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샤넬이 뭐길래?···"오픈런 하려고 첫 차로 왔어요"
[르포] 샤넬이 뭐길래?···"오픈런 하려고 첫 차로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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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명품관 20~30대들 '장사진'···'생활 속 거리두기' 뒷전
13일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의 가격 인상 소식에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2층에 자리한 샤넬 매장이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박지수 기자)
13일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의 가격 인상 소식에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2층에 자리한 샤넬 매장이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박지수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지수 기자] "오픈런 하려고 새벽 6시에 부산에서 첫 차 타고 왔어요." 오픈런(Open run)이란 백화점이 개장하기도 전에 기다렸다가, 문이 열리자마자 매장으로 달려가는 것을 말한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의 가격 인상 소식이 알려지며 주요 백화점 명품관 앞에는 손님들로 연일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13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자리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명품관 후문에는 영업 전부터 50여명이 몰렸다. 샤넬 인기 핸드백 가격이 7~17% 오른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이었다. 샤넬의 가격 인상은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이날 백화점 개장시간인 오전 10시30분이 되자 셔터가 채 올라가기도 전에 손님들이 몸을 낮춰 샤넬 매장을 향해 달려갔다. 조금 더 빠른 순번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밀고 들어가는 탓에 손님들끼리 언성도 있었다.

손님들은 한 뼘 정도 떨어진 채 줄을 서 있었다. 나이는 대부분 20~30대였으며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줄을 서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함께 온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손님도 눈에 띈다. 최근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생활 속 거리두기는 실천되지 않는 모양새였다. 직원이 "거리두기를 지켜달라"고 외치면 사람들은 한 두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지방에서 왔다는 한 30대 여성은 "집 근처 백화점에는 클래식 백을 구할 수 없어 이 곳에 작년 여름 웨이팅을 걸어뒀다. 이제서야 연락이 와 품절되기 전 아침 일찍 구매하러 왔는데 가격 인상 전에 구매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40대의 한 여성 손님은 "조금이나마 쌀 때 사려고 왔는데 인기상품은 대부분 품절"이라며 발길을 돌렸다. 

이날 오후 방문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B 백화점 샤넬 매장 역시 손님들로 북적였다. 이 곳에선 매장을 방문해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으면 방문이 가능한 시간에 문자로 순번을 안내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밖에서 기다리는 손님이 많지 않았다. 

한 손님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자리한 한 백화점 샤넬 매장에 11시경 방문했지만 대기순번이 86번째였다. (사진=박지수 기자)
한 손님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자리한 한 백화점 샤넬 매장에 11시경 방문했지만 대기순번이 86번째였다. (사진=박지수 기자)

30대의 한 여성 손님은 "11시 경에 왔는데 대기 순번이 86번째였다"며 "1시 넘어서야 들어왔는데 가장 사려고 했던 가방은 이미 품절 돼 다른 가방을 샀다"고 말했다. 

예물 손님도 많았다. 이날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던 30대의 한 남성 손님은 "이번 달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신부와 장모님께 선물을 드리고자 신부와 함께 방문했다"며 "일찍 오긴 했지만 원하는 상품의 재고가 없을까봐 걱정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중구 소공동에 자리한 C 백화점의 샤넬 매장 역시 이날 대기자 수가 꾸준히 200명을 넘겼다. 

가격 인상과 관련해 현재 샤넬코리아의 공식 입장은 없다. 그러나 지난 11일(현지시간) 유럽에서 가격을 7~17% 인상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14일을 기점으로 샤넬에서 제품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얘기가 기정사실처럼 번지고 있다. 국내 샤넬 매장 가격 인상률은 유럽 현지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가격 인상이 예상되자 소비자들 사이에선 미리 사면 이득이란 분위기가 생겼다. 명품 소비자들 사이에선 "명품은 지금 사야 제일 싸다"는 말도 우스갯소리로 한다. 샤넬 제품을 사뒀다가 나중에 가격이 오르면 되팔아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이른바 샤테크(샤넬+재테크)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의 주요 백화점 샤넬 매장에선 대기 순서를 문자로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길었던 대기줄이 금방 줄어든다. (사진=박지수 기자)
서울의 주요 백화점 샤넬 매장에선 대기 순서를 문자로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길었던 대기줄이 금방 줄어든다. (사진=박지수 기자)

샤넬을 비롯한 명품 브랜드는 매년 1~3회가량 가격을 인상해 왔다. 앞서 지난해 10월 샤넬은 클래식·2.55, 보이샤넬, 가브리엘 등 핸드백 상품군 일부 가격을 3~13% 인상했다. 샤넬뿐만 아니라 올해에만 고야드, 불가리, 롤렉스, 루이비통, 셀린, 티파니, 로로피아나 등이 가격을 올렸다. 특히 루이비통의 경우 지난해 11월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올해 3월에도 가격을 올렸고, 이달에도 6~10% 가격을 인상했다. 명품 업체들은 본사의 가격 정책, 환율 변동, 원자재 상승 등을 가격 인상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그러나 환율이 떨어졌다고 가격이 떨어진 적은 거의 없다. 

이 같은 샤넬의 인기는 백화점 매출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가격 인상 소식이 나오기 시작한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신세계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5% 뛰었다. 인상 소식이 나온지 하루 뒤인 12일에는 전년 대비 119.7%의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 롯데백화점도 12일 기준 74%, 갤러리아백화점도 49%나 매출이 늘었다. 인상 예정일 하루 전인 13일 매출을 포함할 경우 신장률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점쳐진다.  

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에 패션 등 대부분 매출이 부진한 상황 속에서도 명품 소비는 증가세"라며 "그동안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억눌렀던 스트레스를 가격 인상 전 해소하려는 보복소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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