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 삼성 vs 대우, 반포3주구 수주전 격화···네거티브 공세 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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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 통해 경쟁사 비방···"건전한 홍보활동 위해 제도 재정비돼야"
29일 찾은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대우건설이 게재한 현수막에 홍보 문구가 쓰여있다.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반포3주구 재건축 사업을 놓고 격돌하면서 수주전이 상호 비방전으로 치닫고 있다. 'OS 요원'(아웃소싱 업체 직원)의 물품 공세 대신 경쟁사의 약점을 들춰내는 네거티브 공세가 고개를 들었다는 지적이다.

29일 찾은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는 시공사 선정 총회를 한 달여 앞두고도 차분한 분위기였다.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입찰을 확정 지었지만, 건설사들의 홍보부스는 아직 설치돼 있지 않았다.

두 건설사는 정부와 조합의 방침에 따라 시공사 선정 총회 예정일을 열흘 앞선 5월 20일부터 홍보부스를 통해 홍보전을 펼칠 예정이다. 대신 양 사는 현수막을 통한 '물밑 작업'에 돌입했다.

단지 곳곳에 사업조건을 비교해 놓은 현수막이 걸려있었는데, 일부 현수막에선 비방 문구가 눈에 띄었다. 대우건설이 게재한 현수막엔 '또다시 소송걱정', '갑질 계약서'라는 자극적인 표현으로 삼성물산을 겨냥했다. 

삼성물산은 제안서 중 자사가 강점으로 밀고 있는 '후분양'을 현수막에 강조했다. 선분양과 후분양, 재건축 리츠 등 총 3개를 제안한 대우건설의 사업조건으로는 '선분양'만 표기해뒀다.

홍보부스 설치 전이지만, 감정싸움은 이미 시작된 모양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은 대우건설이 근거 없는 비방을 한다며, 대우건설은 삼성물산이 허위홍보를 한다며 열을 올리고 있다. 

우선 삼성물산 측은 '갑질 계약서'라는 문구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조합이 갑(甲)인 입장에서 건설사가 어떻게 갑질을 할 수 있겠느냐"며 "조건 비교가 아니라 심한 비방을 하고 있어, 조작이 의심되는 건에 대해선 수사 의뢰를 해야 할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 측은 삼성물산이 '후분양'을 내세우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한다. 3가지의 제안을 통해 조합의 선택 폭을 넓힌 것인데, 마치 자사가 선분양만 제안한 것처럼 홍보한다는 것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조합원의 이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선분양, 후분양, 재건축리츠라는 세 가지 분양 방법을 제안한 상태이기 때문에, 자신들만 후분양을 제안한 것처럼 현수막을 게재한 것은 네거티브 활동"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삼성물산이 게재한 홍보 현수막. (사진=이진희 기자)

현장에서 만난 조합원들은 이같은 감정싸움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대형건설사의 경쟁 구도가 형성된 것은 반가운 일이나, 과열로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게 부담스러운 눈치다. 

반포3주구 조합원 이 모 씨는 "사업 조건을 피력해도 모자랄 판에 서로 깎아내리려고 하는 건 보기에 좋지 않다"며 "괜히 비방전으로 얼룩진 사업장으로 언론의 눈총을 받는 것도 달갑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조합원 최 모 씨는 "그간 이런저런 잡음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언론에서 다시금 '비방전', '현실 가능성 낮은 공약'이라는 말이 나오니까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도 소모적인 감정싸움보단 사업 조건 중심의 경쟁을 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은 되레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의 사업기간 단축 제안, 대우건설의 재건축리츠 공약은 건설업계에서도 깜깜이 공약이라는 말이 나오는 만큼 추진력을 조합에 잘 설득하는 것이 이번 경쟁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네거티브 공세가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다. 합법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기간이 짧다 보니 비방전 등 물밑에서 경쟁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토교통부의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르면 건설업체 임직원과 이들이 고용한 홍보대행업체 용역요원(OS요원)은 조합원을 상대로 개별적 홍보를 할 수 없다. 시공사의 홍보 기간은 합동홍보설명회 개최 이후부터 시공사 선정 총회 전까지 2주가량만 가능하다.

이들은 건설사의 홍보활동에 대한 제도가 좀 더 구체적으로 재정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모호한 규정이 시장의 혼란을 부추긴다는 것.

이동주 한국주택협회 부장은 "합동설명회 이후 시공사 선정 전까지 일주일 남짓한 기간에 어떻게 조합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겠냐"면서 "건전하게 홍보할 수 있는 기간을 늘리고, 개별홍보 외에 현수막이나 온라인 등 홍보활동에 대해서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좀 더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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