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경제, 기업·가계 '은행 대출로 버틴다'···2~4월 75조↑
코로나 경제, 기업·가계 '은행 대출로 버틴다'···2~4월 75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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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월 기업대출 51조7000억원·가계대출 23조7000억원 증가
4월 연체율 통계부터 본격 반영···정부 대출 만기·상환유예 '착시'
"장기화 시 금융시스템 위험···정부 유동성 공급 끝나는 때 유의"
6일 IBK기업은행 영업점이 소상공인 신속금융지원 대출 상품을 상담·신청하러 온 내방 고객들로 북적인다. (사진=박시형 기자)
IBK기업은행 영업점이 소상공인 신속금융지원 대출 상품을 상담·신청하러 온 내방 고객들로 북적인다. (사진=서울파이낸스 DB)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기업과 가계가 은행에서 75조원 이상의 대출을 새로 받아 연명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 상황이 장기화하면 대규모 연체가 발생해 금융 시스템이 붕괴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31일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2월~4월기간 기업과 가계가 은행에서 빌린 신규 대출은 75조4000억원이었다. 1월말 877조5000억원이던 기업대출 잔액은 4월말 929조2000억원(51조7000억원 증가)이 됐고, 가계대출 잔액도 같은 기간 892조원에서 915조7000억원(23조7000억원 증가)이 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출 증가규모(21조9000억원)와 비교하면 3.4배나 증가했다.

2~4월 은행권에서 대출이 가장 많았던 곳은 중소기업 대출이다. 29조9000억원이나 된다. 이중 16조8000억원(56.19%)이 자영업자 대출이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자영업자들이 유동성 위기를 먼저 겪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같은기간 1조원 감소했던 대기업 대출도 21조7000억원이나 늘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회사채·기업어음(CP) 시장이 경색되자 은행 문을 두드린 것이다.

가계는 23조7000억원을 은행에서 새로 대출받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출 증가액 9조9000억원의 2.2배 수준이다. 다만 가계대출은 부동산 시장 급등과 12·16 대출 규제에 따른 영향, 코로나19에 따른 급전 대출 수요 등이 섞여있다.

기업·가계대출은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0.75%→0.50%)로 이자 부담이 줄어들면서 한동안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연체율이다. 대출이 큰 폭의 증가를 보인 가운데 지난 3월 은행권 연체율은 0.39%에 그쳤다. 3월 기준으로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지표상으로는 정상적으로 보이지만 한 달 이상 연체해야 통계에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4~5월 통계부터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위기 상황이 본격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로 대출이 폭증했지만 그로 인한 위험성은 5월 이후에야 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주도한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프로그램도 연체율 착시를 일으키는 요인이다. 원리금 상환이 유예되면 연체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미 대출을 갚지 못해 만기연장·상환유예를 신청한 건수는 16만9000건, 자금규모로는 34조9000억원에 달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버티기 어려운 자영업자부터 무너지면서 연체율이 급증할 수 있다. 이는 돈을 빌려준 은행 등 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를 야기하고, 경제 시스템 전체로 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

경제전문가는 "원래도 가계부채가 많았는데 이번에 더 늘면 갚기가 한층 어려워질 것"이라며 "기업을 중심으로 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정부의 유동성 공급이 끝나고 대출이 어려워지는 시기를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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