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원가성 예금으로 예수금·대출자산 확대···수익성 높아져
'가보지 않은 길' 우려 시각···"리스크 관리·건전성 강화 집중"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SBI저축은행의 1분기 자산이 9조원을 넘어섰다. 연내 자산 10조원 돌파도 가능할 전망이다.
4일 SBI저축은행은 지난 1분기말 기준 자산이 9조3246억원이라고 공시했다. 전분기인 2019년 4분기 말 8조6876억원보다 6370억원 증가했다. 2019년 한 해 증가규모(1조1775억원)의 54%에 이른다.
자산 증가의 1등 공신은 지난해 7월 내놓은 모바일 앱 사이다뱅크의 '파킹통장'이다. 수시로 입출금을 할 수 있으면서도 금리를 1.7%(출시 당시 2.0%) 지급해 2040세대의 큰 지지를 받고 있다. 이 상품 덕에 SBI저축은행의 요구불예금은 지난해말 6774억원에서 올해 3월말 1조3468억원으로 3개월만에 6694억원 늘었다.
SBI저축은행의 요구불예금은 지난해 6월말까지만 해도 1700억원 수준에 그쳤다. 그러다 파킹통장 출시 후인 지난해 9월말과 12월말 요구불예금 잔액은 각각 3388억원, 6774억원으로 1652억원, 3386억원씩 증가했다.
파킹통장은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지만 수시입출식 상품이라 올해 1~3월 이자비용 부담이 48억원 수준으로 크지 않다. 같은 기간 정기예금 6조6444억원의 이자비용은 408억원에 이른다.
SBI저축은행은 늘어난 요구불예금을 예치금과 가계대출 자산 확대에 활용했다.
예치금의 경우 저축은행중앙회 예치금 900억원(3900억원→4800억원), 기타예치금 587억원(2044억원→2631억원), 지급준비예치금 67억원(3479억원→3547억원) 등 지난해말에 비해 1555억원(9423억원→1조978억원)이 늘었다.
대출채권은 지난해말 7조1225억원에서 올해 3월말 7조5279억원으로 4054억원 증가했다. 부동산담보·신용 등 일반자금대출 위주로 3577억원(6조2880억원→6조6456억원) 늘었다. 기타 대출채권도 678억원(7937억원→8616억원) 늘었다.
특히 가계대출을 많이 늘렸다. 지난해 말 가계대출 잔액은 3조8033억원이었는데 올해 3월말에는 4조566억원으로 2533억원 증가했다. 기업대출은 같은 기간 1466억원(3조5681억원→3조7147억원) 늘었다.
대출이 늘자 이자수익이 급격하게 커졌다. 1~3월 일반자금대출 이자수익으로 2029억원이나 벌었다. 이를 포함한 1분기 대출채권이자 수익은 218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기간(1713억원)과 비교하면 27%(469억원)나 확대된 실적이다.
1분기 당기순이익도 681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361억원)의 2배 가까이 늘었다.
추세대로라면 SBI저축은행은 빠르면 2분기, 늦어도 연내에는 저축은행으로는 처음 자산 10조원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가보지 않은 길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시각도 있다. 서민금융기관이라는 정체성이나 대출 확대로 인한 부실 위험 등이다.
저축은행은 과거 마구잡이로 자산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부동산PF 등 위험한 자산에 서민 고객을 유치했다가 대규모 부실이 터져 1년만에 20여곳이 문을 닫는 등 대량의 피해자를 만들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에 영업구역이 다른 지역에 출점할 수 없도록 하고, 다른 저축은행과의 합병도 제한하는 등 대형화를 막는 규제를 적용해왔다.
이에 SBI저축은행은 자산을 늘려가면서도 부실 확대에 대비해 리스크 관리에 집중했다. 3개월 이상 연체한 고정 이하 부실 자산은 지난해말 2533억원에서 올해 3월말 2280억원으로 9.99%(253억원) 낮아졌다.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도 3월말 13.62%를 기록중이다. 관련 법규에서는 8% 이상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중금리 확대와 중소기업·자영업자를 위한 금융지원 등을 통해 자산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재무 건전성도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도 중금리 대출 확대, 중소기업 지원 등 서민금융기관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동시에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