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반포15차 조합원, 왜 삼성물산 택했나···"브랜드가 곧 실리"
신반포15차 조합원, 왜 삼성물산 택했나···"브랜드가 곧 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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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반포15차 시공권을 얻은 삼성물산 관계자들이 조합원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이진희 기자) 
신반포15차 시공권을 얻은 삼성물산 관계자들이 조합원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사업 조건이냐 브랜드냐'를 두고 고민하던 신반포15차가 결국 삼성물산을 택했다. 당장의 파격적인 조건보단 '브랜드가 곧 실리'라는 판단의 전략적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알짜 입지' 신반포15차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확보한 삼성물산은 다가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성큼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 시공사에 삼성물산이 선정됐다. 전날 열린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삼성물산은 75.9%의 득표율(총 조합원 181명·득표수 126표)로 시공권을 얻었다. 대림산업(18표)과 호반건설(22표)이 매력적인 조건을 제안하면서 업계에선 표심이 갈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조합원들의 최종 선택은 삼성물산이었다.

◇조합원, '파격 조건'에도 브랜드 선호

신반포15차 조합원들은 브랜드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고 이같은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사업 조건만 놓고 봤을 땐 호반건설과 대림산업이 비교적 우수하다는 평을 받았던 터라 '래미안'이라는 브랜드 자체가 표를 끌어당겼다는 분석이다.

실제 시공능력평가 순위, 신용등급은 삼성물산이 우세하지만, 사업성을 결정짓는 공사금액과 사업비 대여 항목에선 호반건설과 대림산업의 조건이 더 낫다. 공사금액의 경우 공사 예가(2400억원)에 근접한 2399억9769만원을 제시한 삼성물산과 달리 대림산업은 2399억7625만원으로, 삼성물산보다 2000만원가량 낮은 공사비를 제안했다. 

호반건설은 제시한 공사금액은 2390억6598만원(원안설계). 세 곳 중 가장 낮다. 사업비 대여에서도 호반건설의 조건이 눈에 띈다. 호반건설은 파격적인 금리조건(0.5%)을 걸고 대림산업(CD금리+1.5%), 삼성물산(1.9%)과 경쟁을 펼쳤다. 호반은 시공사로 선정될 경우 389억원 규모의 공사비도 무상 지원하기로 했다.

래미안 신규 브랜드 필름 이미지. (자료=삼성물산)<br>
래미안 신규 브랜드 필름 이미지. (자료=삼성물산)

여기에 질세라 대림산업은 조합원의 추가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기성불'(공사 공정률에 따라 공사비를 지급받는 방식)을 공약으로 내놨다. 3사 중 공사비 지급 방식을 기성불로 제안한 곳은 대림산업이 유일하다. 호반건설과 대림산업 모두 수주를 위해 벼르던 칼을 빼든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런 조건들이 조합원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에 따라 집값 상승세가 달라진다는 셈법이 이번 수주전에서도 적용됐다는 것. 

래미안은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주관하는 '2020년 한국 산업의 브랜드파워(K-BPI)' 조사에서 아파트 부문 19년 연속 1위를 지켰다. 5년의 정비사업장 공백기가 무색할 정도다. 래미안은 10년 연속 해당업종 1위를 지킨 기업에게 주는 'K-BPI 골든브랜드'에도 이름을 올렸다.

대림산업의 '아크로'도 국내 최고가 아파트인 '아크로 리버파크'와의 브랜드타운 형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래미안에 밀리지 않으나 화제성이 부족하고, 호반건설의 '호반써밋'은 '강남권 입성·파격 조건'이라는 화제성은 충분하나 브랜드 인지도에서 밀렸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신반포15차 조합원 윤 모 씨는 "결과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삼성물산이 입찰에 들어왔을 때부터 대다수의 조합원들은 삼성물산을 고려하고 있었다"면서 "지금은 파격 조건이 더 좋아보이지만 나중의 집값을 고려해 브랜드를 더 중점적으로 본 것 같다"고 귀띔했다.

삼성물산의 복귀무대라는 타이틀 역시 조합원들의 구미를 당겼을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그간 '주택사업 철수설'을 불러일으켰던 긴 공백기는 되레 희소가치를 높였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삼성물산은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시공능력평가와 아파트값 순위에서 모두 1위를 지켰다"며 "브랜드 경쟁력과 선호도가 높을수록 강남 등 요지의 재건축·재개발 수주전에서 시공사로 선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구반포 프레스티지 바이 래미안' 로고. (자료=삼성물산)
'구반포 프레스티지 바이 래미안' 로고. (자료=삼성물산)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수주전도 '청신호'

정비사업장의 복귀를 성공적으로 마친 삼성물산은 향후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수주는 인근 사업장인 반포주공1단지 3주구, 대우건설과의 경쟁에도 큰 호재다. 같은 반포 지역인 데다 대각선 맞은편으로 래미안 브랜드타운(래미안원펜타스·래미안퍼스티지·래미안원베일리)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이 점은 대우건설이 업계 최초로 공약을 내건 '재건축 리츠 사업'의 대항마 역할이 가능하다. 재건축 리츠 사업은 조합이 일반분양분을 리츠에 현물출자하면, 리츠가 이 주택을 전문주택관리업자에게 위탁해 임대주택으로 운영하고 운영 기간 종료 후 일반에 매각하는 방식이다.

재건축 조합과 일반인 모두에게 적정 이익을 배분할 수 있다는 논리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리츠 방식에 대해 부정적이어서 인가를 받아야 하지만, 만약 이 방식이 허용된다면 분양가상한제를 피할 수 있게 된다. 개발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어 조합에겐 묘수 중 하나다.

업계 관계자는 "인가만 얻으면 대우건설의 제안은 사실상 분양가상한제 규제를 피할 수있는 방법이지만, 이번 신반포15차 수주가 삼성물산의 수년 간 공백기를 깬 결과물이기 때문에 다른 사업장에도 심리적인 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면서 "복귀전인 데다 인근 단지여서 홍보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반포주공1단지 3주구는 앞서 시공사로 선정한 HDC현대산업개발과 제안서를 두고 오랜 갈등을 겪어왔던 탓에 브랜드보단 사업 조건이 관건이라는 평가도 있다. 삼성물산은 신반포15차 수주를 동력 삼아 반포주공1단지 3주구에서도 성과를 내겠다는 포부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 기세를 몰아 반포3주구에서도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래미안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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