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꽁꽁'···母기업서 '급전' 조달하는 캐피탈사들
채권시장 '꽁꽁'···母기업서 '급전' 조달하는 캐피탈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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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母기업·계열사 지원만 1조
채안펀드 금리 높아 '언감 생심'
여신전문금융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진 캐피탈사들이 최근 모기업·계열사의 지원을 통해 연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김현경 기자)
여신전문금융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진 캐피탈사들이 최근 모기업·계열사의 지원을 통해 연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김현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코로나19로 채권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진 캐피탈사들이 모기업·계열사로부터 '급전'을 받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7일 부산은행은 계열사 BNK캐피탈에 대한 5000억원 규모의 기존 한도대출 만기를 오는 30일에서 내년 4월 30일로 1년 연장했다.

앞서 이달 초 부산은행은 BNK캐피탈에 대한 한도대출을 기존 15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증액하고 만기를 오는 30일까지로 정했었다. BNK캐피탈이 운영자금을 목적으로 부산은행에서 5000억원까지 빌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같은 계열사인 경남은행도 이달 초 BNK캐피탈에 대한 한도대출을 기존 1500억원에서 3500억원으로 증액했다. 대여기간은 오는 8월 21일까지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도 계열사인 JB우리캐피탈에 대해 각각 1550억원, 1850억원을 대여하기로 했다. 대여기간은 오는 10월 20일로, JB우리캐피탈은 이 기간까지 두 계열사로부터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돈을 빌려올 수 있다.

이밖에 신한캐피탈은 신한금융지주로부터 2000억원을, DB캐피탈은 DB손해보험으로부터 360억원을 대출받기로 했다.

최근 캐피탈사들이 모기업이나 계열사로부터 긴급하게 자금 수혈을 받게 된 데에는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발행 환경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경기침체 우려가 확대되면서 채권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특히 중·저신용자를 고객으로 둬 부실 우려가 큰 카드·캐피탈사 등 여신전문회사들의 회사채 수요가 크게 줄었다.

실제 이달 여전채 등 기타금융채 순발행액은 마이너스(-)678억원으로 집계됐다. 회사채 발행 규모가 상환 규모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뜻이다. 지난 1월 기타금융채 순발행액이 2조225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3개월 새 시장이 크게 쪼그라든 것이다.

특히, 캐피탈사들은 이달 초 가동된 정부의 채권안정펀드(채안펀드)에 의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채안펀드가 시장보다 유리한 조건(민평금리 이하)으로 여전채를 매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캐피탈사들은 이같은 채안펀드의 방침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민평금리는 민간채권평가회사 평균금리로, 여전사들은 보통 채권을 발행할 때 민평금리를 기준으로 삼는다.

실제 채안펀드가 지난 14일 매입한 메리츠캐피탈의 3년 만기 여전채 금리는 'AA등급' 민평금리에 6bp(1bp=0.01%p)를 가산한 연 1.809%로 결정됐다. 또 현대캐피탈은 지난 24일 채안펀드의 지원을 받아 총 9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2년물 채권으로 발행금리는 민평금리 대비 5bp 높은 연 1.763%다.

이런 까닭에 캐피탈사들이 채안펀드의 지원을 받기보다는 모기업이나 계열사의 지원을 받는 쪽을 선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계열 캐피탈사를 지원하기로 결정한 금융사의 관계자는 "지주사가 계열사에 자금 대여를 해주는 것도 지주사의 롤(역할)"이라며 "당연히 더 좋은 조건으로 지원을 해줄 수 있다면 하는 게 맞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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