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MB 공약에 ‘술렁’…10년만의 '대수술'?
금융권, MB 공약에 ‘술렁’…10년만의 '대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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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경제살리기를 국정 최우선 순위에"
작은 정부 지향…금융시장 파급력 클 듯 
 
▲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서울파이낸스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경제성장을 최우선으로 실용주의 노선을 추구하는 CEO 출신 인사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명박 당선자는 이른바 ‘경제 대통령’임을 자임하며 임기 중에 저성장 늪에 빠진 대한민국 경제 살리기를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혀왔다.
이 당선자는 특히 금융산업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한국경제는 그동안 실물경제가 경제성장을 이끄는 구조였으나 더 나아가 선진경제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금융발전이 수반되지 않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금융개혁이 필수라는 점도 강조해 왔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미 금융시장 개혁을 위한 로드맵은 ‘자본시장통합법’을 통해 마련됐고 이 당선자는 이 법이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는 후속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금융기관들의 지분매각은 물론 외국인 투자 장벽도 제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당선자가 제시했던 금융산업 관련 공약 역시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금산분리 완화와 국책은행의 민영화, 그리고 금융당국의 일원화가 그것이다.
다만 각 사안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적지 않은 만큼 무리한 추진은 지양해야 한다고 금융관련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우리은행  ©  서울파이낸스
"금산분리 단계적 재검토"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여왔던 국내 M&A(인수합병) 시장이 이번 대선 이후로 활기를 띨 전망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공 금융기관과 채권단 등 매각 주체들은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이 투입됐거나 출자전환한 기업에 대한 입찰이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시기를 놓고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M&A 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는 매물은 대한통운과 쌍용건설, 대우일렉트로닉스 등이며 금융권에서는 단연 우리금융지주가 매머드급 매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우리금융지주 지분 73%를 보유하고 있는 예금보험공사도 전체 지분의 약 7%에 해당하는 1조원어치를 추가로 매각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예보 관계자는 "이번 지분 매각은 예보가 보유한 우리금융지주의 지분을 조속히 매각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라며 "다만 구체적인 매각 시한 등은 정해 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예보는 경영권에 상관없는 23% 지분을 우선 매각하고 50%+1주는 전략적 투자자에게 넘기기로 한 상태이다.
이처럼 매각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까지 나온 상태인데도 우리금융지주 민영화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산업자본의 금융산업 지배를 제한하는 금산분리 원칙 때문이다.
금산분리란 비금융주력자가 금융기관의 의결권이 있는 주식 4%를 초과 보유할 수 없도록 제한한 원칙으로 1982년 처음 도입됐다.
금산분리 원칙은 산업자본에 의한 은행의 사금고화를 막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진 반면, 외국자본이 대다수 국내 은행을 지배하게 됨으로써 역차별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에 따라 재계 일각에서는 국내 금융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금산분리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을 끊임없기 제기해 왔으며, 이 당선자 또한 기업 CEO 출신답게 이같은 주장에 동조하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이 당선자는 “금산분리 원칙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외국자본이 국내 은행을 지배하는 역차별이 심각해지고 있어 이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며 “다만 향후 10년 동안 금산분리 원칙을 전향적인 시각에서 단계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같은 이 당선자의 지적으로 인해 금산분리 완화에 대한 논의가 취임 이후 재개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금산분리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아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무엇보다 현 정부가 금산분리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바 있으며,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와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들도 금산분리 완화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와 함께 금산분리 완화를 주장하며 내부적으로 은행 소유를 추진해온 삼성그룹의 비자금 의혹 문제도 금산분리 완화 목소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최근 권오규 부총리는 “삼성그룹의 비자금 의혹을 계기로 금산분리 원칙이 엄격히 지켜져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을 것”이라며 “기업의 책임성 및 투명성과 관련된 제도가 개선된 것은 사실이나 실제 운영이 못 쫓아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 당선자가 금산분리 완화 문제를 일단 정부기관 및 연기금 등을 통해 해결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금산법에 따르면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는 불가능하나 금융자본의 범위를 좀더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각종 연기금 및 사모펀드(PEF) 등의 은행소유는 가능해진다.
