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배상안 'NO'-라임 선지급 'OK'···신한銀의 속내는?
키코 배상안 'NO'-라임 선지급 'OK'···신한銀의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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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전경 (사진=신한금융그룹)
신한은행 전경 (사진=신한금융그룹)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키코(KIKO) 사태를) 정리하고 가는 건 한국 금융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것."

지난 4월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금융의 신뢰를 다시 회복한다는 차원에서 대승적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은행들에 당부했다. 취임 후 재조사를 강하게 주도했던 외환파생상품 키코 보상문제가 은행들의 '시간끌기'로 지지부진한 상태에 이르자 키코 배상안 수용을 독려하는 발언이었다. 

지난해 금감원은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열고 11년 전 키코 사태로 피해를 본 4개 중소기업(일성하이스코·남화통상·원글로벌미디어·재영솔루텍)에 은행들이 손실액의 15~41%를 물어주라고 권고했다. 은행들이 배상해야 할 금액은 총 255억원으로 은행별로는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KDB산업은행 28억원 △하나은행 18억원 △DGB대구은행 11억원 △한국씨티은행 6억원 순이다. 

◆"금감원 키코 배상안 수용하지 않기로" = 이들 은행들 가운데 배상안을 수용한 곳은 우리은행 뿐이다. 지난 3월 산업은행과 씨티은행은 배상안 수용을 거부했다. 여기에 리딩 뱅크이자, 배상액이 가장 많은 신한은행이 5일 이사회를 열고 키코 배상안을 수용하지 않는 데 동참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으나, 복수 법무법인의 의견을 참고해 은행 내부적으로 오랜 기간에 걸친 심사숙고 끝에 수락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최종적으로 이사회를 통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이 총대를 메면서 하나·대구은행 역시 배상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미 신한·하나·대구은행 등 3곳은 금감원에 키코 분쟁조정안 수락 기한을 5번 연장한 상황이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법무법인의 법률 의견들을 참고해 심사숙고한 끝에 키코 배상 권고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라임 CI무역금융펀드는 50% 선지급 = 키코 배상안 거부와 반대로 신한은행은 라임자산운용의 CI무역금융펀드에 가입한 고객을 대상으로는 가입 금액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선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선지급 안은 라임운용 CI무역금융펀드 가입금액의 50%를 선지급하고 향후 펀드 자산회수와 금감원 분조위 결정에 따른 보상비율로 사후 정산하는 방식을 택했다. 선지급 방안을 수용한 고객도 금감원 분쟁조정과 소송 등은 그대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라임운용 CI무역금융펀드 환매가 중지된 이후 고객보호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해 왔으나 투자 상품에 대한 선지급의 법률적 이슈 등으로 과정 상 많은 어려움이 있어 최종안이 나오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신한은행을 포함해 우리·하나·기업·부산·경남·농협은행 등 7곳이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진 라임운용의 펀드를 판매했다. 이 가운데 신한은행은 해외 무역채권에 투자하는 라임CI펀드를 2700억여원 판매했으며 일부 자금이 무역금융펀드 등 환매중단펀드로 흘러가면서 라임사태에 휘말렸다. 이는 시중은행 7곳 중 우리은행(3577억원) 다음으로 많은 수준이다. 신한은행이 이같은 입장을 밝히자 우리은행도 라임펀드 피해자에게 원금의 50%를 선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신한은행, 상반된 결정…왜? = 신한은행이 키코 배상안 거부와 라임운용 CI무역금융펀드 선지급이란 다른 결정을 동시에 발표한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의 제재 여부가 상반된 결과의 주된 요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키코 배상안의 경우 분조위에서 나온 권고 수준이라 강제성이 없다. 은행들이 배상안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금감원이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 은행들은 '배임 리스크까지 질 수는 없다'는 논리도 갖췄다. 

다만 라임운용 관련은 금감원 제재 절차가 착수되지도 않은 살아있는 이슈다. 지난달 윤 원장은 5월 중 라임운용이 부실운용한 펀드의 투자금 회수를 위한 라임 배드뱅크를 설립하고, 이르면 이달께 검사와 현장합동조사 이후 제재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의 '철퇴'를 피하기 위한 면피성 조치라는 인상이 짙다"고 지적했다. 앞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 사태 관련해 금감원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에 문책경고(중징계)를 내렸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관계자는 "키코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면서 법적으로 소멸시효가 지났지만, 라임운용 펀드 선지급은 손실이 확정나지 않은 펀드, 즉 정상채권 임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자금이 들어오는 데 시간이 걸려 고객들에게 가입금액을 일단 선지급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키코(배상안 거부)와 라임운용 선지급을 동일 선상에 놓고 보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신한은행은 금감원이 자율조정 합의를 권고한 키고 관련 기업들에 대해서는 적정한 대응 방안을 은행협의체 참여 등을 통해 논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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