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보상하자니 배임 문제가···라임펀드 판매 증권사 '딜레마'
선보상하자니 배임 문제가···라임펀드 판매 증권사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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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은행, 자율보상안 추진
증권사들, 여전히 부정적 입장
사진=라임자산운용
사진=라임자산운용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빚은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 은행들이 일찌감치 투자자들에 선(先)보상 방침을 정했지만, 증권사들은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보상에 나섰다가는 자칫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신한·하나·부산·기업·경남·농협은행 등 '라임펀드' 판매사 7곳은 최근 투자자들에 대한 보상안을 마련,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손실액의 30%를 미리 보상하고, 남은 펀드 평가액의 75%를 가지급하는 내용이 골자다. 투자 경험이 없는 고령 투자자의 경우 손실의 최대 50%까지 선보상하는 계획도 담겼다. 

라임 펀드 분쟁조정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은행들이 '선보상'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우선 불완전 판매 가능성에 따른 최소한의 보상금을 먼저 지급하고, 이후 분쟁조정 최종 결과가 나오면 그에 맞춰 추가로 지급하는 방식을 정했다.

라임 펀드 선보상 결정에 다소 우호적인 은행들과 달리 증권사들은 주저하는 눈치다. 해당 방침을 정한 증권사는 판매사 12곳 중 신한금융투자와 신영증권 두 곳에 불과하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라임펀드로 발생한 고객 손실과 관련한 자발적 보상안을 확정했다. 국내펀드와 무역금융펀드 개방형은 30%(법인전문투자자 20%), 무역금융펀드 폐쇄형의 경우 70%(법인전문투자자 50%)다. 19개사 판매사 중 자발적으로 손상 보상에 나섰다.

신한금투 관계자는 "무역금융펀드 중 자발적 환매가 불가능한 폐쇄형 펀드의 경우 투자설명서에 대한 설명이 미흡했던 점을 고려했다"면서 "고객 신뢰 회복과 투자자 보호에 가장 방점을 둔 결정으로, 자발적 보상에 나섰다는 점을 두고 일부에서 환영의 뜻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선보상 방침을 정한 이들 증권사 외 10곳은 여전히 "내부 검토 중"이라며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보상에 나서면 회사와 주주들에 손실이 발생하고, 이는 배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들었다.

라임펀드 판매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선보상안을 내부적으로 면밀히 논의하고 있다"면서도 "판매사의 잘못이 확실히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선보상 방침을 정한다면 배임 문제로 비화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매 중단 책임의 중심에 선 라임운용과 일부 판매사와 달리 우리는 완전판매 프로세스를 준수했다"고 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선보상안에 대해 여러 방면으로 고려하고 있지만, 관련 방침이 언제 정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며 "알려졌다시피 보상을 해주고 싶어도 배임 이슈가 가장 걸리는데, 사외이사가 이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와 신뢰 회복 차원에서 보상이 이뤄지면 좋겠지만, 자칫 배임죄로 불거질 우려가 존재한다"면서 "일부 증권사는 법 저촉 여부를 다방면으로 따져본 뒤 보상 의지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선보상안을 결정한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법률회사의 자문을 거쳐 배임의 여지가 없다는 검토를 받고 보상안을 확정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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