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의 역습' 위안화 기준환율↑···미·중 환율전쟁 조짐
'中의 역습' 위안화 기준환율↑···미·중 환율전쟁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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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 금융위기 이후 최고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위안화가 전격 절하된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 중구 외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와 위안화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위안화가 전격 절하된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 중구 외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와 위안화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날로 격화 중인 가운데, 중국 위안화가 전격적으로 절하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그간 미국은 위안화 약세가 중국의 수출경쟁력을 높인다며 격렬히 반발해 온 바 있다. 금융권에선 미중 갈등이 환율전쟁으로 다시 옮아붙을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인민은행은 26일 달러 대비 위안화 중간(기준) 환율을 전날보다 0.12% 오른 7.1293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2월 27일 이후 12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고시 환율은 로이터 통신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인 7.1286위안보다 높았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오른 것은 상대적으로 위안화 가치가 낮아졌음을 뜻한다.

시장의 위안화 환율도 미중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작년 9월 수준으로 올랐다. 이날 홍콩 역외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장중 7.1506위안까지 올라 작년 9월 고점인 7.1652위안에 바짝 다가섰다. 코로나19 책임론 공방이 지속되는 가운데 홍콩의 정치문제가 동시에 불거진 만큼, 위안화 약세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이전 경험을 대입하면 무역분쟁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갈등을 높였던 2018~2019년 세 차례의 위안화 약세는 평균 18일간 3.5% 약세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이어 "위안화 환율이 이전 장중 최고치인 7.2위안을 상향 돌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사태가 추가로 악화할 경우 7.3위안 상향 돌파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8월 미중 무역분쟁이 정점으로 치닫자 위안화 환율이 급등, 달러당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가 이뤄졌다. 포치는 위안화 환율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진다. 당시 미국은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며 양국 간에 '환율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만 미국은 중국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조항은 제외시켰고 이후 5개월만인 올해 1월에 환율 조작국 지정을 철회한 바 있다. 

이에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7위안 아래로 다시 내려갔지만 최근 들어 중국의 재정적자 악화 전망이 불거지고, 미중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닫자 포치가 재현됐다는 설명이다. 환율 문제는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의 주요 축 가운데 하나다. 미국은 그간 중국이 자국 수출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위안화 평가절하를 유도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전문가들은 환율전쟁이 다시 본격화하면 지난번과 달리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두 나라가 다투고 있는 쟁점들이 쉽게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수현 KB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지난해와 같이 환율을 미중 협상카드로 활용할 가능성 높다"고 했다. 그는 "미국 측의 압박이 추가로 강화될 경우 중국이 환율로 협상안을 제시하고, 미국은 중국을 압박해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위안화 가치 하락은 경제악화에 시달리는 신흥국 통화가치의 연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중요한 문제다. 특히 한국은 전체 무역에서 중국과의 수출입 비중이 가장 커 원화의 위안화 가격 연동세가 어느 통화보다 뚜렷한 편이다. 위안화 약세에 따른 원화 약세는 당장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작용을 할 수 있지만 코로나19로 벌어진 달러 확보 전쟁이 재촉발되는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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