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포스트 코로나'의 지구촌
[홍승희 칼럼] '포스트 코로나'의 지구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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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코로나19 상황이 안정세로 접어들면서 포스트 코로나19를 얘기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뉴노멀시대를 얘기하기도 한다.

코로나19 자체가 가져온 현상이라기보다는 코로나19의 팬데믹이 초래됨으로써 야기된 변화들이어서 개인적 생각으로는 포스트 코로나19라는 표현보다는 포스트 팬데믹이라 불러야 하는 게 아닌가 싶지만 일단 많은 이들이 사용하는 용어를 수용하고 살펴보자.

코로나19의 팬데믹 현상으로 인해 변화는 우리 삶의 전방위적 영역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개인의 삶에서나 사회 전반에서 혹은 국가체제 면에서나 전세계적 관계 등에서 두루 보이는 그 모든 변화들이 다 지속성을 갖는 것은 아닐지라도 상당 부분에서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 변화들 가운데는 그간 변화의 인자들이 내재돼 있던 사회현상을 가속화시키는 것들도 많다는 진단들이 나온다. 자본주의의 고도화로 인해 서서히 진행되던 삶의 철학들이 빠르게 변화할 것이라거나 재택근무의 확대의 가능성이 확인된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당장 눈에 띄는 분야로는 각국의 의료 및 방역시스템이 적나라하게 비교되는가 하면 관련 산업에 대한 기존의 평가들이 뒤집어지는 일도 벌어졌다는 점이다. 의료선진국으로 알고 있던 나라들에서 나타나는 의료시스템 붕괴에 준하는 현상들은 이제까지 상식이라고 믿었던 많은 것들이 단지 고정관념에 불과했음을 드러냈다.

팬데믹에 뒤따라 나타난 패닉현상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가 어렵사리 쌓아올렸던 집단지성의 힘을 여지없이 흔들어댔고 이런 패닉은 불안한 개개인들 뿐만 아니라 국가간의 의료장비 쟁탈전 등에서도 동일하게 대두됐다. 소위 선진국 국민들 사이에서 벌어진 사재기 현상에서 인간의 이성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가 드러나고 동맹국 간에도 상호 비난이 빈발했다.

갑작스러운 위기상황에서 국제적 연대는 무력해 보이고 평화를 위한 안전장치들도 위태로워 보인다. 이제까지 우아하게 포장됐던 이념 따위는 홀딱 벗겨지고 오직 자국 내 국민여론에만 신경 쓰는 정치인들로 인해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매우 위험한 충돌들이 일어나지 않으리라 보장할 수 있을까 싶다.

게다가 각국이 앞다퉈 국경 봉쇄를 단행함으로써 글로벌 경제의 바탕이 됐던 산업의 밸류체인은 뒤엉켰다.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생산시설을 타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의료용품 생산에 장애가 발생해 매우 단순한 물품들마저 부족한 사태가 벌어졌다. 원자재 생산지, 완성품 생산지, 자본 국적이 다 제각각인 상황에서 국경 봉쇄가 이루어지니 저마다 물자 부족에 시달리는 그야말로 지옥도가 펼쳐지는 것이다.

밸류체인의 장애는 물론 당장은 일시적 현상일 수 있지만 이번 사태를 겪으며 자본 본국으로의 리턴이 늘어나면서 산업의 글로벌화에는 일정한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게 됐다. 해외 투자가 동결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자국 내에 마련하기 위한 기업의 움직임들이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으니까.

게다가 이번 팬데믹으로 인해 전세계가 올 한해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들이 이어지는 데서 보듯 각국은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자국 기업의 리쇼어링을 촉구하기 위한 각종 인센티브 제공에 나서고 있다. 자본에 국적이 보다 확실하게 채워질 조건인 것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팬데믹을 막지 못한 각국 정부에 쏟아지는 국민들의 불만을 분산시키기 위한 정치 지도자들에 의해 공격할 새로운 타깃이 등장할 것이라는 점이다. 가뜩이나 자국내에서도 인종차별 등이 나타나고 있는 데 방역실패의 책임을 돌리고 경제침체에 따른 불안한 사회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타국에 대한 적대감을 키우기에 앞장서는 정부들로 인해 자국 중심주의를 강화할 것이 뻔히 보인다.

게다가 밸류체인의 붕괴는 국가간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경기침체는 일국 내에서도 빈부격차도 더 벌릴 것이다. 이로 인한 사회적 배타성은 커질 것이고 국가간 긴장도 높이질 것이다.

세계평화는 그만큼 위협받게 된다. 인류의 미래에 위협이 될 선택마저 정치 지도자들의 야망으로 인해 자행되는 일은 인류 역사에서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일임을 경험으로 익히 알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런 불안한 기류가 가뜩이나 위태로운 동북아에서 군사적 경쟁으로 치달아 갈 위험성도 커진다는 게 제일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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