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코로나19로 장기화 조짐
4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코로나19로 장기화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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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경상수지 62.3억달러···11개월 연속 흑자
한은 "4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 매우 높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0년 3월 국제수지(잠정) 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0년 3월 국제수지(잠정) 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도 3월 국내 경상수지가 전년 대비 11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임금·배당·이자 등의 유출입을 나타내는 본원소득수지가 개선된 결과다.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인한 해외투자자 배당금 지급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에도 흑자세가 이어진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마냥 웃을 수만도 없는 이유다. 

코로나19 충격은 올 4월 본격적으로 반영될 전망이다. 수출 급감으로 무역수지가 99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된 가운데 외국인 배당금 지급까지 몰려있다. 지난해 4월에도 수출감소와 외국인 배당금 지급으로 경상수지가 7년 만에 적자(3억9000만달러)를 낸 바 있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20년 3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3월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62억3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전월(63억7000만달러) 대비 1억4000만달러 감소했지만 지난해 5월 이후 11개월 연속 전월 대비 흑자세를 이어갔다. 전년동월(50억4000만달러) 대비로는 흑자폭이 11억9000만달러 확대됐다. 지난해 12월부터 전년 대비 두달째 감소세를 지속하던 경상수지가 지난 2월 반등, 두달 연속 확대됐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불어난 것은 본원소득수지가 개선된 영향이다. 3월 본원소득수지는 9억3000만달러로 전월(12억5000만달러) 대비 감소했지만, 전년동월(-6억1000만달러) 대비로는 15억4000만달러 확대돼 흑자 전환했다. 보통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상품수지에서 낸 흑자를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등이 깎아내리는 구조였는데, 이번엔 뒤 바뀐 것이다. 

흑자전환 자체는 긍정적 요소지만, 그 이유를 뜯어보면 그렇게만 해석하긴 어렵다.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인한 해외투자자 배당금 지급이 축소된 영향이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외투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본원소득수지 중 배당소득지급이 큰 폭 감소했다"며 "원화 가치 절하에 따른 배당유인 감소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수출부진이 지속되며 경상수지의 허리를 담당하는 상품수지는 줄었다. 3월 상품수지 흑자는 70억달러로 전년동월(83억4000만달러) 대비 13억4000만달러 축소됐다. 수출이 전년동월(479억8000만달러) 대비 3.3% 감소한 464억2000만달러를 기록했고, 수입은 전년동월(396억5000만달러) 대비 0.6% 하락한 394억2000만달러였다. 수출 수입 모두 전년동월 대비 감소 전환했다. 

서비스수지는 14억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지만 적자폭은 1년 전보다 6억4000만달러 줄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여행 수입과 지출 모두 급감한 가운데 여행수지는 3억7000만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작년 월평균 여행수지 적자가 8억9000만달러인 점에 비춰보면 적자 폭은 적은 편이었다.

이로써 올해 1분기(1~3월) 경상수지 흑자는 136억1000만달러로 3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표=한국은행
표=한국은행

올 4월 경상수지 적자는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여파로 수출이 크게 부진해 무역수지가 99개월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국제수지 기준과는 차이가 있지만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의미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통상 4월 외국인 배당 지급이 늘어나는 데다 상품수지 흑자가 줄거나 심지어 적자로 전환할 수 있어 4월 경상수지가 적자를 나타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4월 우리나라의 수출은 369억2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4.3% 급감했다. 수입은 15.9% 줄어든 378억7000만달러였다. 무역수지는 9억5000만달러 적자였다.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2년 1월 이후 99개월 만에 처음이다. 특히 4월에는 연말 결산법인의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배당이 집중되는 시기다. 지난해 4월 경상수지 흑자 행진이 7년 만에 멈춘 이유도 외국인 주주들에게 지급한 배당금이 컸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경상수지 적자세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이 본격화된 올해 4월 이후는 장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작년 4월에도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했지만 일시적인 충격에 그쳤다. 박양수 국장은 "소비재나 자본재 수입 부진이 완화할 가능성이 큰 반면 코로나19 확산세 진정이 뚜렷하지 않아 수출은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며 "이는 5월 경상수지가 악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면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에 큰 타격일 수밖에 없다. 경상수지는 외국인 투자자가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 상황을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지표 가운데 하나다.

코로나19로 이미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한 정부가 약 30조원 규모로 3차 추경안을 마련할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1.4%에서 44%대로 뛰게 된다. 재정 건전성 악화와 경상수지 둔화 기조가 맞물리면 우리나라 신용등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이는 정부와 기업의 외화조달비용 증가, 원·달러 환율 상승, 외국인 자본 유출 확대 등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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