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국내 대기업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 인력감축보다 유동성 확보와 비용 절감으로 버티고 있지만, 대기업 10곳 중 3곳은 코로나19가 6개월 이상 지속할 경우 인력 구조조정 없이 경영 유지가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연)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지난달 13∼24일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종업원 300인 이상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120곳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기업 구조조정 현황'을 설문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7일 밝혔다.
설문 결과 코로나19 피해 최소화를 위해 현재 취하거나 논의 중인 대응 전략으로 가장 많은 답변은 '금융자금 조달 등 유동성 확보'(22.5%)로 나타났다. 이어 휴업·휴직(19.4%), 성과급·복지비 등의 급여 삭감(17.5%)과 같은 비용 절감 방안이 뒤를 이었다. 명예·희망퇴직이나 정리해고, 권고사직 등 인력 감축은 8.8%에 그쳤다.
비주력사업 매각과 인수합병(M&A) 등 사업구조 개편(4.4%)이나 공급망 변경(3.1%)을 추진하는 기업도 일부 있었다. 별도 대응 방안이 없다고 답한 기업은 17.5%였다.
급여 삭감을 결정한 기업의 경우 직원 월급의 평균 7.9%, 임원 월급의 평균 15.0%를 삭감하려는 것으로 조사됐다. 월급 삭감 폭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 기업의 78.6%가 0∼10%라고 답했다. 이어 10∼20%(17.9%), 30∼40%(3.6%) 등의 순이었다.
휴업이나 휴직을 실시·논의하는 경우 평균 휴직 기간은 1.2개월로 조사됐다. 2주 이내 휴업을 고려한다는 응답이 48.4%로 가장 많았고, 1∼2개월(19.4%), 2주∼1개월(12.9%), 2∼3개월(12.9%), 4개월 이상(6.5%) 순이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영악화가 지속할 경우 인력 구조조정(감축)을 하지 않고 영업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을 묻는 질문에 대한 반응이다. 전체 응답 기업의 67.5%가 6개월 이상이라고 답했다. 이어 2∼4개월(16.7%), 4∼6개월(9.2%), 0∼2개월(6.7%) 등의 순이었다. 응답 기업 3곳 중 1곳은 코로나19가 6개월 이상 지속할 경우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휴업·휴직 추진 기업 중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받는 곳은 19.4%에 그쳤다.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이유 중에는 휴업시간 또는 휴직기간 요건 미달(52.0%)이라고 답한 기업이 과반이었다. 매출 감소 등 사유 불인정(20.0%), 까다로운 신청 절차와 서류 구비(8.0%), 신규채용·감원 등에 따른 지원금 반환 가능성(4.0%) 등이 뒤를 이었다.
고용 대란을 막기 위해 필요한 정책 지원으로는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요건 완화(37.5%)가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최저임금 동결(19.2%), 긴급융자제도 도입(14.9%), 특별고용지원업종 추가 지정(13.9%), 직원 월급 보증제도 도입(11.5%) 등의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