최근 박병원 우리금융 회장도 정부의 보유지분을 국민연금 등에 넘기는 방식으로 민영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박 회장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대기업이 국내 은행을 인수하는 것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아 금산법이 폐지 또는 완화되더라도 매각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며 “경영권과 관계없는 23%는 예정대로 팔고 나머지 지분에 대해서는 전체 우리금융 지분 10~15%를 국민연금에 넘기고 5개 정도의 펀드가 5~9%씩 나눠갖는게 바람직하다”며 민영화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하지만 우리금융을 정부의 입김 아래 있는 국민연금 등에 파는 방법은 반쪽짜리 민영화라는 논란을 남기게 된다. 
이와 함께 금산분리 원칙 완화를 위해선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도 개정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내년 4월로 예정된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다수당으로서의 입지도 현실화돼야 하기 때문에 금산분리 원칙이 완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  산업은행   © 서울파이낸스

■개별 금융기관 득실계산 ‘분주’
이 당선자는 대선 35일 전인 지난 11월 13일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중소기업 지원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산업은행을 민영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당선자는 “20~30조원의 기금을 만들어 중소기업 지원자금 문제 하나만은 해결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국책은행이나 여러가지 자산을 처분하면 어려움 없이 구할수 있을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을 순수 정책금융기관과 IB(투자은행) 부문으로 분리해 IB 부문을 민간에 매각해 조달된 자금을 중소기업 지원자금으로 활용하겠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하이닉스반도체, 대우조선해양 등도 분리된 민영투자은행으로 넘겨 단계적으로 분할매각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당선자는 산업은행의 분리 매각을 위해 현행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해 기업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인수할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이 당선자의 이같은 산업은행의 민영화 구상은 지난 7월 발표된 정부의 ‘국책은행 역할 재정립 방안’과 골격이 비슷하나 정부는 2013년 이후로 민영화 계획을 연기했다.
반면 이 당선자는 임기 중에 산업은행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어서 시기적으로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민영화는 향후 금융시장의 혼란을 대비해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할 필요성도 있다”며 “다만 산업은행 민영화에 대한 이 당선자의 공약이 선심성 공약으로 끝나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시중은행들은 이명박 당선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예대마진으로 인한 수익창출이 갈수록 어려워져 새 수익원 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은행들로서는 이 당선자의 ‘서민금융 활성화’ 공약이 마른땅에 단비와 같은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당선자의 서민금융 활성화 공약에는 ▲생계형 신용불량자 신용사면 ▲신용회복위원회를 '국민생활안정기금'으로 확대개편 ▲은행보험회사의 대부업 진출 자율화 등을 포함하고 있다.
만약 이 당선자의 서민금융 활성화 공약이 예정대로 이행된다면 금융회사, 특히 은행들로서는 안정적인 수익원을 새로 확보하게 된다.
우선 ‘생계형 신용불량자 신용사면’에서는 500만원 이하의 금융채무 불이행자 240만명에 대해 신용 대사면이 추진된다. 즉 그동안 금융회사로부터 소외됐던 240만명이 은행의 잠재고객이 되는 셈이다.
이어 ‘국민생활안정기금’이 소액 신용불량자들의 빚을 보증해 줌으로써 은행 등 금융회사들의 안정적인 자금운용을 보장한다.
다만 여기에도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신용불량자들의 대사면이 시행될 경우 신용불량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묵인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건전한 소비생활을 영위해온 대다수 금융소비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적지 않은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당선자는 또한 제도권 금융회사, 특히 은행의 대부업 진출을 독려함으로써 대출금리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제도권 금융회사들의 대부업 진출을 유도할 경우, 은행들로서는 ‘은행이 서민을 상대로 고리대업을 한다’는 평판리스크가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다.
최근 국내 시중은행들 또한 내년을 기점으로 소비자 금융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계획을 구상해 놓은 상태이다.
