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석유수송의 대동맥 대한송유관공사···기름 도둑과 전쟁 중
[르포] 석유수송의 대동맥 대한송유관공사···기름 도둑과 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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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유 조직적 범죄 근절 위해 국가사회 함께 노력해야"
일렬로 늘어선 석유저장탱크.(사진=대한송유관공사)
일렬로 늘어선 석유저장탱크.(사진=대한송유관공사)

[서울파이낸스 윤은식·김혜경 기자] 19일 오후 서울에서 차를 타고 한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대한송유관공사 본사 및 서울지사를 찾았다. 국내 석유수송의 대동맥으로 불리는 만큼 거대한 마시멜로처럼 생긴 석유 저장 탱크들이 빼곡히 들어 차 있었고, 송유관들은 혈관처럼 저장 탱크를 이어주고 있었다. 출입문에는 대형 유조차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들었고 출입문 안쪽으로는 유류를 담기 위해 유조차 약 20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국가보안시설이다보니 엄격한 출입절차에 따라 입장이 가능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을 위한 체온 측정도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지난 1990년 문을 연 송유관공사는 국내 유일의 송유관 업체다. 유류를 생산지에서 소비지로 빠르게 수송하는 역할을 한다. 국내 석유 수송량의 60%에 달하는 연간 1억8905만배럴 이상을 실어 나른다. 또 판교, 대전, 천안 등 전국 11개 저유소 탱크 164기에는 국내 소비량 6일분에 해당하는 경질류 500만 배럴을 비축할 수 있다.

이날 방문한 판교저유소는 수도권 유류공급의 핵심시설 명성대로 웅장한 규모를 뽐내고 있었다. 총면적 27만평(89만2561.983m²) 부지에 총 217만9000배럴을 저장할 수 있는 탱크 40기와 84개의 출하대를 통해 하루 약 44만 배럴을 출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지난 2015년 기준으로 1인당 하루 석유소비량 19.13배럴을 고려하면 매일 2만3000명이 사용할 석유를 공급하는 수준이다.

84개의 출하대는 아시아 최대 규모라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마침 이날 출하대 10여곳에서 각 정유사 유조차들이 예약된 유종을 탱크로리에 담고 있었다. 주유소에서 주유하는 모습과 비슷해 낯설지는 않았다.

송유관공사의 역할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선박이나 유조차로 석유제품을 운송하는 것은 미세먼지나 질소산화물 등 환경오염물질을 대거 배출하지만 송유관은 이런 문제가 없고 또 기상조건, 시간, 교통환경 등 영향을 받지 않아 대량수송이 가능해 운송비용과 운송소요시간이 대폭 절감된다.

업계서는 운송비용과 소요시간 감소 등 송유관 운송에 따른 직접물류비 절감액을 연간 450여억원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교통과밀도 완화에 따른 사회간접투자비와 해양오염, 교통사고 등과 같은 사고 요인 감소로 인한 간접물류비 절감도 연간 320여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 출하대로 뻗어있는 송유관.(사진=대한송유관공사)
석유 출하대로 뻗어있는 송유관.(사진=대한송유관공사)

송유관공사는 전남 여수와 울산 등 국내 정유 4사(SK·GS·현대·에쓰오일) 정유공장에서 저유소를 연결하는 송유관 1104km와 판교·천안 등 4곳 저유소, 펌핑장 12곳을 운영한다. 국가기간산업의 근간인 석유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안전관리와 특히 '도유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송유관공사 서울지사 건물 5층에 마련된 브리핑장에서 도유 범죄의 심각한 문제점과 근절을 위한 송유관공사의 노력을 설명하는 직원의 눈에서는 비장함 마저 느낄 수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기름을 훔치는 도유범죄는 그 자체로도 중대범죄지만 도유과정에서 화재나 인명피해, 상수원 오염 등 큰 사고로 확산할 수 있다"며 "훔친 석유가 무자료로 유통됨으로써 석유 유통 질서가 파괴돼 사회적 문제로 확산 할 수 있다"고 주의했다.

도유 근절을 위해 송유관공사는 지난 2018년부터 '도유근절 마스터 플랜'을 수립해 도유 범죄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송유관공사가 자체 개발한 누유감지시스템(d-POLIS·dopco-Pipeline Oil Leak Inspection System)이 최전선에서 활약 중이다. 

d-POLIS는 송유관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미세한 압력·유량·온도·비중 변화에 대한 정보가 24시간 수시 전송돼 자동 분석하도록 고안된 시스템이다. 기름이 새는 위치와 양까지 탐지할 수 있다. 이동식 감지 기능도 추가되면서 실시간 탐측이나 장소제한 없이 모니터링이 가능한 모바일 d-POLIS를 구축했다.

아울러 감시 인력을 활용한 예방체계도 상시 가동 중이다. 관로 상부에서 송유관 피복손상을 탐지할 수 있는 특수장비인 관로피복손상탐측기를 이용해 탐측을 강화했다. 또 폐쇄회로(CCTV)를 관로 전구간에 설치해 수시로 도유를 감시하고 야간이나 차량 진입이 힘든 구간은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한다.

도유 감시를 강화한 결과 마스터 플랜을 수립한 2018년 도유 건수 17건에서 올해 1분기까지 1건으로 94%의 도유 발생 건수를 줄이는 회기적인 성과를 만들어 냈다.

회사 관계자는 "이런 노력의 결과로 도유범 검거율을 대폭 향상시키는 가시적 성과를 냈다"며 "최근 4년 평균 14건이였던 도유 범죄 건수는 올해 들어 단 1건으로 눈에 띄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송유관공사는 관계기관과 다양한 노력으로 도유 범죄 근절에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재범률이 골칫거리라고 했다. 도유범죄에 대한 처벌이 약한 것이 주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도유범 선고 형량을 살펴보면 2년 이하의 징역형이 46% 수준으로 도유범죄 심각성 등을 고려하면 그 처벌 수위가 미약한 실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도유가 완벽히 근절되기 위해서는 회사의 자구 노력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도유범죄를 단순 절도가 아닌 심각한 조직범죄로 인식하는 관계당국의 인식전환과 함께 업계와 시민들의 사회적 관심이 촉구되야 한다"고 꼬집었다.

송유관공사는 국가 경제 고도성장으로 급증하는 석유 에너지 수요를 보다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수송하기 위해 1990년 정부와 국내 정유 4사, 항공 2사가 공동 출자해 설립됐다. 이후 2001년 정부지분을 정유사에 분할 매각함으로써 현재는 최대주주 SK이노베이션(41.0%)과 GS칼텍스(28.62%)·산업통상자원부(9.76%)·에쓰오일(8.87%)·현대중공업(6.39%)·대한항공(3.10%) 등이 지분을 나눠 소유하며 민영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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