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시작된' 사용후핵연료 전국 재공론화
'조용히 시작된' 사용후핵연료 전국 재공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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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대국민 의견수렴 OT 비공개···"토론회는 공개할 것"
5~6일 울산 북구서 맥스터 증설 관련 민간 주도 주민투표 실시
지난달 23일 전국 14개 지역에서 원격으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공론화를 위한 시민참여단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됐다. 사진은 메인 행사장인 KT대전인재개발원. (사진=김혜경 기자)
지난달 23일 전국 14개 지역에서 원격으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공론화를 위한 시민참여단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됐다. 사진은 메인 행사장인 KT대전인재개발원. (사진=김혜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를 위해 5월 초 월성원자력발전소 지역 공론화에 이어 같은달 23일부터는 전국 공론화가 시작됐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대국민 의견수렴 첫 행사조차 비공개로 진행되면서 제대로 된 공론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10여명의 전문가그룹 위원 사퇴와 지역갈등 방관, 온라인 토론회 운영 문제 등을 비롯해 전국 공론화조차 비밀리에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6일까지 울산 북구에서는 월성원전 건식저장시설(맥스터) 증설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가 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투표 결과에 따라 후폭풍이 예상된다. 

◇ 산업부와 재검토위에 뿔난 울산 

현재 울산 북구에서는 월성원전 맥스터 증설을 둘러싼 민간 주도의 찬반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28~29일 사업장 사전투표와 지난 1~2일 온라인 투표에 이어 5~6일에는 본투표가 실시된다. 주민투표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사전투표와 온라인투표를 합친 전체 투표율은 16.05%로 집계됐다. 총 유권자 17만5138명 중 사전투표자는 8629명, 온라인은 1만9488명으로 조사됐다. 

울산 북구 곳곳에 설치된
울산 북구 곳곳에는 주민투표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김혜경 기자)

 원전 관련 주민투표는 지난 2004년 전북 부안에서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설치 찬반을 놓고 처음 시행된 이후 강원 삼척과 경북 영덕, 부산 기장에서도 실시된 바 있다. 특히 부안의 경우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대해 주민들이 전면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다는 것과 투표 결과 방폐장 유치 계획이 철회됐다는데 의의가 있다. 부안 주민투표의 최종 투표율은 72.04%로 집계됐고 전체 투표자 중 91.83%가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그동안 울산에서는 맥스터 관련 울산 시민들의 의견도 경주와 함께 수렴해 줄 것을 산업통상자원부와 재검토위에 지속 요구해왔다. 울산 북구의 경우 월성원전 반경 8km 이내 포함되며 방사선비상계획구역 30km 이내에는 울산 시민의 거주지가 모두 포함된다. 양남면‧양북면‧감포읍을 비롯한 동경주 지역은 반경 5km 이내, 경주도심 일대는 20km를 벗어나야 포함된다.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은 반경 3~5km의 예방적보호조치구역(PAZ)과 20~30km의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UPZ)로 구분된다. 

원자력안전연구소에 따르면 가상사고를 조건으로 월성원전 반경 80km 내 행정구역의 방사능 피폭 영향을 평가했을 때 지역의 전체 피폭량(집단선량)은 울산‧포항‧경주 순으로 높았고, 개인별 피폭량의 경우 경주‧울산‧포항 순으로 분석됐다. 연구소는 총 9가지 사고 시나리오 가운데 월성원전 1개 호기에서 비상노심냉각계통의 배관 파단으로 방사성 물질이 격납건물 외부로 방출됐을 경우를 가정했다. 

