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경제전망기관들도 패닉인가
[홍승희 칼럼] 경제전망기관들도 패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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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장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 IMF가 올해 세계경제전망치를 –3.0%(한국 –1.2%)로 매우 비관적으로 보고 있어서 국내 전문가 집단들로 의아한 모양이다. IMF보다 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보고서는 –4.0%로 가장 비관적인 전망을 한 노무라증권 뿐이다.

OECD를 제외하면 대체로 암울한 보고서를 내놓고 있지만 코로나19의 여파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어느 정도의 경제위기를 몰아올지에 대한 반응들이 저마다 들쭉날쭉하다. G20 국가를 대상으로 전망한 무디스의 경우 –0.5%, 피치 –1.9%, S&P 0.4%, UBS –0.6% 등이다. OECD는 2.4%로 상대적으로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어느 경우나 경제전망치는 각 기관마다 차이를 보였지만 올해처럼 들쭉날쭉한 경우는 희귀하다. 특히 IMF가 민간연구소들보다 더 심각하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경우도 드문 일이지만 노무라증권 같은 경우는 매우 신경질적인 전망치를 내놓아 이 또한 관심을 끈다.

문제는 이들이 내놓은 경제전망치에서 한국에 대한 전망은 더욱 극단적으로 엇갈린다는 점이다. IMF는 한국경제를 세계경제가 전반적으로 악화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잘 극복해 피해를 최소화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노무라증권 같은 경우는 한국경제를 아예 –6.7%로 곤두박질 칠 것이라고 거의 악담 수준의 전망을 내놨다.

무디스(세계 –0.5%, 한국 0.1%), 피치(세계 –1.9%, 한국 –0.2%)가 IMF와 마찬가지로 한국경제가 상대적으로 선방할 것으로 전망한 반면 OECD(세계 2.4%, 한국 2.0%), S&P(세계 0.4%, 한국 –0.6%), USB(세계 –0.6%, 한국 –0.9%)는 한국이 세계경제 수준에 못미칠 것으로 봤다. 그렇다고 노무라증권처럼 극악하게 보는 경우는 없다. 한국경제 전망치를 가장 낮게 잡은 IMF조차 –1.2%에 그쳤으나 노무라만 유독 –6.7%라는 비상식적 전망을 내놓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현재까지의 여러 정황으로 보자면 한국경제가 유독 세계경제 전반의 흐름보다 더 위험할 요소는 없다. 물론 지난해 말 정부가 다듬었던 경제성장률보다는 낮아질 테지만 세계 다른 나라들보다 더 곤두박질 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일단 전 세계적 패닉 상황에서도 한국 경제는 나름대로 잘 굴러가고 있다. 국제교역이 거의 올스톱 상태인 만큼 무역비중이 큰 한국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은 분명하지만 주력 수출품들이 주춤하고 있는 틈을 비록 비중은 작지만 코로나19 특수를 누리는 의료장비 등 새로운 수출품들이 메꿔주고 있다.

게다가 한국은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경제활동의 대부분이 멈추지 않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유통업이나 요식업 등이 힘겨운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아예 문을 닫아걸 정도는 아닌 것이다.

대면접촉이 줄어들면서 생산활동 위축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세계적으로도 발전된 정보통신 기반으로 재택근무 등을 통해 꾸준한 사업 경영이 이루어지고 있다. 교육현장도 활기가 줄었을지언정 온라인 강의 등을 통해 지속적인 교육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이 같은 경제활동에도 불구하고 팬데믹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계는 찾아올 것이다. 세계적 교역량 감소는 결국 원자재 수급 등 여러 측면에서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므로.

그렇다 해도 한국 경제가 –6.7%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노무라식 전망은 지극히 악의적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왜 그런 평가가 나왔을까.

실상 세계경제 조사기관들이 내놓는 전망치들이 종종 국제적으로나 조사기관의 국적 국가들의 이익에 의해서나 흔들려왔다. 객관적이어야 할 조사들이 실상 여러 이해관계에 의해 휘둘리는 경험을 과거에도 심심찮게 봐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라의 거의 게거품 무는 듯한 전망치를 보면 현재 국제사회 전반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있지 못하다는 인상을 준다. 아마도 코로나19가 아니어도 경제상황 자체가 이미 패닉상태에 빠진 일본의 입장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반영한 게 아닌가 싶은 의심이 든다. 1930년대의 대공황 이후 최대 경기불황이 올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는 상황이다 보니 전망보고서를 써야 하는 연구원들 자체가 패닉에 빠진 것은 아닌가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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