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첫 역성장 나올까···'미중 리스크' 빠져 변수
외환위기 이후 첫 역성장 나올까···'미중 리스크' 빠져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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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이후 코로나 안정화···기본 시나리오에서 성장률 '-0.2%'
역대 역성장 1980년(-1.6%)·1998년(-5.1%) 단 두 차례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한국은행이 2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0.2%에 그칠 것으로 봤다. 기존 전망(2.1% 성장) 대비 2.3%p를 단번에 끌어내린 것이다. 코로나19 충격이 가진 경제 파괴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올해 한은의 전망치가 현실화하면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5.1%) 이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역(逆)성장을 기록하게 된다.

문제는 올해 들어 다시 고조되고 있는 미중 무역갈등 리스크가 전망치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미중 갈등으로 우리 경제성장률이 0.4%p 깎였다고 밝힌 바 있다.   

이환석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경제전망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환석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경제전망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한은은 이날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0.2%로 2.3%p 크게 낮췄다. 앞서 지난 2월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1%로 한 차례 인하했지만, 이후 각종 지표에서 코로나19 사태의 경제 타격이 더 심각한 것으로 속속 확인되자 이를 반영해 큰폭 하향조정한 것이다. 

만일 한은의 전망대로 올해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되면 이는 1998년(-5.1%) IMF 외환위기 직후 이후 22년 만이다. 이전 역성장 기록은 오일쇼크 당시인 1980년(-1.6%), 1998년(-5.1%) 두 차례 뿐이었다. 마이너스(-) 성장률 전망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7월(-1.6%) 이후 11년 만이다. 다만 당시에는 플러스 성장(0.8%)을 기록한 바 있다. 

◆비관적 시나리오 상정 성장률 -1.8% '뚝' = -0.2% 성장률은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진자 수가 2분기(4~6월)에 정점에 이르고 하반기 안정된다는 기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코로나19 신규 및 잔존 확진자수가 3분기중 정점에 이르고 그에 따라 확산이 장기화되고, 완화속도가 기본 시나리오보다 완만해지는 비관적 시나리오를 가정할 때는 -1.8%까지 낙폭이 커질 전망이다. 

반대로 코로나19 사태가 기본 시나리오보다 빠른 속도로 진정되는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올해 플러스(+) 성장(0.5%)도 가능하다. 내년 성장률의 경우 기본, 낙관, 비관 시나리오에서 각 3.1%, 3.8%, 1.6%로 추산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정리된 바로 다음해에는 곧바로 경기가 살아나 '브이(V)자' 반등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성장률 전망(-0.2%)은 전세계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2분기에 정점에 도달하고, 국내에서도 대규모의 재확산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이뤄졌다"고 했다. 그는 "4월 금통위 이후 한 달이 지나고 보니 글로벌 코로나19 진정 시점이 지연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소폭의 플러스를 나타내겠지만, 상황이 악화되는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마이너스 폭이 비교적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은은 상품 수출의 경우 올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2.1% 줄겠지만, 하반기부터 완만하게 개선돼 내년에는 플러스(3.2%)로 돌아선다고 내다봤다. 고용 부문 역시 코로나19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됐다. 지난해 30만명이었던 취업자수는 올해 10분의 1인 3만명 수준으로 급감한 뒤 내년에 29만명 선을 회복할 것으로 관측됐다. 실업률은 작년 3.8%에서 올해 4.0%로 높아졌다가 내년에 3.7%로 다시 떨어질 전망이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작년(600억달러)보다 30억달러 적은 570억달러에 그치고, 내년에는 550억달러까지 줄어든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아울러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값은 국제유가 하락,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지난 2월 전망 당시(1.0%)보다 0.7%p나 낮은 0.3%로 제시됐다. 식료품·에너지 물가를 뺀 근원물가 상승률의 경우 0.4% 수준으로 예상됐다.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위안화가 전격 절하된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 중구 외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와 위안화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위안화가 전격 절하된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 중구 외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와 위안화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중 갈등 '재고조' 변수, 반영 못했다" = 문제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리스크가 이번 전망률 수치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향후 미중간 긴장이 더 악화되고, 장기화 될 경우 현재보다 더 전망률이 빠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앞서 한은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지난해 성장률이 0.4%p 떨어졌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 책임을 둘러싸고 양국이 거친 설전을 이어가는 가운데,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직접 제정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긴장이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미국은 홍콩보안법에 대한 강경한 반대 입장을 표하면서, 경제 제재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총재는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여 투자와 교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특히 우리 수출회복에 상당한 제약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이런 갈등이 구체화 될지, 구체화 된다면 어떤 조치가 어떤 강도로 나타날지에 대해 예상하기가 대단히 어렵기 때문에 이번 전망에는 이것을 구체적으로 수치에 반영하지 못했다"면서 "하방 리스크로는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경제를 보는 싸늘한 시선은 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지난 20일 올해 성장률을 0.2%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활동이 내년이나 돼야 점진적으로 회복하는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성장률이 -1.6%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내수 위축과 수출 부진으로 올해 성장률이 -0.5%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IMF는 올해 한국 성장률을 -1.2%로 제시했다. 국제평가기관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1.5%), 피치(-1.2%), 무디스(-0.5%)도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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