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통 수준' 예금 이탈 가속?···0%대 금리 '현실화'
'저금통 수준' 예금 이탈 가속?···0%대 금리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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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예금잔액 한 달만 6조원 줄어
은행권, 예금금리 인하···저금리·코로나 여파
(왼쪽부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본점 전경 (사진=각 사)
(왼쪽부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본점 전경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코로나19 사태와 초저금리 장기화 여파로 은행 예금이 한 달만에 6조원 가량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여파로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급하게 생활비가 필요한 사람들이 예금에서 빠져나갔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은행 이자로는 '재미'를 보기 힘든 0% 예금 금리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시중자금이 예금에서 빠져나갔다는 관측도 나온다.

2일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의 지난달 정기예금 잔액은 643조769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4월 정기예금 잔액(649조6195억원) 대비 5조8496억원 줄어든 규모다. 4월 정기예금 잔액도 전월인 3월(652조3277억원)보다 2조7082억원 감소했는데, 5월 들어 감소폭이 확대된 것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신한은행의 지난달 정기예금 잔액은 전월(121조1605억원)에서 3조2762억원 줄어든 117조8843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도 1조5077억원 줄은 143조8445억원을 기록했다. △하나은행은 132조9334억원→131조5921억원 △우리은행도 122조902억원→120조3085억원으로 집계됐다. NH농협은행 홀로 전월 대비 2조560억원 늘어난 130조1385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경기가 침체되면서 일시적으로 생활비 등 자금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예금을 중도해지하거나 상품 만기 이후 재가입(롤오버)하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통 만기가 되면 롤오버를 하는데 코로나19 영향으로 경기가 어렵다 보니까 재투자 하지 않고 일단 현금을 들고 있자는 심리가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금리가 0%대인 예금 상품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시중자금이 예금에서 대거 빠져나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초저금리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지자 예금 상품을 더이상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지 않게 된 것이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 은행 예금 금리는 물가를 고려하면 거의 저금통 수준밖에 안되니까 정기예금에 대한 기대심리가 낮은 것이 사실"이라며 "정기예금에 대해서는 점점 더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달 28일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치인 0.50%로 인하하면서 이같은 흐름은 더 가속화될 수 있다.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의 예·적금 상품 금리도 덩달아 내려갈 예정이어서다.

실제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주력 예금 상품인 '국민수퍼정기예금'의 금리를 0.3%p 인하했다. 이에 따라 가입 기간별로(만기이자 지급식 기준) 연 0.6~1.05%였던 이 상품의 기본금리는 연 0.3~0.75%로 하향조정됐다. 또 오는 5일부터는 50여개 예·적금 상품의 금리도 순차적으로 인하하기로 했다.

이날 KB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다른 은행들도 속속 예·적금 상품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시기와 인하 폭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르면 이번주부터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렸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수신 금리를 내리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인하 시기와 상황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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