지역 공론화를 위해 구성된 월성원전 지역실행기구에 울산은 배제된 상태다. 울산 북구의 경우 8km, 울산 전체가 방사선비상구역에 포함되지만 지역실행기구 의견 수렴 범위가 '경주시'이기 때문이다. 울산 지역이 월성월전 영향권에 포함됨에도 행정구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제외된 셈이다. 월성원전 시민참여단은 경주시 거주 만 19세 이상 150명으로 구성된다. 앞서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여론조사기관은 "원전 반경 5km 이내와 5km 이외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 비율을 적정 수준으로 조절할 예정"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2018년 재검토위 준비단에서도 지역의견 수렴 범위는 주요 쟁점이었다. 원자력계 위원 3인이 지지한 5km와 지역 대표 5인·환경단체 3인이 합의한 30km가 최종 권고안에 포함됐다. 후자의 경우 원전 소재 지역 기초지자체 행정구역 및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상충시 원전 소재지 의견을 존중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월성핵쓰레기장반대 주민투표 울산운동본부 등은 "그동안 맥스터 관련 논의 참여를 지속 요청했지만 모두 무시됐다"면서 "결국 스스로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울산 시민들은 주민투표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산업부와 재검토위가 의견 수렴 범위에 대한 공정한 기준없이 지역에 미룬 채 방관했을 뿐만 아니라 위원회 내부에서 이견이 존재함에도 무시해왔다는 주장이다.

주민투표 소식이 알려진 후 재검토위는 지난달 11일 울산시청 등과 비공개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위원 1명, 시와 군·구의 공무원 10명 등이 참석했다. 

◇ 적막만 흘렀던 '전국 공론화' 개시 첫날

재검토위에 따르면 한국리서치는 4월 17일부터 무작위 유·무선 전화조사를 통해 총 2만여명으로부터 참여 의사를 확인했고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반영한 무작위 추출방식을 통해 549명의 시민참여단을 선정했다. 이들은 4주 이상 숙의와 1‧2차 토론회 등을 거쳐 정부 최종권고안에 반영할 의견을 낸다. 

시민참여단 549명 현황. (사진=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
시민참여단 549명 현황. (사진=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

시민참여단의 성별 비율을 살펴보면 여성이 50.3%로 남성(49.7%)에 비해 소폭 높다. 연령대는 △19~29세 17.1% △30대 15.8% △40대 19.5% △50대 20.4% △60대 27.1%로 분포됐다. 지역별로는 △서울 18.9% △부산 6.6% △대구 4.6% △인천 5.6% △광주 2.6% △대전 3.1% △울산 1.8% △경기 25.1% △강원 2.9% △충북 2.9% △충남(세종포함) 5.3% △전북 3.6% △전남 3.6% △경북 5.1% △경남 6.4% △제주 1.8%다. 

지난달 23일 전국 14개 지역에서 원격으로 시민참여단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됐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500여명의 시민들이 한 자리에 모이지 못하는데도 화상회의로 강행했다는 점과 전국 공론화 첫 행사인데도 비공개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이날 현장에서는 언론사를 비롯해 참여단에 선정되지 못한 일반 시민들의 참관은 제한됐다. 전국의 시민‧환경단체들은 권역별 행사장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거나 울산의 경우 시민단체 반발로 행사가 취소되기도 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중간저장시설 보관기간과 재처리 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 관련 질문 등이 제기된 가운데 한 지역의 시민은 수준 이하의 답변을 듣는 일도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재검토위 관계자는 "오리엔테이션 현장을 언론사 등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것은 코로나 예방 차원에서 부득이하게 결정된 조치였다"며 "향후 열릴 토론회에는 참관 범위를 최대한 확대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1차 토론회의 경우 이달 안으로 열릴 것으로 보이며, 7월 초에는 전문가를 대상으로 공중파 토론회가 예정됐다. 

이 관계자는 "일각에서 코로나 상황에 맞춰 일정을 늦추자는 말도 있는데 549명의 시민들이 공론화 종료 시점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려면 오리엔테이션부터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이날 현장은 전 국민이 관련 문제를 제대로 알 수 있도록 TV 등을 통한 공개가 필수였다"며 "일반 시민들의 참관을 막고 행사가 진행된다는 사실조차 하루 전에 보도자료로 알리는 소극적인 공론화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재검토위는 올해 9월 전후로 공론화를 마무리짓는다는 입장이다. 현재 월성원전을 제외하고 지역실행기구 구성이 완료된 곳은 고리원전이다. 한울원전이 위치한 울진은 협의 중이며, 영광 지역의 경우 한빛 3‧4호기 격납건물 콘크리트 공극 문제와 맞물려 지역 주민들은 실행기구 자체를 거부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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