국민은행은 내년 중 소비자금융 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며,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8월 여신전문회사인 한미캐피탈(현 우리파이낸셜)을 인수했다. 또 신한지주도 자회사인 신한캐피탈을 통해 소비자금융 시장에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한편, 하나은행의 경우 그동안 주춤했던 '몸집불리기' 행보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신한은행 역시 이 당선자의 후광 효과를 노리는 듯한 인사를 단행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일 신한지주는 대규모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 가운데 신한은행 이휴원(54) 투자은행(IB)그룹 담당 부행장의 연임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부행장은 이 당선자와 포항 동지상고 동문이다. 그는 연임이 결정된 후 "이 당선자가 서울시장 시절 시은행 금고 유치 건으로 한두 차례 만났을 뿐 특별한 인연은 없다"며 "이명박 당선자 덕분에 연임됐다는 얘기가 나올까 걱정"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  금융감독위원회   © 서울파이낸스

■금융당국 체제 변화 불가피
금융당국도 '작은 정부'를 내세우고 있는 이 당선자의 향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업 규제를 최소화하고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하겠다는 이 당선자의 공약이 금융당국의 몸집축소로 이어질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정책 및 금융감독기구의 개편으로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이 하나로 통합될 가능성마저 나오고 있다.
현재 재경부는 금융정책을 총괄하고 있으며, 금감위는 금융감독과 관련된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열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 금감원은 금감위의 지시에 따라 금융기관을 감독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금감위와 금감원의 경우 비슷한 성격의 기관이 양분돼 있는 셈이다.
금감위와 금감원의 분리 운영은 1998년 금감위 설립 이듬해인 금감원 설립 때부터 논란의 불씨를 안고 있었다.
공무원 조직인 금감위의 지시에 의해 움직일 수밖에 없는 금감원은 태생적으로 관치금융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이에 따라 금감원 내부에서도 관치금융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금감위와 금감원의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제기해 왔다.
금융회사들도 금융당국에 대해 정부 주도형 감독체제에서 탈피해 전문성 있는 시장친화적 감독 기구로의 변모를 요구해 왔다.
반면 감사원은 지난 2004년 7월 카드대란이 부실 감독에서도 비롯된 만큼 금감위와 금감원이 통합하되 이후 정부기구로 남겨둬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금감당국 관계자는 "앞선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시절에도 인수위원회를 통해 이같은 문제가 논의된 적이 있지만 기관별 첨예한 시각차로 인해 추진이 무산됐다"며 "이 당선자가 강력한 추진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번에는 '반관반민'이라는 금융당국 체제를 개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 당선자의 공약은 한국은행의 정책에도 상당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그동안 시중 유동성의 급격한 증가로 인한 물가앙등을 막기 위해 보수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해 왔으며 향후에도 안정 위주의 통화정책 기조는 계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 당선자가 '성장 우선' 정책으로 국정운영의 초점을 맞출 경우 한국은행으로서는 정부의 이같은 정책에 협조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물론 통화정책은 금통위 고유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입김이 직접적으로 작용할리는 만무하지만 그렇다고 정부의 정책기조를 통화정책에 반영하지 않을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만약 차기 정부가 성장우선으로 정책기조를 전환할 경우 한국은행으로서는 물가 압력을 최소화하면서 경제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묘수가 필요하게 된다.
하지만 물가와 경제성장은 통상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묘수찾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통화정책에 대한 차기정부의 관여 의지는 내년 4월로 예정된 금통위원 교체기에서 나타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7명으로 구성된 금통위원 가운데 3명이 내년 4월 임기가 만료되며 추천받은 인물은 대통령의 임명으로 금통위에 입성하게 된다.
만약 새로 입성한 금통위원들이 친재경부 성향의 인사로 채워질 경우 향후 금통위의 통화전략이 성장위주의 정책 기조로 변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금통위의 통화정책은 각 위원들간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결정되기 때문에 일부 위원들의 성향에 따라 통화정책이 변화할 것이라는 관측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공인호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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