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물 소진에 강남 집값 '슬금슬금'···추격매수 여부 주목
급매물 소진에 강남 집값 '슬금슬금'···추격매수 여부 주목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공인중개업소에 매물 가격표가 붙어 있다.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공인중개업소에 매물 가격표가 붙어 있다.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줄곧 내림세를 이어가던 서울 강남권 집값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일대의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 잇따라 급매물이 소화된 영향이다. 업계에선 급매물을 시작으로 추격 매수세가 붙을 경우 조만간 강남 집값 하락세가 무뎌질 거란 전망을 내놓는다.

다만 이 기회에 호가를 올리려는 집주인과 더욱 '싼 매물'을 찾는 매수자의 엇박자가 생기면서 강남권 집값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14일 한국감정원 등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4% 내려 전주(-0.06%)보다 하락폭이 줄었다. 하락세를 이끌었던 서초(-0.16%)·강남(-0.15%)·송파(-0.08%) 등 강남3구의 낙폭이 축소되면서다.

강남3구는 2주 연속으로 내림폭이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27일 기준 -0.27%의 변동률을 보였던 서초구는 지난 4일 -0.24%, 11일 -0.16%를 기록했으며, 강남구(-0.29%→-0.23%→-0.15%)와 송파구(-0.17%→-0.12%→-0.08%)도 하락폭이 둔화했다.

강남권의 집값 약세가 주춤해진 것은 다주택자들이 내놓은 급매물의 역할이 컸다. 다주택자가 과세기준일인 6월 1일까지 매도를 마치기 위해 내놓은 급매물을 대기 매수자가 사들이면서 잠잠했던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실제 최근까지 거래소강 상태였던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황금연휴 직전 18억~19억원대에 거래가 다수 이뤄졌다. 강남구 은마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올해 들어 거래가 연이어 성사됐는데, 고점 대비 2억~3억원씩 빠진 급매물 위주로 주인을 찾았다.

덕분에 호가도 어느정도 회복됐다. 집주인들이 더이상의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버티기에 돌입했다는 것. 지난달 18억9300만원에 팔렸던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호가가 최고 22억원까지 형성됐다. 아직 18억8000만원에 나와있는 물건도 있지만, 중개업자들은 이마저도 집주인들과 다시 가격을 맞춰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월 실거래가가 18억원까지 떨어진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 84㎡의 경우 저층만 17억8000만~18억원대에 매물이 나와있고, 중·고층은 대다수가 18억 후반~20억원 수준이다. 

송파구 잠실동 W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무리하게 쥐고 있었던 집주인들은 세금이 부담스러워 급하게 물건을 내놨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매물을 다시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높이고 있다"며 "사겠다는 고객이 있어도 계약 직전에 집주인이 갑자기 호가를 높이는 바람에 성사되지 못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선 강남 일대 아파트값이 바닥을 다진 것 아니냐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강남 아파트가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큰 모양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강남권 집값 반등을 속단하긴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추가 하락을 예상하는 실수요자들이 많아, 아직 관망세가 완연하다는 게 그 근거다. 콧대를 높이는 일부 집주인과 달리 정작 상황을 반전시킬 추격 매수세가 많지 않다는 얘기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R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매도자와 매수자의 희망 가격이 어느 정도 맞아야 거래가 될 텐데 아직은 갭(차이)이 좀 크다"면서 "매수자들은 집값이 충분히 내려가지 않았다는 인식이 있어서 대기 명단만 많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4·15 총선 이후 정부의 집값 안정화 정책이 유지되고 있는 점도 강남 주택시장의 걸림돌 중 하나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등 불안 요소가 여전해 강남 호가 '바닥 다지기'가 굳혀질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양도세 중과 면제가 끝나는 6월 이후의 강남 아파트 시장 상황은 거시 경제를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코로나19 여파로 경기침체가 계속된다면 강남권 아파트값의 약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일부 강남 아파트 매도자들이 매물을 회수하거나 호가를 높이기도 했으나 수요자는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로 섣불리 추격 매수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과 서울에서의 주택 공급 방안을 담은 5.6 수도권 주택공급 대책은 매수 관망세에 힘을 보탤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