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자금줄 마른 상장사···잇단 단기 차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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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관련 공시, 85건···전년比 70%↑
CP·단기사채·금융기관 통해 현금 확보 '주력'
사진= 서울파이낸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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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직격탄을 맞은 상장 기업들이 잇달아 짧은 만기로 빚을 내고 있다. 실적 부진으로 자금난을 겪게 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관측된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가증권(코스피)·코스닥 상장사가 올해 들어 단기 차입금 증가 결정을 공시한 건수는 85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50건)과 비교해 35건(70%) 증가한 수준이다. 단기 차입금은 갚을 기간을 1년 이내로 정하고 빌려쓴 돈이다.  

특히 규모가 큰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두드러졌다. 지난해 19건에 불과했던 코스피 상장사의 단기차입금 증가 공시는 올해 이보다 33건 급증한 52건으로 나타났다. 코스닥시장의 경우 33곳으로 2곳 늘어나는 데 그쳤다.

경영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22일(5868억원)과 29일(8000억원) 총 1조3868억원을 금융기관으로부터 단기 차입했다. 운영자금과 차환자금을 위한 것으로 자기자본 대비 22.4%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에 따라 두산중공업의 총 단기차입액은 3조4445억원으로 확대됐다.

두산중공업은 올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56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3223억원)보다 82% 급감한 수준이다. 순손실은 3714억원으로 아예 적자전환했다. 대규모 명예퇴직과 두산밥캣 주가수익스와프(PRS) 파생평가 손실이 주로 영향을 미쳤다.

구조조정 중인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월 6000억원을 브릿지론(임시자금대출)으로 금융권에서 빌린 데 이어 지난달 22일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조7000억원을 단기 차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1분기에만 2334억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고, 2분기도 적자폭이 커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실적 부진에 직면해 현금 흐름이 악화하자,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단기적으로 빚을 내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이다.

증권사들은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 발행 한도를 늘려 유동성을 확보했다. 삼성증권(1조5000억원)과 메리츠증권(2조원), 키움증권(2조원), 대신증권(5000억원) 등은 최근 기업어음과 전자단기사채 발행 한도를 증액했다. 안정적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한도를 선제적으로 늘렸다.

자본시장 한 전문가는 "기업들은 2분기 중반에 들어서도 여전한 코로나 사태로 실적 악화에 봉착했다"면서 "실물경기 침체 우려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재무상태에 대한 불확실성을 느낀 기업들은 향후에 대비해 단기 차입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기자금 조달 창구인 회사채 시장이 녹록지 않은 점 역시 단기차입 증가 건수가 늘어나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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