 제도는 소액주주의 경영감독권을 강화할 뿐 아니라, 자회사 이사가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모회사 주주도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대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또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이사를 반드시 1명 이상 분리 선임토록 함으로써 대주주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규정도 개정될 전망이다. 

법무부는 11일 이같은 내용의 상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 기업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지배구조를 개선한다는 취지지만, 재계 및 금투업계는 기업들에 대한 소송이 남발되면서 투자가 위축되고 심지어 외국계 헤지펀드들의 경영권 위협도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우선 법무부는 이번 상법 개정에서 다중대표소송제도를 도입해 모회사 주주들이 맡은 바 소임을 다하지 않아 자회사에 손실을 입힌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자회사 이사가 자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모회사 주주가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법적수단은 없지만 앞으로는 모회사의 소액주주도 소송이 가능해진다. 다중대표소송제도가 도입되면 비상장회사의 경우 전체 주식의 100분의 1 이상, 상장회사는 1만분의 1 이상 보유한 주주는 누구나 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중대표소송제는 일감몰아주기 등 대주주의 위법 행위를 방지하고, 소액주주의 경영감독권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논의돼 왔다. 그러나 재계에선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시 기업에 대한 소송이 남발될 우려가 있다"며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되고, 국내 기업들이 경영권을 노리는 외국계 헤지펀드들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번에 도입을 추진하는 다중대표소송제도는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기 힘든 제도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세계적으로 다중대표소송제도의 경우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 한정한 사례는 있지만, 한국은 현재 지분율 30%에서 50% 정도의 기준이 검토되고 있다. 즉, 모회사가 자회사를 100% 지배하고 있지 않는 경우라 하더라도 모회사에 대한 지분 0.01%만 갖고 있는 주주라면 언제든 자회사에 대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자회사의 수익이 적어지면 모회사의 주주들이 자회사 이사에 대해 경영 책임을 묻게되고 그렇다면 적극적인 투자가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또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규정도 개선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도 추진중이다. 개정안에는 향후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이사를 1명 이상 분리 선임토록 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임제'도 담겼다. 이와함께 상장회사가 감사위원회 위원 및 감사를 선임·해임할 때 적용되던 3% 의결권 제한 규정을 정비해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 등 합산 3%, 일반주주는 3%를 초과하는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도록 했다.

감사위원회 선임 규정의 경우 독립성 확보를 위한 취지로 추진되고 있긴 하지만 이 역시 경제계에서는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기 힘든 제도라는 지적이다. 투기자본에 의해 기업 경영권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대 주주의 의결권은 3%로 제한되는 반면 투기자본끼리 연대할 경우 감사 위원을 통제할 수 있는 영향력을 얼마든 갖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에 필요한 '포이즌 필'이나 '의결권제한 완화' 조치는 도입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18년 4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자동차그룹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요구하는 등 경영권 흔들기에 나서자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방어장치 마련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거대 여당 구도의 31대 국회로 바뀌면서 사실상 요원해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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