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금융지원, 은행권 소진율 저조···수요자 분석 실패 지적
소상공인 금융지원, 은행권 소진율 저조···수요자 분석 실패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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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소상공인 금융지원, 은행 소진율 30% 수준···2차도 신청 기준 3% 불과해
"정책 세울 때 현장 소리 듣지 않아···저신용자 중심정책 이뤄졌어야 아쉬움"
6일 IBK기업은행 영업점이 소상공인 신속금융지원 대출 상품을 상담·신청하러 온 내방 고객들로 북적인다. (사진=박시형 기자)
6일 IBK기업은행 영업점이 소상공인 신속금융지원 대출 상품을 상담·신청하러 온 내방 고객들로 북적인다. (사진=박시형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정부가 소상공인 자금지원프로그램을 1~2차에 걸쳐 총 12조6000억원 규모의 운전자금을 공급했지만 은행을 통한 대출 공급은 저조해 수요자 분석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9일까지 1차 금융지원 프로그램에서는 12조5000억원이 경영자금으로 신규 공급됐다고 밝혔다. 1차 금융지원은 신용등급이 1~3등급인 소상공인은 시중은행에서, 1~6등급은 기업은행, 4~10등급은 소상공시장진흥공단을 통해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1차 금융지원의 경우 코로나19가 한창 확산할 때라 소상공인지원센터 앞에 전날 밤부터 줄을 서야 겨우 대출 접수 번호표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신청자가 몰렸다. 기업은행에도 대출 수요가 몰려 이용자들이 며칠을 걸려 대출 신청을 했고, 신청 후에도 대출 실행까지는 수일이 더 걸렸다. 이들 상품은 5월 초 각각 3조1000억원과 7조8000억원의 한도가 소진됐다.

그런데 은행권의 1차 금융지원 대출은 총 5조5000억원 한도로 공급되지만 아직 1조6000억원 수준(5월 29일 기준)에 그쳐 3조9000억원 가량 여유를 남겨두고 있다. 소진율이 30%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지난달 18일부터 2차 금융지원 프로그램 접수를 시작했다. 1인당 1000만원 소상공인 100만명에게 대출해준다. 지난달 29일까지 8796건, 879억원이 공급됐다. 신청자 수로 봐도 총 3만200여건이 사전 접수됐다. 3% 수준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당국이 수요자 분석에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금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은 '저신용' 소상공인인데 이들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신용자는 이번 금융지원이 아니라도 어디서든 필요한만큼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1차 금융지원에서는 금리가 1.5% 수준으로 낮아 다른 대출을 갚는다거나 향후 상황에 대비해 미리 대출을 받아두려는 가수요가 많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차 금융지원에서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소상공인에게 대출이 돌아갈 수 있도록 금리를 3~5% 수준으로 결정했다. 여느 상품과 차이가 없자 고신용자들이 빠져나갔고, 대출 신청은 급감했다.

반면 저신용자들은 돈을 구할 곳이 없다. 정부가 95%를 보증하는 2차 소상공인 대출은 7~10등급에 대해서는 대출해주지 않고, 그나마도 6~7등급의 경우 기존 대출이 많으면 거절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책을 세울 때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1차 금융지원 당시 정부가 소상공인에 대한 신용보강을 해 주고 모든 채널에서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2차 지원에서는 시중은행으로 채널이 단일화됐지만 금리 등 상품에 대한 조건이 달라졌고, 이미 골든타임을 놓쳐 폐업 등 위기로 내몰린 소상공인도 다수다.

이 관계자는 "처음부터 저신용자 중심으로 정책이 이뤄졌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고신용자는 한도만 보강해주고, 저신용자는 역차별이 발생하더라도 한도와 금리를 동시에 보강해 지원했다면 소상공인에게 더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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